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죽음의 문턱에 선 그대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느 집사님이 몸이 좋지 않아 얼마 동안 교회를 나오지 못했다. “전도사님, 몸이 좀 회복되면 나갈게요.” 그러다 어느 날부터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를 나오는 날, ‘나 주를 멀리 떠났다 지금 옵니다’라는 찬송을 불렀다. 순간 집사님은 깜짝 놀랐다. “아무도 몰래 잠시 쉬었다가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다 보고, 다 알고 계셨군요.” 그날 집사님은 얼마나 감사했는지, 또 얼마나 죄송했는지 모른다. 눈물로 회개하며 예배했다.

하나님의 집을 떠난 인생이 하나님의 집으로 돌아오는 게 그렇게 감격스러운 게다. 집을 나와 학교와 직장에서 하루종일 지친 몸과 마음은 늘 집을 향해 있다. 따뜻한 품이 있기에. 따뜻한 가족들이 있기에. 그렇듯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 땅에 발을 듣고 살아가면서도 늘 하늘 아버지의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하늘나라를 향해 달려간다. 이 땅에 임한 천국만 사모하지 않고, 장차 갈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며 살아간다.

지난 주간 암과 투병하고 있는 어느 집사님 병문안을 다녀 왔다. 병실을 들어서는데, 초췌한 집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지쳐 있는 얼굴, 복수로 부른 배를 바라보는 순간 울컥했다. 부어오른 배를 만지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직까지 생명에 대한 애착이 강한지라 죽음을 논하기가 쉽지 않았다.

회복을 위한 기도를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더 강하게 오는 기도가 있다. ‘집사님에게 주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하소서!’ 성경은 말한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 죽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그 이후에 펼쳐질 세계다. 그 세계를 바라보지 못하면 ‘낭패 인생’이 될 수 있다.

골고다 언덕에 세 사람이 있다. 십자가 위에. 극악한 형벌을 받고서. 지금 죽음의 문턱에 발을 걸치고 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간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보라. 예수님은 의인으로서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초라하지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만은 아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죄인들을 위해 ‘그들의 죄를 사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셨다. 예수님이 죽음의 문턱을 지나는 순간, 온 인류에게는 하늘나라 문이 활짝 열렸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 바 되셨고,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죄와 상관 없이 자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두 번째 나타나시리라(히 9:28).”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10).”

예수님은 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화목제물로, 대속제물로 죽으셨다. 그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메시아로 받아들이면 아무리 극악한 강도와 같은 나일지라도 죽음의 문턱을 안전하고 평안하게 넘을 수 있다. 그분의 통치 안에 살아가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예수님의 한쪽 편 강도는 자신이 행한 죄악으로 처참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 옆쪽에 죽음의 문턱에 있는 메시아, 예수님을 비꼬고 조롱하고 욕했다. 사실은 예수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욕하는 데 덩달아서. 결국 그는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서 영원한 형별의 세계로 들어갔다.

예수님의 곁에 또 다른 강도가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그도 역시 자신이 행한 일 때문에 극악한 형벌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행한 일에 해당되는 형벌을 받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도 갖고 있었다.

예수님이 죄 없는 분이심을 알았다. 예수님은 의로우신 분임을 인정했다. 그가 자신의 죄를 사해 줄 수 있는 분임을 믿었다. 그가 자신을 구원해 줄 메시아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간구했다.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해 주소서!’ 그는 ‘당신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 그도 죽음의 문턱을 지났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달라졌다.

예수님은 구원을 요청하는 강도에게 약속하셨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강도가 한 짓은 계산하지도 않으셨다. 그의 자격 요건은 논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바로 하나님나라에 초청해 주셨다.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가 행한 것으로 주님의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값없이 그저 주시는 은혜로운 선물임에!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엡 2:8-9).”

죽음의 문턱에 서서 하늘나라를 바라보고 있는가? 걱정할 것 없다. 주님이 그 나라까지 인도하실 것이다. 자랑할 것 없다. 우리가 한 일은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그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이다.

10월 8일 목요일에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실 81세 되던 작년부터 어머님의 몸은 예전과 판이하게 달랐다. 더구나 올 추석에 찾아뵈었을 때는 ‘앞으로 1~2년을 넘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추석이 지난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깜짝 놀라 달려갔다.

힘이 없는 어머님을 보니 그저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서울로 함께 가서 1, 2년이라도 모시게 해 달라!’고 해도 고개를 내저으시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속정이 읽힌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더 좋은 하늘나라가 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게지?’ 이게 우리의 실존인 것 같다. 천국을 안 믿는 것도 아니다. 천국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가족과 이 땅에서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자 하는 사모의 정이 우리네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한다.

지난주 수요일에는 그동안 불편한 몸으로 집안에서 생활하시던 92세 된 집사님 한 분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 아버지 품으로 가셨다. 부인 되시는 권사님이 오랫동안 남편 간호하시느라 고생 많았다. 그런데 권사님은 이미 시신이 된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살아 생전에 말썽 한 번 피우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운 감정 없이 남편을 간호했어요.”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이제 편안히 죽게 두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죽음의 문턱에서 잘 넘었고, 잘 보내드린 게 아닐까?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가 이제 준비해야 할 게 있다. “내가 그 둘 사이에 끼었으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빌 1:23-24).”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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