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역사의식 -그리스 사태를 보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요즘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위기의 유럽, 그리스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요 언론들의 칼럼을 보면 그런가 싶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듣고 바라보면 전혀 상반된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따라서, “그리스 사태가 과도한 복지 지출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IMF 지원을 받은 나라 가운데 한국만 성공하였다”든지 “그리스 국민들은 너무나 게으른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든지, 지극히 표면적인 것만 가지고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표면적으로 바라보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멋대로 해석하여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여서는 안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기에, 우리는 냉철하게 생각하고 본질을 파악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여러 상황들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그리스 사태는 부패가 원인이다. 대부분의 부패는 혈연주의·인맥주의 정치·경제 체제로 인한 것이다. 권력자는 자신을 위해 공을 세우거나 자신과 인맥이 있는 사람들을 정치 권력 핵심에 앉혀서 보상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상황을 공의와 정의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을 사사로이 이용하여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에 탈세가 만연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고 본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무너진 역사를 바로잡는 길은 진리를 통하여 공의를 세우는 길밖에 없다. 진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 지도자가 바른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서야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둘째, 그리스는 부가가치세·간접세가 너무나 많다. 즉 취약계층에게 가장 많은 세금을 걷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후진국을 탈피하고 선진국으로 들어가려는 나라들, 신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부자들은 지하경제를 통하여 탈세를 일상화하고 있다. 부자들이 정치·사회적 자본을 통하여 얻는 이익에 대하여 관대한 정책을 편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더 부를 누리게 되고, 가난한 자는 대를 이어 가난을 후손에게 전해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정치는 이러한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른 정치력이고, 세상은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원하고 있다. 그리스의 불행은 이러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들의 배만 채우고 국민이나 공동체의 이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몰지각한 정치인들에 의하여 발생한 사건이라고 본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셋째, 정치의 투명성 확보가 안 되었다. 그리스는 정치적 부패가 가장 심하였다. 모든 것은 비밀주의였다.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재정을 투자하여 방만하게 운영하였고, 지난 5년간 빚더미에 앉고서도 긴축을 하지 않았다. 시세를 읽고 판단하는 지혜로운 정치가들이 없었던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투명성 확보 부분에서 많은 노력과 대가를 지불한다. 선진국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돈 좀 있다고,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와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 기본이 안 된 사람들에게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도 결국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도 역시 투명성 확보에서 실패한 뼈아픈 사건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나 투명성 확보에서 실패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톡톡하게 치러야 한다. 세계적인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배우지 않으면 우리가 반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 역시 투명성이다. 재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음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재정을 사용하기 위한 결정이 바르고 투명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의 정치와 운영과 재정 결정이 몇몇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공공화시켜야 한다. 공공화, 이것이 관건이다. 종교를 사유화하지 말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살 길은 무엇인가? 참으로 암담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매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런데 채권자들은 20~30% 더욱 과감한 긴축정책을 요구한다. 죽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오늘의 그리스는 긴축과 내핍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는 화폐만 통일시켜 놓은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잘사는 나라는 화폐 가치로 인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고, 못사는 나라는 경제적인 혼란이 일어나는 불공평한 상황이다.

나토 전진·해군기지가 그리스에 있고, 미국은 지정학적인 이유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유럽의 분열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은근히 부추기는 모양이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통해 넘어온 그리스 난민은 어려운 나라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은 유럽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유럽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작은 불씨가 될 것이다.

그리스 사태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유럽 경제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유럽 수출 1위 국가인데 가장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최고인 한국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스 사태가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이유이다.

오늘 그리스의 청년 실업은 60%, 아이들과 직장인들의 빈곤 상태는 거리에서 먹다 남은 빵을 찾아 먹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서 혀만 차고 안됐다고 할 때가 아니고, 정신을 차리고 우리를 살피고 돌아보고 미래를 개척하며 준비하여야 한다.

오늘 한국은 심각한 물질주의, 지나친 편리주의와 게으름에 빠져 있다. 그리스의 모습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젊은이들은 무기력하고 나약함에 젖어 있다. 나라는 부패하고 정치는 이기주의에 타락하여, 공의와 정의를 세우려는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탄식이 큰 것이다. 그리스 사태를 보며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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