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생사관(2) 이단에 남아있는 재래적 생사관
Ⅱ. 이단 속에 살아남은 재래적 생사관
새로운 종교 속에 재래종교적 요소가 혼합되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래종교적인 요소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합적 요소가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혼합주의’로 국제적으로 이단이 된 통일교에서 발견되며, 그의 영적 기원이 되는 초기 메시아 운동의 교주 김백문부터 오늘의 기독교 이단들 속에 재래무교적 강신신앙과 사후귀신론, 인간신격화와 신인결합사상이 그대로 흐르고 있다.
김백문이나 문선명은 예수 그리스도를 신적 인간이 되어 자녀들을 출산해야 하는 인류의 조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신인결합사상, 인간신격화, 귀신 숭배와 메시아 운동을 위해서 교리가 구체화되어 있다.
1. 통일교의 원조 김백문의 무교적 생사관
무교의 귀신신앙은 한국 초기 기독교 이단인 김백문에게 전승되었다. 박태선과 문선명의 스승인 그는 경기 파주에 ‘이스라엘 수도원’을 세우고, 철학체계가 없던 무교의 교리를 기독교 교리에 기대어 대강 체계화하였다. 김백문의 인간관은 그가 『성신신학』 서론에서 밝힌 것처럼, 사람과 “신령과의 실재적 상관”을 체험적으로 가진 신학이다.
그러면 그의 신령과의 체험에서 나온 인간관은 무엇이며, 그가 말하는 3위1체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는 하나님이 성신위 격으로는 “직접적으로 사람의 속에 입류함”으로써 “각 위가 윤회적으로 역할하신다”고 한다. 그는 신의 “세 가지 역할(천부의 역할, 그리스도의 역할, 완성 역할)”을 주장하며, 성령이 하나님의 1위신인 것 같이 예수 그리스도도 “3위1체신의 제1위”라 하고, 이 하나님이 “제2의 아담”으로 변하여 인류의 “종조(宗祖)가 되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3위일체론을 양태론과 범신론으로 왜곡시키려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조상”이라는 것은 “신의 자녀를 위한 새로운 신적 혈통의 시원”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신적 혈통”이라는 말속에는 그의 저서들이 밝혀 주는 무교적인 강신 체험과 출산신앙, 그리고 마귀적인 범성욕주의(Pansexualism)가 결합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통일교에 전승되어 완성되었다.
단군신화에서 묘사되는 단군의 신적 기원과 불사신앙 및 신선신앙과 병행하여 김백문은 이 땅에서 신적 혈통을 이루고 스스로 신이 되려는 교리를 만든 것이다. 김백문의 강신교리와 출산신앙을 차례로 살펴보자.
a. 강신교리
김백문은 성신의 대상은 그리스도인이라 하고, 성신이 “그 속에 입류”하여 에덴 타락 전의 아담 인격을 복귀한다고 한다. 이 사상은 문선명의 강신사상도 마찬가지이다. 김백문은 이렇게 “신과 사람이 일체되는 것”이 영생 자격을 복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속죄로만 영생이 취득되는 줄 아는 것을 비판한다.
그는 “성신 받는 것”을 “신과의 현실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고 “성신 내림을 체득”함으로써 인간은 하나님과 같이 살게 됨을 체험한다고 한다. 또 하나님과 일체가 되는 것은 “성신이 수령자 안에 입류”하고 동시에 “수령자가 성신 안에 입류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성신”은 한 번 입류한 수령자의 심령에서 영원히 부동하는 것이 아니라 또 유리한다고 한다.
위에 기록된 김백문의 “성신관”은 무교적인 귀신체험을 통한 그의 강신신앙을 나타내고 있다.
b. 출산신앙
김백문의 생사관은 그의 구원관에서 나타난다. 그는 “생식”을 “영생적으로 종족으로 보존”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은 죄악이 유전된 혈통으로 나지 않는 자녀라고 하며, “혈통절단”을 통해(예를 들면) “박씨 자손”이 “예수의 혈통성”으로 새로 나야 할 것을 가르친다. 예수의 혈통을 받기 위해 기존 혈통을 절단하여 처자를 버리는 것과 동시에 “독생자에게서” 제2, 제3의 자녀가 번식할 것을 목적하는 것이다.
인간의 피가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혈통이환”을 해야 되는데, 그는 이것을 “접붙임”이라 설명한다. 김백문은 이상과 같이 혼인과 출산의 도식 위에 “혈통이환”-속칭 피가름-이라는 신비적이고 육체적 결합이라는 예식(체례)을 통해 신적 혈통을 받은 자손을 번식하여, 누구나 이 종자를 받아야 하는 “만인 구원”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김백문의 이러한 신앙은 고대 근동 지방의 “거룩한 혼인”이나 가나안 출산신의 상징이던 송아지 숭배, 한국 무속 문화에서도 발생한 건국 신화들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이성관계적 신인결합사상과, 출산신앙을 그대로 간직한 것과, 무교적인 강신의 신비, 즉 귀신 숭배와 그 체험을 기초로 하여 교리화한 무교의 교리이며, 동시에 혼음 교리이다.
