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무엇을 바라보며 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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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운전하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앞 차가 이상할 때가 있다. 차가 갈지자(之)를 그리고 있는 게다. 대낮인데 술을 마셨을 리는 없고, 졸음 운전을 하는 건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속도를 내어 따라잡아 보면, 그 사람의 손에 핸드폰이 들린 경우가 있다. 

전화를 하는 건 그래도 봐 준다고 하자. 운전대를 잡고 카톡을 하고 문자를 보내느라 시선이 엉뚱한 곳을 향하니 사고의 위험이 도사린다. 죽고 싶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을 파멸시키지 않으려면 운전하는 데 필요한 것만 바라봐야 한다.

어떤 소년이 길에서 우연히 5달러짜리 지폐를 줍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에게는 땅만 바라보며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또 무엇을 주울까?" 이렇게 해서 그가 평생 주운 물건은 단추 2만 9,519개, 머리핀 4,172개, 그리고 동전 수천 개, 그 외에 자질구레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을 줍기 위해 땅만 바라보고 걷는 바람에, 정작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했다. 길가의 아름다운 꽃, 하늘의 뭉게구름, 들판의 새들을! 평생 땅만 바라보느라, 고개를 들어 넓고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못했다. 높은 이상과 꿈을 향해 제대로 나래조차 펴 보지 못한 채 인생을 끝내고 말았다.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가? 인생은 바라보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갈 곳'을 모른 채 그 말씀을 붙잡고 따라갔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약속의 땅 가나안이다. 아브람은 벧엘에 도착해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제사를 드렸다. 그 후에 그는 팔레스타인의 최남단인 네게브 지역으로 갔다(창 12:9).

그런데 가나안에 심각한 기근이 들었다. 아브람은 먹거리를 찾아 물이 풍부하고 기름진 땅 애굽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애굽은 먹거리는 풍부할지 모르지만 영적인 양식은 없는 곳이었다. 인간적으로는 매력적인 땅일지 몰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은 아니다. 

결국 먹거리를 찾아갔던 아브람은 안전을 위해 아내 사래에게 '나의 누이라고 하라'고 당부했다. 졸장부가 되고 말았다. 언약 백성으로서 수치를 당하고 죽을 뻔하는 위기를 넘겼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경륜에 위기를 맞게 만들었다.

혼쭐이 난 아브람은 다시 네게브로 올라온다(창 13:1). 그런데 놀라운 건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는 곳을 찾아간 아브람, 졸장부처럼 치사한 짓을 한 아브람에게 하나님께서 은혜와 복을 주셨다는 것이다.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창 13:2)." 우리의 모습과 상관 없이 은혜와 복을 내려주시는 하나님, 정말 멋지지 않은가?

아브람은 네게브에서 벧엘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다시 여호와께 제사를 드렸다(창 13:4).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아브람의 목자들과 조카 롯의 목자들이 서로 갈등하고 다투고 싸웠다. 그들의 소유가 너무 많아서 동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넘치는 욕구'와 '부족한 자원'의 긴장 때문에 인간 안에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게다.

이때 아브람은 조카 롯에게 '우리 목자들이 서로 다투게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럼 어떻게 다투지 않고 살 건가? 아브람은 롯에게 묘안을 제시했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내가 좌하리라(창 13:9)!' 아브람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양보했다. 이권을 챙기지 않고 내려놓았다.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브람의 제안에 조카 롯의 선택을 보라.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지역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으므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창 13:10)." 롯은 인간적 욕심을 따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물이 많고 목초지가 풍부한 땅'을 택했다. 지혜로운 선택 같지만, 보이는 것을 좇아갔다. 땅에 있는 것을 좇아갔다. 인간적 욕심을 좇아갔다. 그 끝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결과는 파멸이다.

'보이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 그걸 바라보면서 달려야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보이지 않는 세계를 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챙겨야 한다. 보이지 않는 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롯은 그걸 놓쳤다.

한편 아브라함의 선택을 보라.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거하였고, 롯은 평지 성읍들에 머무르며 그 장막을 옮겨 소돔까지 이르렀더라(창 13:12)." 아브람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머물렀다. 인간적인 욕망과는 무관하게 하나님 자체를 선택했다.

우리가 욕심을 포기할 때, 기득권도 내려놓을 때, 이권을 챙기지 않을 때, 손해 보는 걸까? 아브람이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어떤 결과가 왔는가?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창 13:14-15)." "너는 일어나 그 땅을 종과 횡으로 두루 다녀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창 13:17)." 

조카 롯이 자신을 떠날 때 아브라함은 참담했다. 하나님은 비통하고 외로운 아브라함의 마음을 아시고, 그를 위로하시고 그에게 소망을 주셨다. 땅과 자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지금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속상해하지 말자. 현실적인 이익이 보이지 않아도 약속의 말씀,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비전을 붙잡고 가자. 그러다 보면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은혜를 누리게 될 게다. 돈과 복을 찾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재물과 복을 받아 누리는, 은혜를 좇아가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눈은 푯대를 향해 고정해 두어야 하건만, 자꾸 주변 세계를 두리번거리다가 정작 주시해야 할 목표물을 놓치는 실수를 하곤 한다.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면 속편하고 행복할 텐데, 이 사람 저 사람 바라보는 버릇이 있어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환경과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예수님만 바라보면 되는데, 십자가만 바라보면 되는데, 우리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그러다 보니 낙심하고 상처를 받곤 한다.

2016년을 출발하면서 우리의 눈을 점검해 보자. 육신의 눈 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 영적인 눈도 살펴보자.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며 살 건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보며 살 건가? 어떤 상황에서도 십자가만 바라보며 살아가자. 수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올지라도, 예수님에게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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