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통 생사관, 범신론적 유불선 틀 안에서 형성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인의 생사관(5·끝) 생사관의 비교와 결어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Ⅲ. 생사에 관한 성서적 의미

인간의 죽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성서적 증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간의 죽음이란 생물학적 삶의 끝이거나 떠돌이 귀신 노릇의 시작이 아니다.

첫째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성서적 제시는 두 가지다. 몸(복음서적 개념의 soma, 바울적 개념의 sarks)의 죽음과, 영혼(psyche)의 죽음이다. 70인역 성서에도 범죄하는 영혼(psyche)의 죽음(겔 18:20)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이 죽음이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과의 영원한 분리이며, 범죄한 자들이 자기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 불못에 던지우는, 계시록(20:14 이하와 21:2)에 기록된 둘째 사망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망은 죄의 값이며(롬 6:23), 이 사망에 해당된 자들은 ①하나님을 모르는 자들과 ②우리 주 예수의 복음을 복종치 않는 자들이다(살후 1:18). 또 이러한 사망은 죽은 영혼에게만이 아니고 산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현재 하나님을 떠나 있는 사람들과(눅 15:24)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죄인의 현재적 상태가, 바로 성서가 가르치는 죽음의 상태이다(엡 2:1, 요 5:24).

둘째로 “다 이루었다(요 19:30)”고 말씀하신 후 운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먼저 그가 오시기 6세기 전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예언하신 바와 같이 속죄를 위한 죽음이고(사 53:4-12), 그 예언대로 ‘사망 선고를 받고 멸망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대속물(lytron)로서 바쳐진 것이다(막 10:45).

그러므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점과 흠이 없는 지극히 거룩한 보혈이며(히 9:12-14, 22) 새 언약의 중보이다(히 9:14하, 고전 11:25). 성경은 이러한 언약의 피를 부정히 여기는 자에게 형벌을 선포하고 있다(히 10:29). 그러나 한국 재래종교들의 영혼불멸신앙은 타락론도 없고 형벌이나 속죄론에 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약 2:19, 막 1:23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란 무덤 파수꾼들이 형벌 대신 뇌물을 받은 사건이고, 시체가 누워 있지 않은 빈 무덤의 사건이다. 제자들은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워하였으며, 성경은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부활을 알았을 때에는 무척 기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눅 24:36-43).

우리 몸의 부활이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용서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는 새로운 몸이다(고후 5:1-4). 이 몸은 이전 것과 달리 썩지 않는 몸이며(고전 15:53), 이 몸을 바울은 ‘육의 몸(soma psychikos)’에 대립된 ‘영적인 몸(soma pneumatikos)’이라고 한다(고전 15:44). 육의 몸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나(고전 15:50), 이 영적인 몸은 죽음에서의 부활체이며 마지막 날에 순식간에 변화될 몸이다(고전 15:51하, 살후 4:16-8). 그리스도의 변화산상의 체험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부활 신앙은 성육신 신앙이나 창조 신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능성을 초월한 하나님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그러나 영혼이 없는 육체를 사람이라 하지 않고 송장이라 하고, 육체가 없는 영혼을 사람이라 하지 않고 귀신이라 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은 영혼과 육체로 만들어져 있고, 타락한 인간이 회복될 때도 본래적인 하나님 형상의 회복과 육체의 회복을 다 포괄하는 것이다. 이 육체는 부활에 의해 비로소 회복된다.

칼 바르트는 우리가 ‘영적인 몸’으로 부활하는 것은 결코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라’며, ‘순수한 영적 상태(Geistsein)’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영적 몸(쏘오마 프뉴마티콘)으로 부활할 것을 명백하게 말하고 있다. 첫 번의 몸이 부패하고, 천하고, 약하며, 육체적이며, 나 자신의 것이었는 데 비해, 영적인 몸은 첫 번의 몸이 아닌 ‘새로운 인간’이며 하나님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죽은 자의 부활’ 사건만이 아니라, 그의 교의학(Kirchliche Dogmatik) 4권 1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구속사적인 의미에서 진지하고 명백하게 다루고 있다. 바르트가 죽은 후에 영혼만 남아 불멸한다는 사상을 이방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영혼도 육체와 마찬가지로 무가치해졌으므로 죗값과 벌과 심판으로 죽음을 당하게 되었으며, 부활이란 영혼이 몸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몸과 함께 해방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어

