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통치에 대한 확신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궁금증을 넘어 회의가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이야?', '저렇게 악한 사람도 버젓이 잘 살아가고 있잖아!' '불법을 하는데도 회사가 저렇게 잘되는 거 봐! 이상하잖아?'

이런 세상인데도,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살아가면서 이런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운전사가 없는 자동차가 질주를 하는 것처럼, 세상만사가 아찔하고 이상하게 돌아가서 속상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홧김에 쉽사리 결론을 내린다.

'이런 걸 보면 역시 하나님은 안 계시는 게 맞아! 하나님이 살아 계시는 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지.'

그런데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잠시 멈춰 보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월함을 주장하면서 죄 없는 유대인들을 핍박했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죽어갔다. 그때 유대인들이 눈물을 뿌리며 던진 질문이 있다. "하나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하나님이 왜 이런 고통을 허용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후 연합군이 이 수용소를 탈환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용소 내부를 조사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한쪽 벽에 쓰여 있는 찬송가 가사 때문이었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하네.' 이런 현실 앞에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라니!

그런데 또 다른 곳에도 이런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하나님은 여기에 계십니다.' 이런 불합리하고 처참한 현실에도 하나님이 계시다니! 그럼에도 이게 그들의 신앙고백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통치를 확신하며 살았던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하나님이 하신 거야!'라고 고백하는 건 어렵지 않다. 행복한 부부로 아름다운 가정을 누리고 있는 부부가 '우리는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천생연분이야!'라고 하는 거야 당연하다. 우리 자녀들이 진학을 잘 하고, 취업을 잘 해서 기분이 좋을 때 '하나님이 함께하시니까'라고 말하는 거야 지당하다. 어려운 시대임에도 여전히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 '하나님이 도우셔서 그렇다'고 하는 것이야 얼마나 아름다운 고백인가? 

그런데 문제가 꼬일 때,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심각한 질병으로 오늘내일할 때도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가?

경건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고 고백한다. "지존하신 여호와는 두려우시고 온 땅에 큰 왕이 되심이로다(시 47:2)."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이 어떠하든지,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닥쳐오든지, 하나님의 다스림과 통치는 흔들림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주님은 때때로 고속도로로 운전하기도 하시지만, 때로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기도 하시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리기도 하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나라는 왕이신 그분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어도, 우리 눈에는 이상해 보여도, 우리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어도, 온 우주의 통치자이신 하나님은 결국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는 믿음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날마다 만나는 일들은 슬픈 일이나 즐거운 일이나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의 구성을 아름답게 완성하시는 데 필요한 재료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서도 하나님께서 나를 통하여 만들어 가시는 선에 대한 기대를 잃지 말아야 한다. 

한나는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를 실감나게 간증한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도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도다(삼상 2:6-7)."

만약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이런 고백을 하며 산다면 당당하지 않겠는가? 모든 삶의 형편에 감사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감사하며 살 수 있다.

하나님의 통치를 확신하며 살았던 요셉은 어땠나? 자신을 죽이려 했던 형들을 생각하면, 불륜을 즐기자고 끈질기게 유혹하다 거부당하자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보디발의 아내를 생각하면 치가 떨렸을 것이다. 그러나 요셉은 억울한 상황에서도 불평하지도,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억울한 일을 다 당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삶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계셨다.

다윗은 사울의 충신이자 사위로 최선을 다해 섬겼다. 그러나 돌아온 건 협박과 살해 모의였다. 그런데 엔게디 황무지에서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의 통치를 믿었기에 자기 맘대로 복수하려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하기보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겼다.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의 통치를 믿는다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황과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이 땅에서는 주님의 통치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주님의 통치가 온전히 실현되는 그 나라가 다가올 것이다. 죄가 없는 곳, 악한 세력들이 사라진 세계가 오면 완전한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고 평화와 안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 인내함으로 기다려야 한다. 

동시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 고백하며, 순간마다 하나님의 통치에 온전하게 순종하는 하나님나라 백성이 되기로 결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