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선교 현장 이야기 -변화하는 모스크바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2015년 9월 5일, 모스크바 도시 건설 868주년 기념일이다. 러시아는 생일이나 축하일 등 기념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 생일에도 친족들, 친구들, 이웃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인다. 꽤 야단을 떤다는 필자의 생각은, 우리 한국 문화와 비교해서 그런가 싶다.

모스크바 도시 기념일을 맞아, 4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행사에 참석하고 여기저기에서 축제를 즐긴다. 각 거리에서 다양한 팝 공연과 오케스트라 연주들이 펼쳐진다. 연극 무대가 설치되어 거대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도시 축제를 위하여 여름 동안 도로 포장과 건물 도색 작업도 진행된다.

변화하는 모스크바의 모습을 엿본다. 요즘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는 무료 인터넷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시외로 나가는 경전철에도 와이파이가 설치되었다. 복지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여기저기에 매우 활발하게 건축을 하고 있는데, 특히 도로 공사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몇 년 동안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교통 상황은 매우 좋아졌는데, 남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더욱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와 제2도시 St. 피터스버그를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 중에 있다. 이제 곧 완성되면 무한질주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지방으로 나가는 도로 역시 대부분 완성되고, 고속도로에는 거의 카메라가 없어 차들이 초고속으로 달린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크렘린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운행은 30초 간격이다. 낮에는 1분 정도 되지만, 그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은 지상의 도로와 함께 돌아간다. 속도가 빠르고, 지하철 어느 곳에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서 계단을 오르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 지하철은 계단이 너무 많고, 여기저기 뚫어 완전 미로를 만들어 놓았다. 러시아에 비하여 20년 늦게 건설된 지하철은, 사람 중심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러시아 지하철은 출입구가 앞쪽과 뒤쪽에 있고, 갈아타는 곳은 중간에 난 길로 가면 된다. 사람을 통제하기에 좋고, 전시 대피소로 만들어서 간단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와 St. 피터스버그를 운행하는 열차 “붉은 화살 호”는 이제 새롭게 단장하여 2층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매우 깨끗하고 내부 시설 또한 최고급이다. 인터넷, 전기 코드, 안락함, 서비스, 모든 것이 확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기차표도 모두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다.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도로에 버스 전용차선이 그려졌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좁은 도로에 더욱 혼잡이 가중되었다. 시민의식과 질서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매우 난감한 일들이 생겨났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질서가 잡히고 대중교통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도로 위의 무법자’ 난폭운전자들이 지그재그 운전을 하면서 위협하던 일들과 불법주차가 거의 사라졌다. 시민 공공의식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변화시키는 요소가 있다. 강력한 법 집행이다.

불법주차 벌금이 3만 원에서 15만 원, 음주운전 즉시 구속, 사고 차량에 보험금 증액 등등 이러한 일은 처음 시행되는데, 시민들은 거의 폭탄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공의 질서를 배워 나간다. 인간은 어느 정도 ‘책임’이라는 강제성을 띠어야만 되는가 보다.

횡단보도 앞에서의 멈춤은 세계에서 제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법적으로는 보행자가 도로에 발을 딛는 순간 멈춰서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차량들은 10미터 전방에서 멈춰선다. 보행자들이 미안해서 빨리 지나간다. 러시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지나기 전에 차가 먼저 달려 지나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매우 놀라게 된다.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러시아는 1990년 개방 초기에 공항 로비가 어둡고, 관리들의 인상이 매우 굳어 있었던 데다가 무뚝뚝한 말투에, 주눅이 들고 불쾌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새로 단장한 국제공항은 출입국이 매우 간편하고 깨끗하고 친절하다.

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은 금년에만 모스크바에 20개 이상 새롭게 만들어진다. 보수하여 새롭게 여는 곳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끝이 안 보인다. 시설은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다. 그러나 자연 친화적이면서 편리성을 도모하고 있다. 끝없는 숲과 공원은 보물이다.

러시아의 안전 문제는 늘상 한국에서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본다. 한국에서처럼 적어도 대낮에 거리에서 남의 지갑을 강탈하는 일은 없고, 사람을 쳐다 본다고 살인하는 일도 없다. 몰카 찍어대는 일도 없다. 자본주의를 애써 심더니, 이제 그 열매를 맛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러시아 아파트는 천장이 얇아서 위층의 말소리, 전화벨 소리까지 다 들린다. 아이들 뛰는 소리, 싸우는 소리, 음악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거기에 거의 매일 드릴로 벽을 뚫는 소리, 한국 사람인 필자는 머리가 돌 지경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이것을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칼부림이나 얼굴 붉히는 일이 거의 없다.

러시아정교회가 모스크바에 200개 이상 새롭게 세워져 부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여기저기 기도처를 짓고 있는데, 이 백성들에게 영혼의 안식과 마음의 소원을 촛불에 담아 꽂을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며칠 전, 러시아는 유인 우주선을 다시금 쏘아 올렸다. 위대한 역사를 이루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인 것이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 종교와 전통, 그리고 삶의 부분에 이르기까지 느리지만 착실하게 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크렘린 광장의 행사를 위하여 비구름을 몰아내더니, 그 영향인가 남쪽 지역에 비가 내리는 모스크바의 휴일. 그러나 그 변화와 도전의 열기는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저력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시대 어떻게 사역할 것인가, 분별을 구하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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