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자신을 신이라 칭한 적 없는 ‘무신론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동주 칼럼] 대승불교의 세계관과 승려 성철(5)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6. 불타와 보살의 다수화와 신격화

석가모니는 본래 우리와 동일한 하나의 인간이며, 창조자의 아들이거나 어떤 ‘신(神)적’ 존재로 제시되지 않았다. 석가모니는 신이나 절대자를 중요시하지도 않았다. 오직 인생의 고(苦)에 대한 한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것에서 현실적인 해방을 추구했던 무신론자 중 하나였다.

그는 전통적인 윤회사상을 받아들였고, 신이라면 오직 6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신)를 윤회 전생하던 인간의 환생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는 자신을 신이라고 칭한 일도, 참 하나님을 추구한 일도 없다. 그에게 신들은 윤회전생에 얽매여 있고 아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본래 원시 불교는 석가모니까지 합하여 7불타를 인정하고 있었고, 8째는 수억 겁 후에 이 땅에 내려올 미륵(Maitrya)이다. 그는 현재 보살로서 석가모니가 지냈던 도솔천(33천)에서 이 땅에 내려와, 석가모니를 이어 불타가 될 것을 대기하고 있는 미래불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환생 이야기는 이슬람교 침략 후에 힌두교의 화신론과 융합되었다. 그러므로 불타는 비시누(Vishnu) 신의 9번째 화신으로 간주된 것이다. 힌두들은 불교도들처럼 미륵을 기다리지는 않지만 10번째 화신인 Kalki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

불교의 확장과 시대적 변천에 따라 불교는 여러 민간 신앙과 혼합되어 갔고, 불타의 복수화와 신격화에 따라 불교는 타력구원 신앙으로 변천하게 되었다. 불교가 여러 세대의 민족들을 만나면서 토착신들과 혼합되고 그들의 다신 숭배를 받아들여, 부처는 그 신들 위에 서게 되었고 구세주의 위치로 승격되었다. 민간 신앙적 대상들이 무수히 부처화 또는 보살화되었다.

또 여러 힌두교의 신들이 불교의 신들로 수용되어 그 성격이 변천되기도 하였다. 본래 무신론적인 종교가 신들을 수용한 점이 바로 인도 종교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힌두교의 제신들은 본래부터 신들이지만, 불교의 신들은 부처 외의 모든 생불은 중생들이다. 신들은 6도를 환생하여 불타의 설법을 듣고 깨우쳐야 할 중생들이다.

힌두교에서 불교로 건너온 신들은 다음과 같다.

얼굴이 넷이며 팔도 넷인 ‘창조신(梵天, Brahma)’은 불교에서 호법신으로 숭배되고 색계(음욕과 식욕)의 2욕을 떠난 자들이 사는 세계 중에서 초선천(初禪天)의 주(主)로 신봉된다. 밀교에서는 12천의 하나인 천상계(天上界)에서 사바세계를 지배하는 신이라고 한다. 많은 얼굴들과 팔들은 신의 권세를 나타낸다.

베다신 중의 하나인 뇌정신 내지 태양신인 인드라(Indra)는 불교의 제석천(帝釋天)으로서 3계 중 욕계의 제2도리천(忉利天)의 주(主)로 신봉된다. 그 거처지는 수미산정에 있고, 악왕 아수라와 맹열한 투쟁을 했다고 하며, 사천왕(四天王)과 32 장수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동방의 수호자이며, 불교 신들의 왕이기도 하다.

아시알라(Acala)라고도 하는 힌두교의 시바(Shiva)신은 밀교의 교주 대일여래(大日如來, Mahavairdana)의 사자이며, 눈을 부릅뜨고 뾰족한 어금니를 갖고 있고, 윗입술을 깨문 동자형(童子形)이며,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는 분노신이다. 그는 대일경에서(7세기) 5대 明王의 主尊이다.

베다의 아수라(Asura)는 천지 양계를 창조한 신으로 신앙되나, 불교에 들어와서는 제석천과 맹열한 투쟁을 거듭한 강력 무쌍한 악왕으로 알려져 있다.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말의 기원이 여기에 있다.

또 힌두교의 락슈미(Lakshumi)는 비시누(Vishnu)신의 배우자(Shakti)였는데, 불교에서는 복과 덕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숭배된다.

힌두교의 죽음의 신이며 심판의 신인 야마(Yama)는 불교에서도 같으며, 녹푸른 몸색을 보고 황-홍색 옷을 입고 있는 공포의 신 염라대왕이다. 원래 야마(남자)와 야미(여자)라는 최초 인류의 쌍둥이 사(死)신이 되어 명부계를 지배한다. 지옥에서 야마는 남자 죄인을, 야미는 여자 죄인을 다스린다.

힌두교의 대흑천(大黑天, Maha-kala)은 시바신의 화신이라고 한다. 그는 만물 또는 생명의 파괴자이고 난폭하다. 한역 불경에서 그는 9개의 얼굴을 가진 흑색 나형의 형상으로서 시체를 밟고 춤을 춘다고 하며, 그 신에게 기도하려면 해골의 탈을 만들어 쓰고, 사람의 피를 이겨서 향을 만들고, 머리를 풀고 나체로 기도하라고 한다.