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한국 재래종교들의 생사관은 죽어 귀신이 된다는 샤머니즘과, 불교의 윤회론 및 영혼불멸사상과, 순수불교적 무심(無心)론과, 신유교의 영혼산화론과, 태극에서 나와서 태극으로 돌아간다는 사상들이 병존하고 있다. 무교는 ‘귀신’의 역사와 사후의 세계가 있음을 믿으나, 내세를 정의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무교신앙의 형태는 따라서 현재적 기복 신앙과 연관된 조상숭배와 귀신숭배이다.

샤머니즘의 문화적 산물인 단군신화는 올바른 인간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창조물로서의 인간과 타락에 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인간과 귀신과 신에 관해서 본질적인 구별을 두지 않는다. 단군이 신적 혈통으로 출생했다는 것과, 다시 산신이 되었다는 신화는 무교의 인간처럼 생각한 신과 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인간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무교적이고 신화적인 인간관이 국민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우상숭배와 귀신숭배이며, 그러한 신앙은 창조신앙과, 죄와, 심판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관한 진리를 전해야 할 사역의 불가피성을 제시한다.

석가모니의 입멸 후 소승불교 재가자들은 부처, 불탑, 유골 등을 숭배하기 시작했고, 불교가 지역적으로 확장됨에 따라 대승불교가 발전하여, 석가모니를 포함하여 무수한 부처와 보살들과 신들을 숭배하는 혼합불교가 되고, 불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상관없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러므로 불교에도 신(神)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神이 있다고도 대답하고 없다고도 대답할 것이다. 그 神들은 우주 창조자도 아니고 절대자도 아닌, 6道를 윤회전생하는 중생들일 뿐이다. 불교에도 구원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구원”이 있다고도 대답하고 없다고도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 구원은 속죄의 사실과 역사적 근거를 가진 하나님과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苦)와 업보에서 스스로 탈출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는 창조론을 거부하는 무신론 종교이기 때문에, 인간을 창조된 것도 아니고 구원받아야 할 자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불교는 인간의 생사 문제를 연기(緣起)의 법칙에 의해 끝없이 윤회전생하는 무상한 운명으로 여길 뿐 아니라 동시에 해탈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구원이라는 해탈 또는 열반의 상태란 참다운 구원이 아니라, 그들의 말 그대로 멸아이며 멸망이다.

문제는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성경(렘 17:9)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하나님을 잃어버린 무신론자들의 허망한 우상숭배와 거짓된 종교철학에 있다.

‘유교에 신이 있는가, 유교에도 구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것은 유자들의 반발을 받을 것이다. 유교는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지도 않고, 그의 구원을 기다리지도 않고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유교 철학 속에는 구원해주는 초월적인 신이 있거나 다스려주는 창조자도 없다. 이들의 생사관은 낙관적이고 운명적이다.

유교의 범신론적 세계관 위에 세워진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 유교 인간론의 기초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인간 속에 절대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인간이 타락한 아담의 후손이라는(창 3) 원죄의 사실에 관해 무지함으로, 무신론적으로 윤리적 완성을 통해 스스로 구원을 성취해야 한다. 유교는 시발점부터가 도덕적으로 완성한 이상적 인간상을 실현하고 이에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평화로운 인류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인합일의 경지이며 대동사회라는 유토피아이다.

전통적 한국인의 생사관은 이 같이 무교적인 귀신신앙(spiritism)과 범신론적인 유불선교의 틀 안에서 형성되어 창조신앙과 대립되어 있으며, 성경이 가르치는 바와 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이나 하나님과 회복된 참 생명이나 영생에 관해서 알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는 재래종교들과 같은 영혼불멸론이나 영혼산화론을 믿지 않는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죄악 때문에 내주었고 우리의 의를 위하여 살리셨음으로 인한, 영혼의 구원과 몸의 부활을 믿는 것이다(롬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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