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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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요즘 청년들의 어깨가 축 처진 걸 보면 안타깝다. "취업은 기적이요 신의 선물이다." '헬조선'이니 '수저 계급론'이 운운되는 것 자체가 불행이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88만 원 세대'로 부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세대라고 '3포 세대'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에서 또다시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로 치닫고 있다. 

그들의 끝은 어디일지?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꿈마저 포기하며 사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가 그리울 뿐이다. 그래도 젊은이들을 향해 말하고 싶다.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2015년 달력을 넘기기 며칠 전이다. 며칠이 지나면 2015년은 영원한 과거로 묻히고 만다. 한 해 동안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가? 불안한 직장과 사업장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해 왔는가? 고생 많았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2016년을 내다보는 우리 눈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절망'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희망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어도 희망만 가질 수 있다면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새로운 도약은 희망의 끈을 잡는 순간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희망의 끈을 놓치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래서 새로운 인생의 지평을 열지 못한 채 세상과 인생을 한탄하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20대 초반의 어느 청년이 있다.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사인데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어머니는 병간호 도중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매달 병원비로만 500만 원이 들었다. 암울한 현실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어두운 밤과 같았다.

부모님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결국 다니던 대학을 휴학했다. 새벽 4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쓰리 잡(Three jobs)'을 정신없이 뛰었다. 전단지 배포, 학원 강사, 생과일주스 제조 등.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잠을 줄이면서 갖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하루 3시간 반 자며, 알바 3개 뛰어야 했던 '흙수저' 인생이다. 그러나 하나님 '빽'이 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고학으로 대학을 마쳤다. 2007년 기업 신용평가 기관에 입사해 4년 간 일했다. 그러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결혼한 누나에게 모기장 모양의 누비 이불을 만들어 준 데서 착안했다. 교회 사모인 딸이 낡은 주택에서 외풍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까워 엄마가 이불로 차단막을 만들어 주었다. 의외로 효과가 좋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나게 되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어머니가 만든 이불 같은 실내 텐트를 만들면 추위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간단한 아이디어로 에너지 빈곤층 난방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어 2011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 난방텐트를 만들게 되었다. 2012년 창업하여 2015년에는 매출액 10억 원을 돌파했다. 난방텐트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소셜벤처 바이맘 김민욱(37) 대표이사 이야기다. 그는 고백한다. 

"힘들었지만 '돈 버는 원리'를 깨우치는 시간이었어요. 지하철 객차 안에서 휴지를 팔고 대학교 앞에서 주스도 팔면서 사업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성경 말씀처럼 '고난이 내게 유익'이었던 셈이죠."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드는 일이 한두 가지던가. 힘차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용기를 꺾어버리고 우리를 주저앉게 만드는 일들이 복병처럼 잠복해 있다. 

2015년을 한번 되돌아보자. 거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잘 따라와 주지 않았다. 허물어지는 인생의 기둥들을 하나 둘씩 새롭게 세워보겠다고 다짐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름의 노력을 했건만, 생각처럼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거듭되는 실패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보기도 민망하다.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실감하고 더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니 새로운 해가 다가온다고 해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차피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세상이니까. 현실은 나를 그렇게 반겨 주지 않을 거니까.

그래도 잊지 말자. 가버나움에서 백부장의 종을 고치신 주님께서 나인 성으로 가셨다. 나인 성에는 남편을 잃은 한 과부가 살았다. 그에게 유일한 아들이 있었다. 이미 장성했다. 여인은 아들에게 모든 걸 걸었다. 자신의 생명이 아들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죽고 말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더 살아서 무슨 낙을 보겠는가? 

나인 성에서는 장례 행렬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침울한 죽음의 분위기를 잔치의 분위기로 반전시키셨다. 죽은 외아들을 살려 엄마의 품에 안겨 주었다. '다 끝났다'고 낙담하고 있던 여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 주셨다.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었던 게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힘들 때 그래도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왔음을. 아무리 막막해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하나님과 함께 하다 보면 언젠가 인생의 역전도 가능함을. 한 해 마지막 주를 보내는 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자. 그리고 외쳐 보자. "아직도 희망은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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