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메르스의 공포 속에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최근 메르스로 인해 온 국민이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확산되는 전염을 좀처럼 막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버스로 확산되고, 배로 확신되고, KTX로 확산되다 보니 급속하다. 더 이상 안전망이 없다. 현재 강원도와 제주도만 청정지역이라고 하지만, 그게 며칠이나 갈지?

오뉴월에 내린 메르스 한파는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다. 공공장소에 가는 것이 꺼려진다. 가게마다 몸살을 앓는다. 관광객의 발걸음도 뚝 끊기고 있다. 어느 바이어가 한국 땅을 찾으려 하겠는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인 손길은 막대할 것이다.

사람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심리적 공포심은 일상생활을 깨고 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기도 두렵고, 가족이 아파도 병문안도 갈 수 없다.

어제 예배에는 그 어느 때보다 결석자가 많았다. 그렇다고 예배에 빠지지 말라고 강권하기도 힘들다. 교회에서 얼굴을 볼 때, 예배를 마치고 나갈 때, 반갑게 나누던 악수도 금지하니 너무 어색하다. 짓궂은 성도 가운데는 ‘목사님 저는 괜찮아요’라며 그래도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정부와 지자체에서 좀 더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컨트롤타워 탓을 하는데, 이 참에 근본적인 사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해 주었으면 한다. 병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숨길 때, 국민들은 더 큰 공포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보 사회에서 신문이나 방송은 긍정적 영향도, 부정적 영향도 갖고 있다. 정보를 빨리 공유함으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페북이나 카톡을 위시한 SNS를 통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짓이나 정확하지 않은 부풀린 정보가 돌아서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상당한 사회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정적 영향을 통해 긍정의 효과를 만들어가는 지혜도 가져야 할 것 같다. 빠른 정보력과 전염성이 갖고 있는 힘이 정부 당국의 무사 안일한 처방에 일침을 줄 수도 있다. 쉬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SNS를 통해 번지는 이런저런 말들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은 부정을 갖고 원망하고 불평할 때가 아니라, 부정에서 긍정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참에 생각해 보고 싶은 게 있다. 마음과 영혼의 메르스 점검이다. 마음과 영혼을 파괴시키는 악성 바이러스를 방치할 때, 사단의 심각한 노리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음과 영혼의 메르스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세상에 뿌리 깊게 내린 세속화, 하찮게 여기는 사소한 거짓,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은 보이지 않는 우상,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태도,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사고. 이 모든 게 마음과 영혼의 메르스가 아닐까?

영적 메르스가 한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도 진단도 하지 않고, 처방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지금 창궐하고 있는 메르스에는 ‘정부가 뭐하는 거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 사회를 좀먹고 있는 메르스.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불안과 공포로 몰고 가는 메르스. 우리네 경제를 저 밑바닥으로 몰아치고 있는 메르스. 이걸 넘어서 우리네 마음과 영혼과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거룩한 전염을 확산해 갔으면 좋겠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을 확산하는 것 말이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 교회로 출근했다. 전도사님이 다가와서 말했다. “목사님, 어느 분이 어떤 성도님 치료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100만 원을 주셨어요. 아무도 모르게 해 달래요.”

지난 수요예배에 오셔서 전도사님에게 돈을 드린 모양이다. 그는 요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 힘들다 보니 힘든 사람이 더 마음이 다가왔을까? 아니면 동병상련의 마음이 작용한 것일까? 상처를 갖고 아픔을 당한 사람이 진정한 위로자가 될 수 있듯이.

그 전 주 목회칼럼에 어느 성도님의 간증을 함께 나누었다. 그 간증을 읽었으리라. 충분히 공감이 되었으리라. ‘보험도 들지 못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에 성령께서 감동을 주셨으리라. 성령께서 감동을 주셔도 즉각 순종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분은 주저하지 않고 순종으로 옮겼다. 하나님은 그런 감동을 통해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 가실 것이다.

아름다운 교회에는 이런 성도가 많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 줄 아는 성도. 다른 성도의 힘겨움을 볼 줄 알고, 함께 짐을 짊어질 줄 아는 성도. 나의 필요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느낄 줄 아는 성도. 그래서 자신의 것을 내놓을 줄 아는 성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한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 6:2).” 그리스도의 법! 이게 우리네 관심이다. 그리스도의 법이란 무엇인가?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이다.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4-15).”

그리스도인은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성령과 복음으로 죄와 율법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저주와 죽음에서 자유하게 되어다. 사단과 어둠의 영들에서 해방되었다. 더 이상 신음만 할 수 없다. 더 이상 정죄만 할 수 없다.

바울은 그 자유를 죄를 짓는 데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해야 한다(갈 5:13).” 그리스도인은 이제 성령 안에서 새로운 종이 되었다. 결코 서로 물고 뜯음으로 자유를 육체의 기회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을 성취해야 한다.

사랑의 법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 ‘짐’을 져야 한다(갈 5:2). 여기서 ‘짐’은 ‘너무 가혹하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나 짐’을 말한다. 이 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신학자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①범죄로 말미암아 스스로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가리킨다고 보기도 한다. ②그리스도인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시험이나 인생의 좌절로 보기도 한다. ③죄를 짓도록 유혹하거나 영적으로 억압하려는 세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짐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혼자 지기 버거운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대는 사람들의 짐을 져 주는, 거룩한 전염을 유포해야 한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거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짐을 져 주시겠다는 것이다. 죄의 짐도, 육제적인 질병의 짐도, 마음의 병의 짐도, 관계에서 오는 무거운 짐도, 영원한 형벌의 짐도 다 짊어지려고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것을 온전하게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 놓으셨다. 우리네 인생과 우리네 공동체를 예수 그리스도의 품에 의지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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