아르메니아, 오스만에 학살당한 150만 명 성인 추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성식… “그들은 박해 속에서도 믿음 지켰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00주년 기념 시성식을 앞두고, 22일 밤(현지시각) 아르메니아 에치미아진대성당에서 열린 전야제의 모습. ⓒ아르메니아정교회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00주년 기념 시성식을 앞두고, 22일 밤(현지시각) 아르메니아 에치미아진대성당에서 열린 전야제의 모습. ⓒ아르메니아정교회

동방교회·비칼케돈파의 하나인 아르메니아정교회는 23일(이하 현지시각)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에 학살당한 150만 명에 대한 시성식을 거행했다. 단일 시성식 시성자 수로는 기독교 사상 최다였다.

오스만제국의 내무장관 탈라트 파샤가 아르메니안인 강제 이송을 지시하면서 시작된 ‘대학살’ 10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수도 예레반에 인접한 에치미아진대성당에서 아르메니아정교회 주관으로 희생자를 성인으로 추대하는 행사가 2시간 동안 펼쳐졌다.

시성식은 아르메니아 대학살이 일어난 1915년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오후 7시 15분에(19시 15분)에 끝났다.

시성식을 집전한 아르메니아정교회 케라틴 총대주교는 “100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이 강제로 집을 떠나 살해되고 고문을 당했으나, 그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면서 “그들은 그리스도를 믿었기에 박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시성식 이후 아르메니아 전역에서 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희생자를 위한 1분간의 묵념도 진행됐다. 마르디르와 베네치아, 베를린, 파리 노트르담 등 세계 각지의 성당에서 동시에 종을 울렸다고 아르메니아TV는 보도했다.

수도 예레반에선 24일 각국 정상을 비롯해 수백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포럼을 비롯해, ‘학살이라는 범죄에 반대하는 교회: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작은 포럼이 열렸다.

작은 포럼에 참가한 총대주교와 35개 교회, 에큐메니칼 단체의 대표자들은 학살과 범죄를 규탄하고, 아르메니아인 대학살로 인한 순교자 등 모든 반인륜적 범죄의 피해자들을 위한 기도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 공동선언은 창세기 1장 27절, 출애굽기 20장 13절, 요한복음 1장 4절에 따라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하나님께 속한 생명의 신성함과 불가침성에 대한 기독교의 진리와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 “세계 평화와 인류 연대의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진 거룩한 사명”, “교회가 영혼 구원과 지상의 생명을 지키는 사명”으로 초대받았음을 간증한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당국과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제국이 자행했던 잔혹한 집단 살육을 국제사회에서 ‘인종학살’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을 이어받은 터키가 ‘대학살’이라는 표현 사용을 거부하며, 양국 관계는 지금까지 동결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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