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누가 책임지려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책임감이 허물어지는 시대다. 책임진다는 것은 짐을 지는 것이다. 그만한 헌신과 희생이 따른다.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서 적당히 편하게 남들에게 편승하려 한다. 빠질 수 있으면 빠지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자신이 져야 할 의무도 적당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자신은 편하게 지내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태도가 공동체와 사회를 흔들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어떤 이들은 책임져야 할 가족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친다. 더구나 실패로 인해 어려움이 중첩되고 가속화되면 아예 회피해서 도망하거나 세상을 하직하는 것으로 눈감아 버리려 한다.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그로 인해 받아야 할 가적의 고통과 아픔은 얼마나 큰가?

사회나 교회 공동체는 한두 사람의 애씀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무관심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 한 사람 쯤이야’ 하는 생각이 봇물을 터지게 만든다. ‘나 한 사람’이 있어야 공동체가 해 나가는 과업을 이룰 수 있다. ‘나’ 한 사람이 없는 ‘우리’는 있을 수 없다. 각 사람이 함께 모여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나’ 한 사람은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짐을 잘 감당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나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얼마 전, 베를린 예술大 한병철 교수는 시리아 난민에 대해 한국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고 있음을 질타하며 말했다. “지금 당장 지중해에 배를 보내 물에 빠져 죽는 난민을 구조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터키나 요르단에 비행기를 보내 난민수용소에 있는 난민들을 한국으로 싣고 와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도 가해자입니다. 당연히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사회가 경제적인 부요함을 누리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돈 많은 나라가 됐으니 이제는 도덕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

예수님은 당시의 변방 갈릴리 나사렛 동네를 찾으셨다(막 6:1). 이미 1차 방문 때 동네 사람들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다(눅 4장). 그런데 1년 후 다시 방문하셨다. 무시와 멸시를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필요하기에. 하나님의 나라가 필요하기에. 예수님 자신이 필요하기에.

동네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입에서 나오는 은혜로운 말’ 때문에. 그가 행하는 기이한 능력 때문에. 지금껏 알고 있던 예수님이 아니셨기 때문에. 그러나 안타까운 건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릴 수 있는 은혜로운 천국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예수님이 행하시는 천국의 권능과 능력들을 맛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이미 예수님 때문에 영적인 부자가 되었다. 죄 사함의 은총을 누리고 있다. 마귀와 어둠의 영들의 권세에서 해방되었다. 하나님의 아들의 신분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뿐 아니라 다가올 내세에서 누릴 영광이 훨씬 더 크다. 할렐루야! 이걸 하찮게 여긴다면, 그는 아직 육신에 속한 자이지 영적인 사람은 아니다.

영적 부자가 되었으면 이제 영적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영적 가난뱅이들에게 영적인 부요함을 보여 주어야 하고, 나눠 주어야 하고, 증언해 주어야 한다. 그 책임을 저버린다면, 주님 앞에 서는 날 우리는 할 말이 없어진다.

한병철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최근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 온다”고 지적한다. 왜 사랑이 불가능해졌는가? 그는 지적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현대인들은 타자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채 자기라는 늪에 빠져 익사하고 있다.”

그는 “고립된 개인이 아파하고 있다”고 현대인의 상태를 규명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연대가 있고,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이웃이나 친구가 있어야 자아가 생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람들 간에 연대를 끊어 버린다. 타자가 없어지니 자기도 공허해진다.”

고립된 개인이 아파하는 이 시대에, 교회는 진정한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한다. 만인이 사귀어야 할 진정한 친구인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한다. 예수님만 만나면 외로움과 고독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사랑의 종말을 고하는 이 시대에, 사랑의 실체인 예수님을 만나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아를 만들기 위해 애쓰던 우리는, 이제 복음을 전해야 할 이웃·타자를 만들어야 한다. 타자와 이웃을 든든히 세워 놓는 게 결국 자아를 아름답게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타자와 이웃을 만드는 비결은 내가 예수님의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는 것이다. 불쌍히 여기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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