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마지막 종소리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필자는 자녀들을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대학까지 러시아 통으로 키웠다. 1990년대 초 자녀를 러시아 유치원에 보내니, 한 동료는 “한국학교에 보내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어떤 이는 “영어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면서 국제적인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고 권면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러시아 현지 학교에 보냈다. 외국인이 전혀 없는 학교에 나의 자녀들만 다니니,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의 호기심이 나중엔 인종차별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여 “얼굴이 누런 동양인”이라고, “눈이 찢어졌다”고 놀리곤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그러한 일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고 잘 적응하였다. 

학교는 아침 8시 반에 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시간을 마치면 아이들에게 아침을 제공한다. 적절한 시간에 음식을 제공하는데,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세 번은 아침 첫 시간에 체육을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의아하였다. 아침부터 뛰고 땀을 흘리면 하루종일 피곤해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아침 운동이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여 학습의 능률을 올린다는 학자들의 보고를 읽고, 오히려 공감을 하게 되고 교육이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심 후에는 한 시간씩 숲속을 산책한다. 선생님과 함께 거닐고 뛰면서, 마음껏 놀고 재잘거리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어떤 학생도 선생님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을 보게 된다. 졸업식장에서는 “두 번째 엄마”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들 울먹이는 것을 본다.

아침을 먹고, 아침 시간에 체육을 하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은 아들이 한국에 방문하여 동갑내기 조카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조카들이 러시아에서는 몇 시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느냐고 질문을 하였다. 아들 녀석은 아무 생각 없이 세 시라고 하였다. 그러자 한국의 조카는 놀라면서 “우리보다 더 늦게 오네” 하더란다. 

“너는 몇 시에 오는데?” 되묻자 “우리는 두 시 정도”라고 하더란다. 좀 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러시아에서는 오후 세 시이고 한국에서는 새벽 두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서로가 놀랐다고 한다. 그렇다. 러시아에는 고3 아이가 보통 오후 세 시면 집에 온다. 학과목이 적은 것인가 하고 아이의 학습 일정 노트를 살피니 21과목이다. 

우리 아이들은 도무지 한국의 교육을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왜 그렇게 하루종일 공부를 하는지, 뭐 그렇게 할 것이 많은지 질문을 해댄다. 언제 놀고 게임하며 쉬느냐고 질문한다. 

러시아에는 겨울방학이 없다. 눈밭에 스키를 타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 학교에 스키 타고 갈까를 생각해 보면, 이 아이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러시아에 산다고 다 이렇게 스키를 타고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학교에서 매일 체크하는 성적을 잘 받지 못하여 투덜거리고, 엄마와 씨름하기도 한다. 그러나 러시아 학생들의 중등 과정은 매우 행복한 시절이라고 본다. 이곳에서도 학업 성적을 가지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다. 극소수이지만, 엄마의 치맛바람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사람 사는 어느 곳에나 있지 않은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보면서, 대체적으로 학교 교육의 시스템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유감없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나누고 발표하는 것이나, 학업의 시간 편성이나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방과 후에는 원하는 이들은 언제나 음악·예술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계발한다. 이 또한 멋진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 비용은 거의 무료 수준이다. 두 아이가 함께 다니면 절반가이고, 세 아이가 함께 다니면 무료이다. 몸이 아픈 아이가 있으면 선생이 집으로 찾아와서 교육한다. 멋진 일이 아닌가? 

이제 6월이 되면 졸업 시즌이다. “마지막 종소리”라는 띠를 두른, 고등학교 졸업식 현장은 학생들이 주도한다. 모든 순서를 학생들과 선생이 함께 작성하고 진행한다. 졸업식장은 아이들의 발표회 시간이고, 노래와 춤, 그리고 댄스로 마지막 소중한 시간들을 장식한다.

한 사람씩 나와서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선물을 건네고, 초등학교 때부터의 역사를 영상으로 나누고, 추억하며 웃고 떠든다. 축제와 즐거움의 현장이다. 졸업식을 마치면 저녁에는 카페에 가서 선생님과 부모들과 같이 밤을 새우며 즐긴다. 러시아의 초·중등 교육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책과 씨름한다. 한 과목 기말고사를 위하여 20권의 책을 읽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살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저력이 이러한 곳에서 나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 6월, 곧 졸업 시즌이다. 마지막 종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기나긴 3개월 방학에 들어간다.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유럽으로 나가서, 3개월 동안 인생과 세상을 경험하며 배운다. 날로 푸르름을 더해가는 6월의 러시아는 매우 화창하고 정말 참 아름다워라!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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