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죽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자그마한 사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있다. 그는 아내·자녀와 더불어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다행히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려움을 모르던 가정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남편이 루게릭병 판정을 받으면서 가정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루게릭(Lou Gehrig)병은 뇌와 척수 측면에 있는 운동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근육이 위축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질병이다. 마지막에는 폐 운동이 멈추고 사망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하던 사업을 접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정성껏 간호했다. 그런데 남편을 간병하던 아내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며칠 전, 남편이 병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 문을 열었다.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깜짝 놀랐다. 아내가 안방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고 만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내의 시신을 발견한 남편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119에 전화해서 시신을 수습해 달라.” 그리고 자신은 29층 아파트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아내가 이렇게 된 게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일이다. 행복한 동행이라 박수를 보낼 수도 없고, ‘어떻게 저래’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만 머물 수도 없다. 부부가 서로 돕고 격려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것에도 벼랑 끝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만만하지 않다. 젊은이들은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다. 스펙을 쌓는 것 때문에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다. 팍팍한 인생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다. 어디 그 뿐이랴. 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보통 고민이 아니다. 빠듯한 월급으로 자식들을 교육시키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노후 대책도 포기한 채 자식 교육에 정신이 없다.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노라면 목회자로서 마음이 짠하다.

이런 시대에 대단한 사업은 아닐지라도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잘하고 있다면 그건 웃을 만한 일이다. 수억 원의 부채를 안고 끙끙거리며 재기하려고 애쓰는 집사님을 보노라면 눈물겹도록 안타까운데, 크나큰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가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인생에 웃을 날이 얼마나 되려나? 웃음 뒤에 울음이 뒤따라오는 게 인생 한 마당이 아니던가.

그런 인생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좋은 일만 계속되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인생은 없다. 인생의 먹구름을 거닐 줄도 알아야 한다. 인생의 폭풍우를 맞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 웃음에만 중독되어서는 안 된다. 울음에도 익숙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어려운 환경에 맞설 마음의 힘을 좀 더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시련 앞에서도 무너진다. 육신의 질병이야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질병 없이 사는 재주는 없다. 그러나 질병 앞에서 너무 안달할 필요 없다. 오히려 질병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실 일에 주목하는 영성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마음도, 육신도, 환경도 우리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통제되지 않는 여건들은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우울증은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내 마음을 나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자연적 죽음이야 어찌하랴. 막을 수 없는 재해로 인한 죽음이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의학으로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야 안타까운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 해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살 권리’는 있지만, ‘죽을 권리’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을 길은 넘보지는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죽음만 걸을 뿐이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저항하거나 도피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죽을 권리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살 권리를 선택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다. 사울은 죽을 권리를 선택하기보다, 회개하고 살 권리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사단은 지금도 우리에게 그런 선택을 하도록 끊임없이 부추긴다.

아내 곁을 따라가는 게 아름다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보일지 몰라도, 선택해서는 안 될 금지구역이다. 아무리 자기 탓이라는 자책감이 들어도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정 때문이라고 해도 하나님은 눈감아 주시지 않는다.

부부란 서로 공유하는 게 많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다정한 부부라 할지라도, 공유해서는 안 될 일도 많다. 죽음의 길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공유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건 창조자의 영역이다. 창조자의 섭리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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