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수저 계급론'에 한 마디 보태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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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지난 수요일 저녁, 시골에 있는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이 많이 위독하시네. 웬만하면 말하지 않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많이 섭섭해 하시는 것 같네. 혹시나 어머님께 변고가 생기면 동생이 가슴 아플까 봐 연락을 주네."

요즘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마음이 좀 편하지 않다. 형님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머님이 입원을 하시고 심지어 사경을 헤매시는 때가 있었어도, 목회하는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시시콜콜 말하지 않았다. 어머님도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감지해서인지 막내아들이 유독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목회에 신경 쓰인다고 내려오지 말라고 하실 분인데, 이제 섭섭해하신단다.

우리 부부는 목요일 새벽기도가 끝나는 대로 시골엘 갔다. 지난밤에도 어머님은 응급실로 가셨다. 아들 얼굴을 보자 어머니는 눈물을 쏟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손만 잡고 한참 동안 눈물만 흘렸다. 목회한다고 어머님을 제대로 찾아 뵙지도 못하는 죄인의 심정으로! 아들의 형편을 너무나 잘 알기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어머님의 마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런 마음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와 어머님만 있는 시간에 어머님이 입을 여셨다. "내가 죽거든 땅은 막내한테 주라고 형에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부모로서 아들에게 아무것도 물려 주지 못한 아픈 마음, 공부하는 데도 한 푼 보태 주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맨손으로 가정을 꾸려가게 만들어서 고생하고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해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담은 말이다.

나는 어머님의 그런 마음이 그저 고맙다. 그렇다고 한 번도 어머님을 원망해 본 적도 없다. 주어진 환경과 세상에 대해 반발심을 가져 보지도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시골 땅을 바라 본 적도 없다.
 
친구들이 중학교·고등학교 다니던 때 가정을 책임지고 온몸으로 고생을 짊어지고 전전긍긍했던 형님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어머님이 갖고 있는 집이나 땅은 마땅히 지금까지 고생한 형님에게 돌아가야 할 몫임을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추호도 그것에 대한 미련을 가져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머님에게 말했다. "어머니, 그 땅은 마땅히 형님에게 돌아갈 거예요. 우리는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조금도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비빌 언덕이 없으니 고달픈 삶은 맞다. 친구 목사님은 부모님께 받은 유산이 적지 않다. 때로 부럽지 않은 건 아니다. 당장 교회를 그만두면 살 집도 없이 목회하는 게 녹록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탄식해 보지도, 원망해 보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니까.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오가는 말이 있다. "취업은 기적이요 신의 선물이다." 기성세대의 가슴을 안타깝게 만드는 말이다. 2030세대들은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헬조선'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최근 '인간 등급표'를 가리키는 '수저 계급론'이 우리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030세대들은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자신들을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 등으로 나눈다. 옛날 유럽 귀족층은 식사 때 은식기를 사용했단다. 갓난아기에게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서, 은수저 물고 태어난다는 말이 나왔다. 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게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18세기 유럽 귀족들의 속담을 차용해 수저론을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고달프고 힘겨운 청춘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자산 2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이다. 자산 10억 원 또는 가구 연수입 1억 원 이상일 경우는 '은수저'다. 자산 5억 원 또는 가구 연수입 5,500만 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이다.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수입 2,000만원 미만이다.

그러고 보니 목사인 나는 동수저는 못 되고, 흙수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가? 우리 아이들의 인생 이력서도 결정된 건가? 정말 씁쓸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저 계급론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신분 상승 불가능에 대한 절망감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아질 수 없는 인생 성적표에 대한 회의에서 나온 게다. 패배주의적 사고가 담긴 게다.

또 하나는 가진 자의 탐욕에 대한 은근한 반발이다. 사실 이러한 현실은 젊은이들에게 건너기 힘든 강이 되고 말았다. 젊은이들은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사실 조부모나 부모의 경제력과 능력에 의해 자녀들의 길이 정해지는 감이 있다. 가정 형편이 좋은 자녀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 진학도, 화려한 스펙도, 취업의 문도 그들을 반겨 주고 있다.

반면 부모의 경제력이 별 볼 일 없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고가의 과외를 받을 엄두도 못 낸다. 스펙을 쌓을 여유는 꿈도 못 꾸고,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한 알바를 하느라 정신 없다. 어학연수 한 번 제대로 못하다 보니 취업도 어렵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렵다. 든든한 부모의 재력이 없으면 이 모양 이 꼴로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패배주의 때문에 희망의 문을 두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빨리 '개천에 용 나는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청춘들은 개인적으로 이런 신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구조적으로 이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의 탄식과 희망 상실을 막을 수 있다.

지난주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렸다. 21세기에 금수저 물고 태어난, 마크 저커버그(31)의 딸.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창업자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는 딸이 태어난 기쁨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가진 주식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공언한 99%가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라. 까무러칠 일이 아닌가? 그가 가진 재산은 무려 5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신생아 딸에게 금수저보다 더 값진 선물을 안겨준 게다.

수저 계급론은 '인생 결정주의'를 보여준다. 어떤 부모를 두었느냐, 어떤 집안 출신이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 등급이 이미 결정된다는 말이다. 세상을 희망 꺾인, 절망으로 채색하고 말았다. 반전이 없는, 역전이 불가능한 세상으로 규정해 버렸다.

그러나 믿음의 세계는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얼마든지 역전과 반전 드라마가 연출된다고 말한다. 절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희망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금수저가 아무리 좋아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와 메추라기"와 비교할 건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양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금수저나 은수저보다 훨씬 더 멋진 '다이아몬드 수저'를 가진다 해도, 보배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유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의 자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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