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칼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바라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만났다가 이별이란 인생의 진리던가?”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별했다가 다시 만남이란 정말 인생의 진리라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삭과 야곱은 형제 간이었지만 시기와 질투, 그리고 어머니 리브가가 간교한 계략으로 아버지 이삭을 속여서 동생이 형 대신 축복 기도를 받게 함으로, 형이 분노하여 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가정의 불화가 발생했다. 결국 동생 야곱이 형은 물론 부모와 이별하여 하란에 가서 20여 년을 나그네로 사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와 형제의 뉘우침으로, 20여 년이 지난 후 형제가 목을 끌어안고 우는 “다시 만남”의 감격을 되찾게 되었다. “야곱이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형 에서에게 가까이 하니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아서 안고 목을 어긋 맞기고 그와 입 맞추고 피차 우니라”(창 33:3, 4).

요셉이 형들의 미움을 사서 애굽으로 팔려가서 감옥 생활을 하는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요셉은 애굽에서 형통한 삶을 살게 되었고, 나중에는 총리까지 되는 복을 누렸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와 형들의 뉘우침으로 20여 년 후에 자기를 팔아먹은 형들과 목을 안고 우는 “다시 만남”의 감격을 되찾게 되었다. “요셉이 그 형제에게 자기를 알리며 방성대곡하니… 자기 아우 베냐민의 목을 안고 우니 베냐민도 요셉의 목을 안고 우니라… 요셉이 아비 이스라엘을 맞으며 그 목을 어긋맞겨 안고 얼마 동안 울매 이스라엘이 이르되 내가 네 얼굴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가하도다”(창 45:1, 2, 14, 29, 30).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들이 여러 가지 죄악을 범함으로, 고국을 떠나는 이별과 바벨론으로 잡혀가서 70여 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불행을 당하다가, 하나님의 은혜와 저들의 회개로 고국으로 돌아와 12지파가 “다시 만남”의 감격을 누리고 성부 하나님의 임재의 기쁨과 성전 건축의 기쁨과 메시야 대망의 기쁨을 누리면서 살게 되었다. “여호와가 이처럼 말하노라 내가 긍휼히 여기므로 예루살렘에 돌아왔은즉 내 집이 그 가운데 건축되리니”(슥 1:16).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시온에 돌아왔은즉 예루살렘 가운데 거하리니 예루살렘은 진리의 성읍이라 일컫겠고”(슥 8:3).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지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공의로우며 구원을 베풀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슥 9:9). 이별은 슬픈 것이고 다시 만남은 기쁜 것이다.

신약성경은 탕자의 ‘아버지와의 이별의 슬픔과 불행’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 가지고 먼 나라에 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허비하더니 다 없이한 후 그 나라에 크게 흉년이 들어 저가 비로소 궁핍한지라 가서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눅 15:13-16). 그런데 아버지의 긍휼과 용서와 사랑, 그리고 아들의 뉘우침과 회개로 아버지 품으로 돌아와 안기는 “다시 만남”의 기쁨과 행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 하리라 하고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상거가 먼데 아버지가 저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아들이 가로되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하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찐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저희가 즐거워하더라”(눅 15:18-24). 이별은 불행한 것이고 다시 만남은 행복한 것이다.

만인의 존경을 받으면서 “작은 예수”로 살다가 죽은 장기려 박사님이야말로, 이별의 슬픔을 평생 지니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장기려 박사님의 생이별한 사모님에 대한 극진한 사랑은, 육체나 환경을 초월한 영혼과 영원의 사랑이었다고 하겠다. 그는 1950년 12월 아내 김봉숙 씨와 5자녀를 북한에 두고 월남한 후, 45년 동안 아내를 그리며 홀로 살았다. 재혼하라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우리의 사랑은 육체의 이별과 무관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살기 위해 혼자 산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6월 80세가 된 노인으로,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슬픔의 글을 다음과 같이 띄우기도 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당신인 듯하여 잠을 깨었소. 그럴 리가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 봤으나 그저 캄캄한 어둠 뿐. 허탈한 마음을 주체 못해 불을 밝히고 이 편지를 씁니다. 여보! 그날 아침 당신과 애들을 먼저 대동강변에 보내기 않았더라면… 또 종로 거리에서 차를 세우기만 했었다면, 여보!”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살아서 아내와 만날 수 있기를 빌고 있지만 사실 나이 팔십이 넘었으니 살아서 못 만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천국에서까지 영원할 것입니다.” 한번은 그의 제자들인 재미 의료인들이 장기려 박사님이 중국이나 제 3국에서 사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이산가족이 어디 나 혼자 뿐이냐. 나 혼자만 가서 가족을 만나면 다른 이산가족의 슬픔이 어떠하겠느냐. 통일이 되면 모두 함께 가서 만나지.” 그의 사랑은 매우 높고 깊고 넓은, 이타적이고 민족적인 사랑이었다. 그는 자신의 그리움보다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먼저 생각했다. 1994년 그가 제2차 남북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확정되었을 때,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흥분했다. 그러나 갑자기 1994년 2월 제2차 남북고향방문의 교환 합의가 무산되었을 때, 그는 너무나 큰 슬픔과 충격을 받고 그 해 10월 심한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결국 그로 인해 1년 2개월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대신 만나기는 했다.

지금 우리 남북의 동족들은 분단 70여 년 동안 이산의 슬픔과 아픔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19차례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져서 소수의 이산가족들이 잠시나마 서로 만나 부둥켜 안고 울면서 “다시 만남”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는데, 오랜만에 20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인 이념을 뛰어넘어 매년 또는 매달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남한 정부 당국자와 북한 정부 당국자는 정치적인 이념을 뛰어넘어 어떤 중요한 일을 시도하기 전에, 온 세계가 바라고 지원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매년 또는 매달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70세 이상 되는 노인들은 원하면 언제나 남북을 자유로 왕래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특별한 배려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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