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기독교인들이 고위 공직에 오를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종교편향’ 논란이, 이번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를 향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는 국민들 사이에서 기독교계의 위상과 이미지가 이처럼 추락해 버렸는가 하는 자괴감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거짓된 것까지 옳다 하거나 부당한 것까지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다종교사회에서 공직자의 종교편향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종교편향은 그 사회와 국가는 물론, 편향으로 인해 당장의 이익을 얻은 해당 종교에도 궁극적으로는 결코 유익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종교편향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종교편향이란 특정 종교에 대해서만 유독 합당한 이유 없이 이익 혹은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 신앙적 발언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황교안 총리 후보, 그리고 지금껏 수많은 기독 공직자들이 종교편향 논란에 시달렸던 이유는 대부분 왜곡, 과장, 거짓, 무지, 오해 등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너무나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황교안 후보의 경우를 보자. 그에 대해 종교편향적이라고 비난하는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신학을 공부한 전도사라는 점, “교회법이 사회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발언했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 계열 소망교도소 설립을 주도하고 여기에 특혜를 줬다는 점 등이다.
먼저 첫 번째 이유는 너무나 비합리적이니 논외로 치고, 세 번째 이유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 황교안 후보가 소망교도소를 설립한 (재)아가페 이사였던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는 각계 100여 명의 지도자들이 동참했고 황 후보는 당시 법조계 전문가로서 자문 역할을 한 정도에 불과했다. 소망교도소 측은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는 수용인원 50명 증원을 마치 특혜인 듯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이 사업이 보조금사업이 아니라 위탁사업이기 때문에 정당한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세상법과 교회법’에 대한 견해도 허위이거나 왜곡된 측면이 많다. 몇 년 전 황 후보가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요단)>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세상법보다 교회법을 우위에 두는 듯한 표현”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 이 책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황 후보는 책 속 ‘교회법과 세상법, 어떤 것이 우선될까?’에서 교회법과 세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교회법이 우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법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 발생하여 교회 내부에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문제는 세상법이 교회 분쟁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 외부에 대하여 발생한 법률문제나 교회 내부 문제라도 교회 외부에 영향을 주거나 관련을 갖는 사안에 대해 세상법은 이를 일반사항과 동일하게 세상법의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다만 종교단체 관련 사안이라는 점을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는 또 “세상법 우선적용 자체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기독교인도 역시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활동하므로 헌법 37조에 따라 그러한 바람이 다 충족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어도 종교의 자유를 상당한 정도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일단 국가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그 범주 안에서 종교활동과 신앙생활을 하면 된다”며 “이것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눅 20:25)’라 말씀하신 예수님의 교훈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교회 분쟁과 화해’를 부제로 하고 있는 이 책의 서문에서 황 후보는 “법을 미리 알면 교회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만일 교회 안에 분쟁이 발생했더라도 일단 법을 알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하나님을 섬기는 법조인으로서 교회분쟁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속에 책을 저술하게 됐고, 모쪼록 이 작은 노력이 교회를 질서 있게 하고 교회 분쟁을 예방하여 성도들이 편안하게 교회생활을 하는 데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황 후보에 대해 종교편향을 논하려면, 그가 공직생활을 하던 중에 개신교에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개신교 외의 종교들에 대해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기독교인들에게 교회 분쟁의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집필한 책 내용 중 신앙적 표현을, 그것도 앞뒤를 자르고 왜곡해 문제를 삼는다면 억지에 불과하다.
기독 공직자들에 대한 종교편향 주장이 대개 이와 같은 식이다. 실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닌, 말꼬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기독교 집회 포스터에 이름과 사진이 올랐다는 이유로, 혹은 한 교회에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도중 대통령을 “주님의 아들”이라고 표현했다는 이유로 종교편향 시비를 건 일도 있었다.
그 와중에 기독교를 향해 주도적으로 종교편향 논란을 제기해온 불교계의 경우에는 전통문화 보존 등의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꾸준하게 실질적인 유익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견지동 역사관광자원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 2013년부터 2022년 사이에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 주변을 묶어 역사문화공원, 10·27법난 역사교육관, 템플스테이 체험시설, 관광버스 주차장 등을 갖추는 데 3,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평가한 이들 중 그 이유로 ‘종교편향’을 꼽은 이들은 2%에 불과했다. 더욱이 응답자 종교별 황교안 총리 후보 지지율을 보면 오히려 불교(45%)가 개신교(35%)보다 더 높았다. 국민들 절대다수는 황 후보가 전혀 종교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처럼 일각에서 요란하게 종교편향 주장을 하는 데에는 분명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억지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부화뇌동하는 것도 문제다. 다른 종교인들의 경우 기독교만의 정서와 용어 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러는 측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같은 기독교인들끼리 이를 시비하는 것은 도에 어긋난 일이다. 이런 논란이 결국 기독 공직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교회 전체를 침체시킬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불필요한 갈등만 가져다 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공직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올바른 인격과 가치관, 그리고 업무수행능력이다. 만일 이러한 자질에 결정적 하자가 있다면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설령 그가 같은 종교인이라고 해서 그를 감싸려 해선 안 된다. 그런데 단지 자신과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공직자의 근본 자질과는 무관하거나 왜곡·과장·허위 정보로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