힌두의 변재천(辯財天, Sarasvati)을 하천의 신으로 섬겨 왔다. 불교에서는 그를 변재천녀라고 하는 아름다운 천녀상으로 만들어 연화 위에 올려놓았다. 비파를 뜯는 좌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변, 재주, 지헤의 여신이었으나, 후에는 시복신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변으로 불법을 쉽게 펴고, 수명을 더하게 하고, 원한 있는 적을 죽게 하고, 재보를 만족시킨다고 믿고 있다.

이 밖에 불교의 신들로는 힌두교의 가네시(Ganesh), 칼리(Kali), 바루나(Varuna, 水天), 가루다 (Garuda, 家累羅天), 용수보살(Nagarujun) 용들(Dragon)을 신봉한다.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금강신 내지 금강역사(力士)는 전문을 지키며, 이 밖에도 불법을 수호하는 신 등 많은 신들과 여신들이 있다. 힌두교의 미래신이 비시누(Vishnu)의 미래적 화육인 칼키(Kalki)인 반면, 불교의 미래불은 미륵(Maitreya)이다.

미륵은 석가모니의 뒤를 이어 현재 도솔천에 거하지만 45억 년 후 이 땅에 다시 온다는 불교 메시아인 셈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기복적인 현재불로 숭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승경전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1세기경 인도에서 만들어진 법화경(Saddharmapandarika-sutra)은 “묘법연화경”이라고도 하고, 그것을 진리의 연꽃에 비유한다. 이 문서는 초기 불교의 아난다의 독송처럼 “나는 이 같이 들었다”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무수한 불타와 신들과 용들을 숭배하는 후기 작품이며, 부처의 숫자는 “2만 부처님”, “억천만 부처님”으로 확대되어 있다.

또 불탑과 불상 숭배는 극치에 도달하여 7보탑이 ”땅에서 솟아올라 공중에 머물고”, 이 탑 안에 여래의 全身이 계시며, 방안에 다보(多寶)여래가 앉아 계시며, “세존께서 열반한 지 오래지만 보배탑 안에 계시면서 설법을 하시며”, 문수사리 보살은 바닷속 용궁에서 솟아올라 공중에 머물러 부처님들을 예불하고, 천만억 보살이 3천 대천세계의 땅에서 솟아올라 허공으로 치솟아 다보여래와 석가모니불에 예배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법화경 속의 석가모니는 그 제자들(성불)을 물리치고, 오히려 대지에서 솟아 나온 보살들이야말로 자기 본래의 제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본래의 제자들은 현실을 이탈하여 空, 무상에 머물러 있으나, 그 대지에서 솟아 나온 보살들은 현실 사바세계에 인간들과 함께 참여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진리 실현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화경의 성불한 사람들은 설법들은 사람, 불상 그린 사람, 불상 색인 사람, 나무불을 한 번 외운 사람들 모두이다.

이와 같이 후기 불교신앙은 원시 불교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신앙으로 발전되어, 다불 숭배와 다신 숭배 형태로 변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질과 불교 자체 내의 터무니없는 모순에 관하여 법화경은 방편론을 통해 합리화한다. 부처는 대자대비해서 모든 방편을 써 갖 가지 성질을 가진 중생을 건진다는 것이다. 놀이에 팔린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구하기 위해서 밖에서 부르며, “얘들아 굉장한 장난감이야. 어서 받아라”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불교는 “모든 사람에게 알맞게” 설법하기 위해 거짓말을 방편으로 사용할 것을 허용함으로써, 불법(佛法) 자체가 거짓과 모순을 안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7. 성철 승려의 사상

20세기 ‘한국 불교계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승려 이성철(李性徹)의 불교 사상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또는 “산은 그대로 산이요, 물은 그대로 물이로다”라는 설법에 모두 다 들어 있다.

그는 석가모니가 가르친 제법무아(諸法無我) 대신에 제법실상(諸法實相)을, 석가모니의 제행무상(諸行無常) 대신에 상주불멸(常住不滅)을 주장한 것이다. “일체만법이 나지도 않고 일체만법이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석가모니와 대치적인 사상은 성철 자신의 것이 아니라 화엄경과 법화경의 내용이다. 성철의 세계관과 인간관은 다음과 같은 그의 진술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自己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유형 무형(有形 無形)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함으로 종말(終末)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종말을 걱정하며 두려워하여 헤매고 있습니다. …”

이와 같은 사상은 힌두교 베단타의 범아일체(Brahman-Atman) 사상과 병행된다. 현실은 무(無)가 아니라 유(有)이고 “절대의 세계”이다. 이성철은 자기 마음이 부처이며, 신이며, 우주이며, 진리라고 하고, 또 자기 마음이 허공도 아니고, 물질도 아니고, “물질과 허공, 그 모든 존재 이전의 실재”라고 한다.

이 말은 반야심경의 내용과 같이 불생불멸, 불중불감, 색즉이공, 공즉이색이라는 뜻이며, 유무, 생사, 양변의 대립을 초월하여 다(多)를 수용한 하나의 포괄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성철은 불증불감의 원리를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원리에 비교하여 설명한다. 상대적이고 유한한 이 현실세계 그대로가 곧 절대의 세계이고, 이 세계를 벗어나 따로 절대의 세계가 없으며, 원래 “앉은 자리 선 자리 이대로가 극락세계, 황금세계, 절대세계”라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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