이 원리에 의해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적 인간이 되어 자녀들을 출산해야 하는 인류의 조상으로 소개하였다. 그의 제자 문선명은 그의 교리를 그대로 전승하여 신과 가치가 동등하다는 “참 부모”로 등장하고, 수천 명씩 합동결혼식을 거행하면서 재림주 역할을 하는 국제 이단으로 성장했다. 김백문에게 전수된 무속적인 영혼불멸신앙과 강신신앙과 신적인간관은, 자칭 기독교라는 문선명의 통일교에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2. 통일교의 인간관과 생사관
문선명의 영적 스승 김백문에게서 뚜렷하지 않았던 인간의 생사관은 문선명에게 와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문선명의 가정 배경은 무교적 농가였다. 그의 형인 용수는 정신질환으로 죽고, 그의 누이도 정신이상이었다. 이 일로 그 가정은 기독교로 옮기게 된다. 그는 한풀이 무교적 배경에서 “한 맺힌 하나님”과 “한 맺힌 예수님”을, 그리고 귀신의 강신 현상에서 “성령”관을 얻게 되었다. 그는 16세 되었을 때 예수님을 만나 “예수의 못다 이루신 일을 계승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할 사명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죽은 영혼, 즉 귀신과 접하듯 세례 요한도 예수님도 만났다고 한다. 그가 만났다는 예수님은, 물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몸 없는 ‘죽은 혼’을 말하는 것이다. 마치 무당이 죽은 영들을 만나는 것 같은 것이다. 여기서 사후에 귀신이 된다는 무속신앙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문선명은 완전한 사람은 하나님과 일체가 되어 신성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며, 모든 인류가 신이 되려면 예수님이 부인을 맞아 “참 부모”가 되어 타락한 인간을 중생케 하여 “그들로 하여금 원죄를 청산하고 하나님을 중심한 실체적 삼위일체가 되게” 한다고 함으로써, 인간이 신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통일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의 영혼이나 죽은 영혼들에 대한 교리를 살펴 보자.
영인체는 육신을 떠나서는 성장할 수도 부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지상의 육신 생활에서 완성하지 못하고 타계해 버린 영인들이 부활하기 위하여, 지상에 재림하여서 자기들이 지상의 육신 생활에서 이루지 못하였던 그 사명 부분을, 육신 생활을 하고 있는 지상의 성도들을 협조하여 그것을 이루게 함으로써, 지상인들이 육신을 통하여 대신 이루어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위의 글은 무교의 귀신관이나 강신체험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문 교주는 인간의 육신은 죽은 후에 흙으로 돌아가도, “마음”에 해당되는 “무형 실체의 존재”라고 하는 “영인체”는 무형 실체 세계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는 육신의 죽음이란 “옷이 더러워지면 벗어버리는 것 같이 육신도 노쇠하면 벗어버리는 것”이라고 하며, 죽음이란 죄의 결과로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창조 원리라고 한다.
그러나 육신은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것은 죽은 영인체가 강신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귀신들의 강신 내지 접신 형태를 통일교에서는 “재림”이라고 한다. 그는 재림한 귀신들이 산 인간의 몸 속에서 성장 완성되기까지 자란다고 한다.
문선명은 구약 시대에 죽은 영혼들이 메시아 강림 후 전부 지상에 내린다고 주장했다. 문 교주는 그 예로 말라기 4장 5절, 마태복음 11장 14절과 17장 13절을 들며, 예수님도 “재림한 엘리야”가 바로 세례 요한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엘리야가 세례 요한에게 재림하여… 협조”하였다고 한다. 세례 요한의 육신은 곧 엘리야의 육신의 대신(代身)이 되었다는 것이다. 세례 요한은 그러므로 “재림 엘리야로 온 분”이라고 한다.
문 교주는 원리해설에서 강신 현상을 더욱 명백히 나타냈는데, 악령인체는 악한 지상의 영인체에 들어오고, 석가나 죽은 불교 신자의 영은 불교인과 접하고, 공자나 죽은 유교 신자의 영은 유교인과 영통하고, 예수 믿는 사람은 “낙원에 있는 영인들과 교통”하거나 “예수님과 직접 면접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바울”, “베드로”, “감람나무”, “생명나무”, “미륵불”, “공자”, “최수운”, “서산대사” 등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역시 이러한 영인들이 그 개체를 협조하기 위하여 재림한 까닭이라고 한다.
문선명은 사도행전 2장 17절, 유다서 14절, 누가복음 1장 17절도 모두 무교적으로 풀이한다. “말세에 내가 내 영으로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행 2:17)”를 그는 “말세에는 내가 내 영을 많이 부어 줄 것이니…”라고 하며, 말세에는 아버지의 영을 많이 부어 주시마 약속하셨다는 것이다.
문선명에게는 변화산에서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도 귀신이고, 그와 대화했던 예수 그리스도도 몸 없는 한 귀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통일교 초대 미국 선교사였던 김영운 역시 바울이 다메섹에서 본 예수 그리스도를 육신의 몸이 분쇄된 하나의 죽은 귀신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통일교인들은 인간의 영적 수용력(geistige Kapazität)을 복구하여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교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죽은 귀신인 “예수”의 계시를 받은 문선명에 의해 세워졌고, “성신”과 귀신을 혼동하여, 지상에 내려와 사람들 속에 들어가 공생하는 죽은 사람의 영들을 “성신”이라고 설명하는 바와 같다.
보잘것없는 하나의 이단 속에 이와 같은 강력한 귀신신앙이 구절구절이 자리잡고 있음을 볼 때, 전통종교의 신앙적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된다.
3. 무교와의 혼합주의 기독교 생사관
위와 같은 무속신앙은 일부 기독교인의 생사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1년 2월 7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제7차 WCC 총회에서 이화여대의 정현경 박사는 버림받은 애굽인 하갈의 영으로 시작하여 예수의 영과 더불어 20여 한 맺힌 영들을 함께 초청하면서 ‘성령이여 오셔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다. 그는 신학정책협의회(1991,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필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성령과 죽은 사람의 영과의 관계를 “붉은 장미와 그 붉은빛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기독교 선교의 출발점이 되었고 세상에서 유일한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부활은 무속 문화권에서 이와 같이 몸 없는 영혼의 불멸 사상에 의해 일종의 귀신론으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계속>
/이동주 박사(선교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