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지 이야기 –모스크바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경제·문화·교통·통신의 발달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 약 25년 전에 소련이라는 지역은 ‘철의 장막’이었기에 그저 “무섭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개혁과 개방으로 인하여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들어선 러시아는 매력덩어리의 나라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푸쉬킨,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투르게네프, 레르몬토프 등 수많은 역사의 영웅들이 탄생하고, 오늘도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전설적인 인물들이 존재하였던 곳. 그들의 삶을 느끼고 작품 세계를 감상하고 돌아보기 위하여 러시아를 여행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과 관점을 바꾸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말하였다. 또 다른 이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에는 대략 1300만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구소련 지역에서 돈벌이를 위하여 건너온 수많은 노동자로 인하여 유동인구가 많은 탓으로 본다. 모스크바는 거대한 역사가 숨 쉬는 문화의 현장이다.

세계 최고의 땅덩어리를 가진 러시아는 그만큼 매력이 있는 나라이다. 그것을 푸쉬킨은 자신의 글에서 “러시아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이다. 다만 보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라고 표현하였는데,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살아갈수록 그 깊은 뜻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가 가난한 어린 시절 재능을 살려 공부할 수 없는 형편임을 알고, 어느 묘령의 여인이 그에게 편지를 통하여 자기의 강변 별장에 가서 공부하도록 배려해 주었다는 이야기, 편안히 학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멀리서 보트를 타고서 별장 가까이 오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만족한 여인의 태도, 차이코프스키는 감사한 마음에 이름 모를 여인에게 바치는 노래를 지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거리에 지나가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당신은 푸쉬킨과 레르몬토프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고 질문하면 순간 그분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두 사람의 시간적 차이는 100년이라고 한다. 서로가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 문필가들의 필체나 내용은 매우 탁월하고 깊어서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래서 선택하기를 고민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인 것 같다.

모스크바는 가장 중심에 위치한 크레믈린이 역사·문화·정치·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은 크레믈린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크레믈린은 부활의 문을 통하여 광장으로 나가게 된다. 넓고 청명한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는 바실리사원을 보노라면, 그림과 TV에서만 보던 광경이 현실 속에 들어와 있음에 황홀함을 느끼고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인파들이 매일 이곳을 찾게 된다.

‘붉은 광장’이라고 하여서 붉은 색인가 하지만, 러시아 말의 ‘붉다’는 말 속에는 아름답다는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이다. 우뚝 솟은 시계탑이며, 러시아 최고의 굼백화점과, 모스크바강을 끼고 멀리 보이는 미술관의 전경 등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광장인 것이다. 광장 한복판에 아직도 레닌의 묘가 자리하고 있고, 주중에 몇 차례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을 침묵으로 맞이한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을 만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많은 이들이 방문하게 된다.

크레믈린 광장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거대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름하여 구세주사원(Храм спаситель)이라고 한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이곳이 수영장으로 변하기도 하였지만, 다시 역사가 바뀌어 러시아인들의 영적·정신적 산실인 구세주사원이 모든 백성들의 정성과 헌금으로 이곳에 지어져 오늘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지만, 미사 중에 찬양은 천사의 음성을 듣는 것만큼, 깊은 영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카펠라 찬양의 소리가 이처럼 감동을 주고 은혜를 끼친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라워한다.

승전기념관을 방문하면 러시아 어머니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백만 개의 크리스탈 구슬이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역사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중 전사자들이 5천만이라고 대략 이야기한다. 그 중에 2800만 명이 러시아 군인들이었다고 하니, 그 슬픔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어느 지역은 신부의 도시라고 할 만큼 남자들이 없는 도시도 있으니 말이다.

모스크바의 숲은 참으로 마음의 고향이다. 어디를 가나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 교회가 세워져 있어, 러시아인들의 삶의 중심인 것을 쉽게 보게 된다. 자연을 벗하며 시를 쓰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낭만적인 삶을 살았던 현장인 모스크바는 그야말로 매혹적인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분주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품는 넉넉함이 있다.

여행의 계절,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고, 한 번은 쉬어가야 하는 계절이다. 기회를 만들어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배우고 선교의 비전을 세워 보는 것도 매우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출렁이는 러시아·모스크바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세계인들을 부르고 있다. 생각을 넓히고 할 일 많은 세상을 경험하며 인생을 살찌게 하는 여행, 이 여름은 어떨까?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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