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사역 현장 이야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2,200km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네팔 지진으로 수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참으로 큰 충격이다. 성공을 꿈꾸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크고 작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던 이들이 일순간에 생명을 잃고 말았다는 소식에 깊은 슬픔에 잠긴다. 인생의 일들이 이러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한다는 말씀이다.

주어진 시간과 기회와 건강을 한 번이라도 더 주님께 드리기 위하여,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동쪽으로 달려갔다. 밤새도록 열차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54명이 한 가족이 된 열차 객실 좁은 공간에서 2층에 이불을 깔고 편다. 화장실 앞에서 20분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코를 고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서, 전화벨 소리에 신경이 거슬리면서…….

현장에 도착하여 간단한 차를 마시며 빵 한 조각을 먹고, 다시 자동차로 수백km의 길을 떠난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이 찬양이 실감이 난다. 이제 녹기 시작한 눈으로 인하여 여기저기 도로는 물바다이고 진흙 구덩이다. 어디를 가나 도로나 집이나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 물 웅덩이, 고장난 것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부엌이나 식탁. 정수되지 않은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여 차를 끓이고 대접한다.

여기에서는 수백km를 옆집처럼 이야기한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핸드폰도 연결이 안 된다. 그러나 여기도 아이들이 뛰놀고, 외국인이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하며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이런 저런 질문을 퍼붓는다. 아이들이 많은 것은 어떤 가정은 자녀가 12명, 어떤 가정은 15명, 기본이 7-8명이기 때문이다. “와~” 소리만 나온다.

교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생각한다. 비전을 꿈꾸고, 소망과 믿음에 대하여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고,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래서 세상의 소망이 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 중부의 어느 공화국. 이곳 교회에서 말씀을 나눈다. 이곳 역시 외국인이 쉽게 들어오지 않는 현장이다. 절반의 성도는 눈뜬 장님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외국인이 방문하였다는 것이 관심이고, 자기들의 언어로 메시지를 나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감격해한다.

예배는 전체 다섯 시간 진행되었다. 먼 길을 와서인지 몸이 무겁다. 그런데 교인들은 한 사람도 움직이지를 않고 집중한다. 담임목사가 눈물로 고백한다.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선하게 사용하지 못하였고, 더 열심히 전도하지 못하였던 것을 회개하며 복음에 헌신할 것을 촉구한다.

참으로 놀랍다. 이 사람들은 종이 다른가? 피곤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생각하며 물어 본다. 특별집회나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면 보통 이렇게 한다고 말한다. 다른 교회에서도 다섯 시간을 넘기니, 이 지역에는 이렇게 훈련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시간, 수십 명이 몰려와서 이런저런 신앙적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자주 와서 말씀을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한다. 대답은 하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길이 너무나 멀고, 여기저기 말씀을 나눌 곳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아이들, 사역자들과 함께 나눌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신학과 신앙과 생활과 비전……. 러시아는 넓고 할 일은 많고.

우리 신앙의 결국은 복음에 대한 헌신과 하나님나라 건설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가 부르심을 받고 구원을 얻고, 은혜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과 시간과 물질을 헌신하여 하나님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선교 이다. 오늘도 저들의 외침의 소리를 듣는다.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그 음성 말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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