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죽음에 관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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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도 공동묘지가 도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도로변, 혹은 산책하는 공원에 공동묘지가 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 주는 중요한 인생 교육인 것이다.

비석에 사진을 붙여 놓고 출생과 사망 연월일, 그리고 비문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늘상 그 곁을 지나면서 보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세상에 없는’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일종의 터부라고 할까? 그냥 그러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쾌하고 두려우며, 혹시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죽음은 나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하는, 단순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 본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는 항상 종말론적이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주님께서 오셔서 핵심적으로 외치셨던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종종 “오늘 죽으면 당신은 천국에 들어갈 확신이 있는가”라면서, 극단적인 질문으로 종말론적 신앙을 자극하기도 하였지만.

죽음을 생각하고 종말론적인 인생을 사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신앙인이나 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을 때에는 더욱더 이러한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신관이 분명해지고 삶의 목표가 확고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중고등학생이었던 자녀들을 앉혀 놓고, 비행기 사고로 부모를 잃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매우 당황하여 대답을 하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을 보았다. 나는 내가 작업하고 있는 일상과 서류와 모든 내용을 잘 정리하는 편인데, 언제라도 자녀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저장을 해 두고 있다. 틈틈이 기억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녀들에게 편지로 남기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인생에 있어서 책임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나만 살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니고,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하여 바른 가치관과 공적인 일을 가르치는 아버지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인생의 목표가 죽음을 연습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최대한 스스로를 육체와 격리시키고 육신을 천하게 여기는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전수하여, 이를 역사 이래 모든 삶의 양태 속에 스며들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보다 분명한 삶을 위해서, 항상 종말론적인 사고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생은 죽는다. 그런데 죽음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죽음의 편재성은 언제 어디서나 확인 가능하다. 죽음은 우리 주변에 만연되어 있다. 매일 수많은 죽음의 화살들이 우리를 향하여 날아든다. 때로는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고, 때로는 그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의 화살에 맞아 쓰러지기도 하지만 회생하기도 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고속도로 주행 중에, 휴가를 즐기며 인생을 꿈꾸는 중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죽음의 화살은 매일같이 쏟아져 날아온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간접적인 죽음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에 대한 부정이나 무시로, 미래를 꿈꾸며 아무 감각 없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산다. 죽음을 직접 바라보려는 노력이 너무나 두려운 과제였기 때문에,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너무 격하였기 때문이다.

죽음을 연습하는 인생은 신중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는 식으로 인생을 허비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자본주의 물질만능인 시대를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정말로 중요한 목표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신앙인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모든 인생이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는 것은 신앙인의 고백이다. 적어도 영적 지도자로서 정직함과 공평함을 의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거짓과 악독이 가득한 시대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는 사실만큼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늘상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듯이, 내일 살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안전하다 평안하다 하고, 때로는 고통 중에 있을 때에, 죽음에 대하여 묵상하고 설교하고 가르치고,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성도로 목사로 직분자로 사는 것이 어떠하여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면 교회는 훨씬 더 영광스러워질 것이다. 한국교회가 외면하고 있는 필수 교육 과목이 아닌가?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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