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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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사역지를 옮기는 전도사님이 있어 송별회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됐다. 식사 중에 전화가 왔다. 시골에 있는 형님이었다. 형님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어머님이 눈을 감으셨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교역자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형님이 장례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를 두세 번 했다. 나는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상황을 대충 눈치챈 여전도사님 한 분이 나를 따라 나왔다. "목사님, 어머님이 임종하신 거죠." "예, 교역자들에게 아무 이야기 하지 마세요."

사실 최근 어머님은 몇 차례 위기를 넘기셨다. 혈당이 떨어져 혼수상태가 된 적이 세 번이나 있었다. 혈당이 떨어지면 혀가 말려 들어가면서 말이 어눌해지며, 몸에 기운이 없어지고 정신이 이상해진다. 그 때마다 응급실로 가서 몸을 관리하곤 했다. 더구나 저녁에 혈당이 떨어져 죽음의 고비를 넘기곤 했다.

지난 12월 1일 화요일 저녁이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시골 형님에게 전화가 왔었다. 그때도 형님은 흐느끼면서 말했다.

"어머님이 위독하시네. 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이번에는 어머님이 섭섭해하시네. '내가 죽어가는데도 병태는 와 보지도 않는다'고 하시네. 혹시 이대로 어머님이 눈을 감으시면 어머님에게도, 동생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연락을 주네. 동생 마음도 지금 힘들 텐데, 상황을 봐서 올 수 있으면 한번 와서 어머님 얼굴 뵈었으면 좋겠네."

12월 2일 수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바로 출발해 시골로 갔다. 혈당이 내려가 밤중에 병원 응급실로 옮기셨다. 응급실로 들어서니 초췌한 어머니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나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머님 죄송해요. 자식 도리도 못하고." 어머님의 얼굴은 수척했다. 복수가 차서 배가 불렀다.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한 주간이라도 어머님 병실에서 간호해 드리면 좋겠는데." 사실 지난 여름에도 어머님 건강이 나빠져 간곡히 부탁드렸다. "어머님, 저희들과 서울로 갑시다. 1년이라도 저희가 모실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나 어머님은 응하지 않으셨다. 

이번에도 어머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어머님, 저희들과 함께 올라가서 당뇨전문병원에서 치료 좀 받아 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나 이번에도 별 수 없었다. 편찮으신 어머님을 응급실에 두고 올라오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요즘 당신이 힘드니 그것도 마음에 걸리네." 

며칠 후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셨다. 그래서 아내가 나에게 제안했다. "여보, 안되겠다. 이러다 나중에 한이 되겠어. 당신은 아이들과 알아서 하고, 나는 한 주간 어머님과 함께 있으면서 간호해야겠어." "알았어. 월요일에 같이 내려가서 당신은 남지 뭐." 그런데 토요일에 어머님은 우리 곁을 떠나신 게다.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어머님, 이틀만 더 기다려 주시지. 이틀을 기다리지 못하시고 저희들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하세요?"

이런저런 변명거리야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곁을 떠나신 어머님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는데.

하나님이 예비하신 완전한 안식의 세계로 들어가셨으니 감사할 일이다. 평소에 노랫말처럼 하시던 대로 고통 없이 주무시는 듯 하나님 품에 안기셨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마음에 한이 남는다.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너무 후회스럽다. 장례를 치르고 지내는 하루하루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젠 잊어야지' 하지만, 잊히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빨리 잊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빨리 잊어버리는 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라도 더 간직하고 싶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 조금이라도 더 그리워하고 싶은 게 나의 욕심인 게다. 

장례를 마치고 다른 형제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우리 가족은 어머님 집에서 하루 더 머물고 가겠다"고 했다. 어머님의 마지막 흔적을 느끼고 싶었다. 잠을 자면서 어머님의 흔적을 더듬었다. 다음 날 아침 6시 30분경 눈을 떴다. 어머님 생각이 났다. "이 시간이면 새벽기도 갔다 오셔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다니실 텐데." 

아내가 '아침 먹지 말고 가자'고 했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 집에서 마지막 밥을 먹고 싶었다. 장례 때 남은 국과 밥을 데워 먹으면서 어머님 생각이 나 눈물을 글썽였다. "이게 어머님 집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이구나!" 

아내와 아들은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부엌으로 갔다. 그릇 몇 개를 씻으며 어머님 생각을 했다. "언제 다시 이렇게 설거지를 할까?" 짐을 챙겨 집을 나서면서 거실과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언제 이곳을 다시 찾아 올까?"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탔다. "이제는 어머님을 홀로 두고 떠나면서 아쉬운 눈물 흘릴 일도 없겠구나."

성도들은 '목사님의 든든한 기도 줄이 끊겼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고향과 안식처가 사라진 것처럼 허전하다. 생각이 머물 때마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눈물이 쏟아진다. 

어머니를 보낸 내 머리에 떠나지 않고 맴도는 말이 있다. "있을 때 잘해!" 왜 인간이란 존재가 이럴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난 후에 후회하곤 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안타까워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갔는데.

다시 한 번 결심하자. 배우자가 있을 때 잘하기로. 가족이 있을 때 아껴 주기로. 지체들이 함께 있을 때 위로하고 격려하기로. 때가 지나기 전에.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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