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유럽교회… 퇴폐업소 되지 않기만 바랄 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선교연구원 파발마 2.0

네델란드의 도시 아르넴에서는 매일 밤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한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은 한때 1천 명의 신도가 예배를 드렸던 성 요셉 교회이다. 이 Skate Hall의 법적 소유자는 여전히 천주교회이지만, 이 천주교회는 더 이상 건물 유지비를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서부 유럽에는 신도 수가 급감하자 폐쇄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교회가 수백 개에 이른다. 특히 덴마크와 영국의 시골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 영토였던 서부 유럽은 이제 세속화된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문을 닫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유럽에서 기독교 신앙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분열되고 있는 유럽 사회를 하나로 묶는 요소가 종교(기독교)라고 믿는 이들과 기독교인들에게, 교회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가슴 아프다.

교회를 옹호하는 네덜란드의 한 활동가는, 교회가 사라지면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유럽의 다른 종교들은 기독교와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는 듯하다. 유럽에서 유대교는 아직 굳건하며, 이슬람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무슬림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주민들의 증가로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유럽의 무슬림 비율은 1990년 4.1%에서 2011년에는 6%로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8% 정도로 높아지고, 그 수는 5,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시간 유럽에서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했던 교회의 소멸 현상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슬픈 일이다. 심지어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지역의 상징적 건물이었던 교회가 폐쇄되거나 용도 변경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록 교회가 예배 처소라는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지역 사회는 교회 건물에 지역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부여하곤 했다. 하지만 비교적 오래 전에 지어진 교회 건물은, 유지하는 데 많은 재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교회 건물을 도서관이나 문화 공간으로 용도 변경하도록 지역 당국이 재정을 지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서, 어떤 건물은 상업적 용도로 탈바꿈되기도 하였다.

영국국교회(성공회)에서는 매년 약 20개 교회가 문을 닫으며, 덴마크에서는 매년 200개의 교회들이 용도 변경되거나 사용하지 않게 된다. 독일의 천주교에서는 지난 10년간 515개 교회가 폐쇄되었다. 유럽에서 교회 폐쇄가 가장 심한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의 천주교 지도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체 천주교회 1,600개의 2/3 정도가 수명을 다할 것이며, 4년 이내 700개의 개신교 교회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다행히 유럽과는 상황이 다른데, 그 이유는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아직까지는 더 종교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미국교회도 조만간 유럽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교회들이 비록 교회로서 수명을 다하더라도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남기 위해 자구 노력을 하지만, 지역 천주교회인들과 당국은 교회들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종종 교회가 상업 장소로 바뀌게 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교회가 슈퍼마켓이나 꽃집 또는 서점이나 헬스클럽으로 변경된 사례들이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브리스톨(Bristol)에 있는 성바울교회가, 높은 천장을 필요로 하는 서커스 훈련소로 용도 변경된 사례가 있다.

스코들랜드의 에든버러에서는 한 루터교회가 술집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다른 많은 소규모의 교회들은 일반 주택으로 변경되었는데, 이러한 사례들이 많아 교회를 주택으로 개조하고 중개하는 사업이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교회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쿱에 위치한 성요한 교회는 인터넷에서 “본당 공간은 천장이 높고 아치형 석조 건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16만 달러라는 가격으로 소개되어 있다.

사용되지 않는 교회의 건물들이 정부나 사회 단체에 의해 ‘보존 건물’로 지정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프리슬란트주에서는 720개의 교회 중 250개가 폐쇄되거나 용도 변경되었는데, 지역 당국은 이 교회들의 용도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네덜란드의 문화재청에 의하면, 문을 닫은 교회들은 종종 건물을 지역 사회를 위한 건물로 변경시키기 위한 재정이 없다고 한다.

네덜란드 어거스틴수도회의 한 수도원에는 한때 380명의 수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39명으로 줄었으며, 현재 이 수도원에서 가장 젊은 수사의 나이는 70세이다. 이 수도원은 현재 소속 교회를 팔기 위해 내놓았다.

미국의 교회 통계학자들은 지난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에서 5천 개 정도의 교회가 늘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동일 기간 실제 교회 출석 교인 수는 3% 줄었기 때문에, 미국교회는 유럽교회의 길을 따라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코넷티컷주에 있는 하포드신학교의 종교사회학자 텀마 교수는, 미국교회 출석 교인이 고령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미국교회는 30년 이내에 유럽교회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덜란드의 도시 아르넴에 있는, Skate Hall로 변신한 교회를 소유하고 있는 천주교회는, 건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재정을 감당할 수 없어 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교회 지도자들은 다만 이 교회 건물이 카지노나 퇴폐업소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Skate Hall을 지원해 왔던 아르넴시의 부시장은 이 교회 공간이 계속 Skate Hall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 파발마 2.0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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