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프랑스 파리 테러, 그리고 ‘마음의 총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이달 초 개가 갓난아기를 물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개가 아이를 물어 죽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작전인 게다.

어느 무정한 부모가 신생아를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렸다. 유기견이 먹이를 찾다가 쓰레기통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보았다. 순간 유기견은 울고 있는 아기를 조심스레 입에 물고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강아지의 모성애가 발동한 것일까? 다행히 신생아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대조적이지 않은가? 자기 자식을 버려 죽일 뻔한 부모. 죽어가는 아기를 살린 강아지. 그야말로 개만도 못한 인간인가? 인간보다 나은 개인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독특한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셔서, 인간을 자신의 대리자로 우주 공간에 두셨다. 하나님의 대리자인 인간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해서,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을 섬겨야 한다.

그런 인간이 생명을 파괴하는 일들이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더구나 자기 자식을 죽이려 하다니? 아무런 방어 능력도 없는 갓난아이를. 탯줄도 자르지 않은 채. 어떻게 이렇게 무자비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말세가 되었다는 증거일까?

바울은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온다고 했는데, 그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증상 가운데 하나는 ‘무정하며’(딤후 3:3)라고 했다. 무정한 인간들. 그들은 지금 말세를 향해 치닫는다.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11월 13일 금요일 밤. 프랑스 파리는 아비규환이었다.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최악의 테러가 벌어졌다. 졸지에 공포와 죽음의 도시로 뒤바뀌었다. 그 중에서 바타클랑(bataclan) 극장에서 일어난 무지비한 연쇄 테러는 분노를 자제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준이다. 너무나 참혹한 사고였다.

이날 극장에서는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이 공연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공연을 위한 효과음이 아니었다. AK소총으로 무장한 3명의 괴한이 극장에 난입했다. 그들은 허공과 객석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관객들은 도피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괴한들은 도피하는 관객들을 무차별 사살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인질로 잡았다. 그들 역시 무참히 사살했다. 졸지에 89명의 관객들이 사망했다. 최악의 유혈 참사가 일어난 게다.

나중에 한 기자가 공개한 영상에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총성이 들렸다. 극장 밖 도로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살아남기 위해 건물 바깥 창틀에 매달려 몸을 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포착되었다. 창틀에 매달려 있던 한 여성은 임신부였다. 다행히 그녀는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었다.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자들은 IS로 알려졌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려는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자를 해하는 것이기에, 그 사람을 해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향해 도전하고 대적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활보할지라도, 하나님은 그런 자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게다. 언젠가 하나님이 그들을 대적할 것이다.

비록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해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금기사항이다. 정서적인 상처도 만만치 않다. 지속적인 마음의 상처는 한 사람을 결국 죽음의 길로 몰아갈 수도 있다. 비록 죽음은 아니라 할지라도 인생의 코너로 몰아 세상을 활보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총칼을 휘두르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하게 무서운 일이다. 살기 좋다는 미국도 개인적인 총기 소지로 인해 사회적 충격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마음의 총칼’을 휘두르는 것도 적지 않게 끔찍하다는 사실을. 안타까운 건, 사람들이 마음의 총칼을 드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음에 미움을 품는 게 이미 살인이라고 경고하셨다.

살아가는 동안 마음밭에 미움의 씨를 뿌리지 말아야 한다. 사단은 우리가 질투와 미음, 증오와 분노의 씨를 뿌리라고 부추긴다. 처음에는 표시도 안 난다. 자신도 모른다. 그런데 마음에 뿌려진 미움과 증오의 씨앗은 점점 자라난다. 말로써 드러난다. 표정으로 나타난다.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된다.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닫는다. 거기까지 가면 이미 자신은 미움과 증오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건 없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흐뭇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죽이려는 사람들에 반해, 살리려는 사람들도 있다. 남을 해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남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아직도 웃을 만하다. 하나님의 남은 자들이 존재하듯이.

최근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동영상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르단에 대형 홍수가 일어났다. 한 청년이 어떤 건물의 창에 매달려 손도끼 혹은 망치로 보이는 도구로 벽을 내리치고 있었다. 창틀을 떼어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건물 전체가 침수되었기 때문에. 건물 안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드디어 건물 안에서 창 바깥으로 물이 세차게 흘러나왔다. 청년은 쏟아지는 물줄기를 헤치며 계속 창틀 옆 벽을 내리쳤다. 드디어 창틀을 떼어냈다. 순간 청년은 창틀을 쥔 채 물에 휩쓸려 뒤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 위로 여러 사람이 함께 떨어졌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 죽어가는 여섯 사람의 목숨을 구출해 낸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출해낸 청년이 한 말이 우리에게 도전을 준다. “내가 죽거나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안에 보이는 어린이 등 여섯 명이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앞뒤 재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열망으로 가득 찼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상은 자꾸 사랑이 식어져 간다.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 24:12).” 이런 세상에서 우리네 가슴에 사랑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사랑의 온도를 유지하려면 예수님의 마음을 간직하려고 애쓰면 된다.

예수님은 죽음의 골짜기를 거닐면서도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 13:1).”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라도 우리 각자가 예수님처럼, 끝까지 사랑하기로 작정하면 된다.

무정한 세상에서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그립다.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다. 그래서 톨스토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사람은 제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받았던 사랑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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