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 현장 이야기 -영혼이 살찌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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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5월 말 초중고 학생들이 3개월간의 긴 여름방학을 시작한다. 방학을 맞은 6월에는 여러 교회들이 수련회를 시작한다. 최소한 2주간에 걸쳐서, 보통은 3-4주간 연합수련회를 연다.

1천km를 달려서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한다. 3등석 조금 후진 기차여서인지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 기차 안은 온통 열기로 가득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린다. 창문을 열면 좋겠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바람을 직접 맞는 것을 매우 무서워한다. 감기 걸릴까 걱정된다고 하거나 바람을 맞으면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문을 꼭꼭 닫는다. 열기에 숨이 콱콱 막힌다. 어이할꼬, 부채질을 하면서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새워 달린다.

현장에 도착하니 요구사항이 많다. 이틀에 걸쳐 종일 강의와 설교와 좌담,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분주하게 보낸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외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메시지를 나누고 말씀을 가르쳐 주니 무척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외국인이라는 그 자체로 벌써 매우 높은 호감을 얻게 된다.

러시아 중부 내륙지방, 모스크바와 시베리아 중간 지점인데도 기온이 영상 32도까지 치솟는다. 지역이 분지여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방 모기 천지이다. 수십 군데 물렸다. 오랜만에 외국인의 피를 맛보니 진수성찬이라고 여기는지 마구잡이로 달려든다.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 놀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모기들의 공격에 견딜 수가 없다. 온통 벌겋게 물려서 혹이 나고 가렵고 따갑고 야단이다. 어디에나 서 있을 수가 없고, 날씨가 더워서 선풍기에 의존하지만 더운 바람만 뿜어댄다. 와~ 이거 어떻게 하나? 대책이 서지를 않는다.

녹슨 수도관을 타고 흘러나오는 물을 아이들이 그대로 마셔댄다. 하도 더워서 나도 마신다. 그런데 나는 배가 아프다. 화장실은 ‘퐁당 변소’이다. 하루종일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샤워장도 없다. 아이들은 시냇가에 가서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니 별다른 샤워가 필요 없다.

아이들이 너무나 많아서 숙소가 제대로 없다. 나 역시 방바닥에 스펀지 요를 하나 깔고 그대로 잔다. 모기가 비행을 하면서 공격할 틈을 찾는 듯하다. 음식도 맞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생 개념이 부족하여, 부엌이고 식당이고 엉망이다. 현장을 누비다 보면 이렇게 한 마디로 깨끗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도 이런 때가 있지 않았는가? 새삼스럽다.

예배당은 38도의 열기로 가득하다. 모기가 쉴 새 없이 공격한다. 이러한 가운데 말씀을 선포하고 세미나를 진행한다. 300km, 혹은 500km 되는 곳에서 선생님들이 와서 수고한다. 어떤 이는 다른 도시에서 1개월 휴가를 내고 시간과 건강으로 헌신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래서 소망이 생긴다. 이렇게 섬기는 자들로 인하여 복음의 역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본다.

이 지역에는 집시들이 많이 산다. 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른다. 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 남자아이는 14세다. 그런데 부모가 돈거래를 하고 신부를 데리고 왔다. 그래서 함께 부모와 살게 되었는데, 이들이 수련회에 참석하였다.

이제 갓 14살 아이들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기가 찬다. 그 자신들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살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발생한다.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인다. 그들은 이것을 소위 문화라고 한다.

그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신청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지, 자신들의 갈등과 삶을 이야기한다. 기가 찬 인생이다. 아직 많이 배우고 먹고 뛰놀며 살아야 할 청소년들이, 벌써 부모의 계획대로 결혼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길을 잃어 버렸다.

말씀으로 가정생활에 대해 권면한다. 문화 속에 이루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여 배우고 깨달아 가면서 신앙으로 극복하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기도해 준다. 문화란 그 민족의 긴긴 역사의 결정체이다. 그런데 문화가 미개하고 무속에 기준하고 지적 수준이 낮을수록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니, 무지함이 인생을 병들게 하고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가를 보게 된다.

참으로 말씀을 통한 바른 삶을 가르치고, 위생 개념과 인생의 비전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일을 감당하는 교회의 역할은 실로 엄청난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의 소망이고 인류의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등대가 된다.

피선교지에 교회와 말씀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확실하고 기초가 없다. 그래서 저들은 와서 도우라고 손짓한다. 먼저 받은 은혜를 나누고, 진리와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달라고 요청한다. 세상을 넓고 할 일은 많다. 시간과 건강과 주어진 기회를 통하여 복음의 역사를 이루는 일에 수고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부르시고 은혜를 주시지 않았는가? 영혼이 살찌는 계절이 다가온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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