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따라 내려주시는 이른 비와 늦은 비 은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27)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여호와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신 11:14)

이스라엘은 지중해성 기후와 아열대성 기후가 교차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건기의 여름과 우기의 겨울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5월 중순경에 시작되는 여름 동안 이스라엘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고 고온 건조한 날씨만이 계속된다. 그러나 10월 중순경부터 시작되는 겨울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5개월 가까이 지속된다. 하늘의 비만을 의존하여 경작하는 이스라엘 농업은, 겨울 우기 동안만 가능한 셈이다.

겨울 우기 동안 내리는 비는 세 종류로 구분된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내리는 이른 비(10월 경)와 겨울 우기가 끝나는 마지막 기간에 내리는 늦은 비(4월 경), 그리고 이 두 기간 사이에 내리는 겨울비 등이 그것이다. 겨울비를 장맛비라고도 부른다.

이 세 종류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비가 겨울비이다. 이른 비와 늦은 비가 각각 전체 강우량의 15%에 불과한 반면, 겨울비는 7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성경에서 양이 훨씬 적은 이른 비와 늦은 비가 강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록 강우량은 미미하지만, 그것이 농작물에 끼치는 영향과 중요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즉 이른 비가 내려야만 여름 동안 메말라 있던 땅이 젖고 부드러워져 파종이 가능하게 된다. 늦은 비는 겨울 우기 동안 자란 곡식들을 더욱 충실하게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비록 적은 양이긴 하지만, 적당한 때에 내리는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농작물 재배에 있어서 많은 양의 겨울비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비는 인간 삶과 직결된 필수적 요소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두의 목이 타게 되어 있고, 삶은 가뭄으로 인하여 핍절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비를 내려 주신다는 것은 곧 이스라엘에게 주시는 가장 큰 은혜요 복이다.

그런데 그런 하나님의 은혜와 복 가운데 더욱 중요한 것은, ‘양’의 겨울비가 아니라 ‘질’의 이른 비와 늦은 비이다. 이것은 성경의 강조점이 양보다 기능과 역할에 있음을 보여준다. 성경이 때를 따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주신다고 하신 것이 그 때문이다. ‘때’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에트’로서, ‘대답하다’를 의미하는 ‘아나’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곧 ‘에트’는 필요에 부합하는 최적의 때라는 뜻이다.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결정적 기회의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이다.

때를 따라 비가 내린다 하여도, 그것이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은 아니다. 파종과 가꿈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회와 여건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성실한 노력을 의미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라”(신 28:12)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때를 따라 은혜와 복을 내려 주신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런 은혜와 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결과까지도 주실 것이라는 일방적인 기대감을 갖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 주시는 것은, 우리에게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열어 주신다는 뜻이다. ‘복’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베라카’는 기본적으로 ‘생산성의 회복’을 뜻한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변함없이 때를 따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우리에게 내려주신다. 그러나 우리들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의도나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기회와 복을 거부하는 셈이 된다. 하나님의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겸손한 마음,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래를 향하여 우리의 꿈을 정성껏 심고 가꾸는 성실한 손, 그리고 미래에 주어질 결실을 인내로 바라보며 기다리는 깊고 깨끗한 비전의 눈, 이것이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추어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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