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자녀의 탈선, 부모의 ‘옳은 말’ 때문은 아닐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 다시 한 번 돌아보기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로마에 ‘코르네리아’라는 지혜로운 부인이 있었다. 언젠가 그녀의 집에 귀부인들이 모여,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코르네리아에게 “이 집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 구경을 좀 하자”고 졸라댔다.

간청에 못 이긴 코르네리아는 조용히 일어서면서 말했다. “정 그렇게 원하신다면 별실로 가셔야겠습니다.” 귀부인들은 별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각기 굉장한 보석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왕관 같은 산호, 계란 만한 다이아몬드, 그렇지 않으면 아침의 태양과 같은 루비…….

그러나 귀부인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코르네리아의 손에 이끌려온 두 어린 아들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 아이들이 나의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그녀의 두 아들은 뒷날 로마공화정 시대의 호민관이 된 그라쿠스 형제이다.

자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누가 모르나? 누군들 잘 키우고 싶지 않나? 그런데 잘 안 되는 걸 어떡하는가? 그게 솔직한 부모의 심정이다. 사실 자녀를 둔 부모의 고충은 끝이 없다. ‘이 언덕만 넘으면 끝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산다. 그러나 그때마다 실망으로 끝난다. ‘품 안에 있을 때 자식이지’라는 푸념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어린이날을 맞아, 나는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와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주는 ‘탕자의 비유’를 통해 자식교육을 다시 한 번 돌아보려 한다.

어느 권사님은 손녀들을 너무 귀여워하며 키웠다. 남들이 하는 걸 보면 알아서 해주었다. 혹여 기죽어 자랄까 봐. 그런데 대학을 간 손녀가 자꾸 대꾸를 하고, 할머니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맘대로 행동한다. 배신당한 느낌에 속이 상한 할머니가 푸념한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저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손자는 키워도 아무 소용 없어!”

사실 손자 손녀 키워봐야 헛수고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식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말하지 않던가.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이요,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이요, 빚진 아들은 내 아들이다.” 그렇다. 일찌감치 보상심리를 포기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실망할 수 있다. 그저 부모로서 의당 해야 할 사명이기에 청지기로서의 길을 걸을 뿐이다.

부모는 자녀를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옳은 말’을 잘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옳은 말을 가슴으로 듣지 않는다.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린다. 우리 자녀들은 부모가 기대하는 것처럼 ‘맞는 지적과 비난’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어느 장로님 가정에 외손자가 있다. 이상하게 외손자가 할머니보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왜 그럴까? 할머니가 말한다. “여자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많으니까.”

부모라고 하는 존재가 그렇다. 자녀들이 하는 것마다 부족한 것부터 보인다. ‘왜 저렇게 하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래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니 자식들은 부모와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또 잔소리만 늘어놓을 거니까. 대부분의 자녀에게 엄마 아빠는 잔소리꾼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화 상대를 밖에서 찾는다. 그러다 보면 탈선으로 이끌린다. 어쩌면 탈선의 전조는 부모들이 하는 ‘옳은 말’인지도 모른다(?). 자녀들은 부모가 하는 옳은 말보다 공감해 주는 말을 원한다.

제자훈련을 받던 어느 집사님은 질책보다 칭찬이 훨씬 더 탁월한 양육방법임을 깨달았다.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 아이들이 부모 말을 잘 안 들어 속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비난했다. 때로는 매를 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행동을 지적할 때면 점점 목소리도 높아졌다. 매를 들다 보면 자기 감정에 도취되어 분풀이로 변했다.

그런데 집사님은 성령께서 그것을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기로 했다.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낮은 목소리에 “예”하고 순종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삶을 나누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훈육보다 칭찬교육이 훨씬 더 효과적인 걸 알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성령께서는 집사님을 경건한 엄마로 훈련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탕자의 비유’에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찾아와 부탁했다. ‘아버지 저에게 돌아올 몫을 미리 물려주세요.’ 이건 무례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노엽게 하고 아프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상속해 주었다.

그렇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 물론 아직 철이 없으니 실수할 수 있다. 심각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것 때문에 엄청난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해 주어야 한다. 성장 과정에 있는 우리의 자녀들은 실수나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로봇처럼 조종하려 하지 않으셨다. 선을 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악을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도 열어두었다. 거기서 자율적으로 선을 행하는 길,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는 길을 찾아가기를 원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부모의 틀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눈으로 볼 때, 부모가 갖고 있는 틀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배워갈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는 아들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용납해 주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런저런 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품에 안아주었다. 아들의 신분을 확실하게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

부모들은 자녀가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어리고 판단 능력이 부족하니까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 그러는 게 정상이다.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부모가 문제다. 잘못한 것을 깨닫는 은혜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품을 수 있는 아버지의 품이 있음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판단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 실수와 잘못을 너무 잘 본다. 그리고 자신은 그렇지 않은 양, 너무 지나치게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실수와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용납해주지 않고 지적하고 비난하면, 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어긋난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실수하고 잘못한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품어주는 따뜻한 품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흔히들 말한다.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찌 저렇게 다른지 몰라!”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맏아들과 둘째아들도 너무 다르다. 부모는 자녀가 갖고 있는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런 자식이 있으면 저런 자식도 있다. 이런 자식이 잘 될지 저런 자식이 잘 될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함부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부모는 각자의 성향과 기질대로 교육하고 양육해야 한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서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비교하면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부모는 두 아들 모두에게 ‘탕자적 성향’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지금 말썽을 안 부린다고 마음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붙들고 눈물로 늘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 늘 하나님의 사람으로 경건하게 살아가도록, 그리고 늘 하나님 말씀 앞에 서도록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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