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갈등을 풀어가는 영적 자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갈등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심지어 함께 입사한 동료들끼리도. 주 안에서 한 몸이라 말하는 지체들 안에도. 심지어 성직자라고 하는 교역자들 사이에도. 교회 안에서 어른 된 장로들 사이에도. 심지어 영적인 거장인 바울과, ‘바울을 바울 되게 만들었던’ 화평주의자 바나바 사이에도 갈등이 존재했다. 갈등을 넘어 심각한 다툼과 싸움으로까지 번진다.

어디 그 뿐인가? 바늘과 실이라고 말하는 부부 사이에도 갈등은 피할 수 없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자녀들과도 갈등이 존재한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 갈등이다.

그렇기에 갈등이 없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다만 갈등을 풀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이 문제이다. 망치를 들고 자물쇠를 두들기는 것처럼 파괴적으로 풀어가는 이도 있다. 그러나 열쇠를 갖고 차근차근 창조적으로 풀어가는 사람도 있다. 갈등 없기를 기대하지 말고, 갈등을 풀어가는 지혜와 기술을 습득해 가야 한다.

이제 갈등을 풀어가는 영적 원리를 찾아 보자. 첫째, 싸움닭이 되지 말고 화평을 도모하라. 갈등이 일어날 때 싸움으로 몰아가지 말고 풀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린 시절 시골 마당에 놀고 있던 닭을 보면서, 가끔 닭싸움을 구경했다. 뭐가 못마땅한지 다른 닭 주변을 빙빙 돌다가 부리로 상대방을 쫓기 시작한다. 두 마리 닭은 날개를 푸드덕푸드덕거리고 날아오르면서 날카로운 부리로 상대방의 얼굴을 공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한 마리가 도망을 친다. 그러면 도망가는 닭을 뒷마당까지 따라간다.

그러나 성경은 ‘서로 노엽게 하거나 투기하고 말라’고 말한다(갈 5:26). 성령은 사랑의 띠로 하나로 묶는다. 십자가는 멀리 떨어진 유대인과 이방인을 가까워지게 했고, 하나로 묶었다. 막신 담은 확 무너졌다. 그러니 다투고 분열할 명분을 찾아서는 안 된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한다’고 경고한다(갈 5:15).

대신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충고한다(롬 12:18).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려고 해야지, 싸움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화평의 길을 걸으라고 촉구한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듯이 칼을 칼집에 꽂아야 한다.

둘째, 억울하다고 생각될 때 그리스도에게서 배우라. 우리 주변에는 까다로운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는 것도 힘들고, 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 너무 어렵다. 때로는 우리를 억울하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우겨대고, 별것 아닌 것을 확대 재생산해서 크게 부풀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비난하고 뒷말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정말 속이 상한다. 화가 치밀다 못해 분노가 일어난다. 맞대어 욕하고 싸우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런데 예수님은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않으셨다. 대신 공의로 심판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셨다(벧전 2:23). 창조자이신 예수님께서 죄인인 인간들에게 모진 수모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침묵을 지키셨다. 억울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경의 원리는 명확하다. 악을 악으로 갚고, 욕을 욕으로 갚기보다 오히려 복을 빌어야 한다(벧전 3:9).

셋째, 말씀대로 수용하고 용서하라. 비참하게 자존심을 짓밟고 무자비하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 받은 상처는 쉽사리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아로새겨진다. 때때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로 인해 가정이 몰락하다시피 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그런데 성경은 말한다.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2).”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용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용서를 생각해 보라. 일만 달란트 빚진 자가 아닌가? 그런데 일백 데나리온 빚을 진 자를 용서하지 못하고 욕하고 멱살을 잡아서야 말이 되는가?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엄청난 용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으로 용서하려고하면 실패한다. 감정은 용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용서하고 나면 가장 행복해지는 건 바로 자신이다. 반드시 용서가 가져오는 자유와 평안과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넷째, 영적 원리로 매듭 장치보다 풀림 장치를 설치하라. 암몬은 이복누이 다말을 사랑했다. 힘으로 다말을 겁탈했다. 욕망을 다 채운 후 가차없이 차 버렸다. 몰인정하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다말은 그 아픔과 상처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 그리고 친오빠인 압살롬의 집에 거했다. 압살롬은 여동생이 겪는 비참한 삶을 보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결국 암논을 살해하는 데까지 치달았다. 암논도, 압살롬도 모두 인생의 매듭 장치를 만들어 간 것이다.

영적인 자유인이 되려면 갈등의 풀림 장치를 눌러야 한다. 사울에게는 풀림 장치를 누를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풀림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풀림 버튼을 누르는 다윗을 끝까지 죽이려 했다. 결국 다윗을 죽인 게 아니라, 자신의 무덤을 파고 말았다. 매듭 장치를 만들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덫에 걸리고 만다. 어떤 갈등이든지 풀림 장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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