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적 관점에서 본 ‘러시아 전승기념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러시아인들에게 4월 부활절이 종교적으로는 핵심이고, 5월 전승기념일은 정치적인 활동이나 삶의 패턴에도 변화를 이루는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러시아의 상황을 살펴 보고 어떤 관점으로든지 선교적인 회고와 전망을 하는 것은,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심사숙고해 본다.

오늘의 러시아는 매우 강한 이미지를 표방하며 세계사의 무대에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70여 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는 매우 많은 희생자를 냈다. 당시 사망자가 5천만이라고 할 때에 거의 2천 8백만 정도가 러시아 병사들이었으니, 가히 그 피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러시아 전승기념관을 방문하면 가장 인상 깊은 것이 있다. 출발 지점, 3천여 개의 크리스탈 구슬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홀을 만나게 되는데, 전시관 중앙에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있는 기념비가 있다. 3천 개의 크리스탈 구슬은 다름 아닌 러시아 어머니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제 당시 전쟁에 참가하였던 군인들은 중 소수가 가슴에 훈장을 달고 다니며 노장으로 남아 있다.

오늘의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인하여 매우 강한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러시아 역사의 핵심 인물인 표드르 대제는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국제무대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우고 ‘유럽을 향하여 열린 창’이라고 명명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의 러시아는 그 유럽을 향하여 나가는 길이 막히게 되자, 아시아로 눈을 돌려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종이호랑이로 변하여 맥을 못 추던 러시아는, 푸틴의 지도력에 의하여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미국 대 러시아로 확립하여 나가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그에 대해 80%를 넘어서는 지지로 답하고 있다. 한 목회자의 딸의 핸드폰에 푸틴의 얼굴이 배경화면으로 등장하고, 여기저기에 그의 초상화를 붙인 것을 비롯하여, 그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4300km를 잇대고 있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 및 일본과의 쿠릴 열도 영토 분쟁에도, 푸틴은 실질적인 대화와 수 차례 정상회담을 통하여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일본과 우방이 아니고 영토 갈등이 있으면서도, 러일 양국은 외교 및 국방회담(2+2회담)을 할 정도로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나 최고의 우방이라는 미국과도 이러한 회담을 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일이다.

크림 병합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는 오히려 러시아 국민들을 단합하게 만드는 부메랑 효과를 낳았고, 오히려 지금까지 무너져 내린 자존심을 회복하여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잘 견뎌내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은 월급을 삭감하는 운동을 펴고 있고, 국제 유가 하락과 루블화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70주년 전승기념행사는 대대적인 홍보와 세계적인 잔치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각국 정상들이 불참의사를 통보함으로 그 의미가 반감되고, 더구나 북한 지도자를 초청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계획도 빛이 바랜 행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개방 25주년을 맞는 오늘의 선교적 상황은 어떠한가?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사항이다. 개방 이후 10여 년간은 모스크바 선교사회에 100가정 이상이 활동하였던, 러시아 선교의 전성기와 혼란기였다고 할 수 있다. 너도나도 러시아로 향하였기 때문이고, 안정되지 않은 사회와 무지한 선교활동 시기였다고 본다.

선교 2기라고 할 수 있는 2천 년대는 각종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치·종교적인 문제로 인하여 소용돌이치는 격동의 시기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절반 정도의 사역자들이 이동하고 큰 사역의 결과를 보지 못한, 엄청나게 비싼 물가에 파송이 중단되는 암울한 시기였다. 사실상 현재 러시아 파송은 거의 중단 상태이다.

10년을 주기로 보아 제3기에 해당하는 오늘의 현장은 매우 노령화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끈질기게 버텨낸 이들, 40여 가정으로 구성된 사역의 현장은 자연스럽게 고령화되어가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의 전반적인 삶은 비교적 안정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역은 개인적인 노력과 헌신도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답보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사역을 전망해 보면,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러시아의 민족주의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져, 다른 종교의 활동은 더 어려울 것이다. 한인의 선교적인 활동은 특별하게 진행하는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 본다. 현지의 교회들은 열정적인 기도는 있지만, 전략 부재와 재정·양육 관리의 허약함으로 인하여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첫째, 사역자들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들에 도전하여야 할 것이다.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일과 하나님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주어진 기회와 시간과 물질을 가지고 적극적인 헌신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깊은 말씀 연구를 통하여 현장의 지도자와 교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현장에 머물겠는가?

둘째, 선교사들의 교회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25년이 지났으면 현지인들이 사역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지도자들을 세워나가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러시아 선교 3기를 진행하는 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붙잡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략적인 관점에서 선교사는 ‘소총수’가 아니고 ‘장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셋째, 아울러 공동 사역의 장을 마련하고 힘을 모아서 현장의 선교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힘을 가진 세력들은 ‘기득권을 주님을 위하여 포기하는 용기’와 ‘편협한 태도를 버리고 말씀에 순종하려는 믿음의 결단’이 있어야, 무너진 역사가 바로 세워지는 일들이 나타날 것이다. 공동체를 세우기 위하여 쓰임받을 수는 없을까? 정말 어려운 일일까?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종을 울리는 것일까를 고민해 본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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