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없어지고 알라만 남는다는 수피즘의 신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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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칼럼] 이슬람 수피즘 연구 (2)


1.2. 범신론적인 합일신학

페르시아의 한 금욕주의자 알 비스타미(al-Bistami, -875)는 자신의 마음을 비움(Entwerden)으로써 신과의 일치를 추구하였다. 그는 소위 "범신론적 신비주의자(pantheistischer Mystiker)"로서 "나는 진리다; 나는 신적 경배를 통해 숭배된다"고 하였다.

"알라 앞에서 나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는 그의 논리는 수피즘의 범신론적 합일의 신비론으로, 알라는 초월자여서 자아는 알라와 어떠한 관계도 맺을 수 없으므로 자아가 알라의 임재 가운데 거하려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기 부재(non-existence) 현상은 인간 수피의 모든 의식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나님과의 신비적 일치를 주장하였던, 동시대 신비주의자 알 할라지(al-Halladj, -922) 역시 백성들에게서 성인으로 숭배를 받던 한 "범신론적 일원론자(pantheistischer Monismus)"다. 오랜 수련 끝에 그는 "하나님"에게 "나는 당신입니다(Ich bin du)"라고 말함으로써 "하나님"과 하나됨을 경험하였다는 것이다.

일반 종교들의 신비주의는 신과의 합일 내지 신의 사랑과의 합일을 추구하고, 신적 대상에게 전폭적으로 자신을 헌신함으로써 내적인 평화를 경험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슬람 신비주의 역시 이러한 범주에 속하여, 인간과 접촉 가능성이 없는 초월자 알라에 대한 영적인 갈증을 해갈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슬람 신비주의의 목적은 수피의 영혼과 '알라의 영혼(divine soul)'을 철저히 동일시하고 알라와 절대적으로 하나(absolute oneness)가 되는 것이다. 결국 "I am not, god is"라는 'divine soul'을 실현하는 것이다. 

「Islamic Surfism」이라는 책을 쓴 와히드 바크쉬 랍바니(Wahid Bakhsh Rabbani)는 '존재의 유일성(oneness of being)'을 주장한다. 그의 존재의 유일성이란 온 우주가 신 안에 있으며, 그가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신의 본질이 우주에 표현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온 우주가 신적 존재(god's being)라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그의 사상을 'pure islamic pantheism and pure islamic monotheism'이라고 칭한다. 신은 어디나 계시고 오직 하나이시며,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피들의 이러한 신비주의 사상은 꾸란과 정통 이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아시아 고등종교들의 범아일체 사상 및 불교의 열반 상태와 흡사하다. 이러한 수피즘의 범신론적 합일 신학은 아시아 고등종교적 범신론과의 혼합주의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2. 신비체험

필자는 수 년 전 이집트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후세인 모스크 홀에 가득 찬 가운데 관을 만지며 꾸란을 암송하고 선창과 복창을 반복하며 흥분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았다. 또 홀 밖에서는 여러 수피 모임들이 각각 반복적으로 몸을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선창과 복창으로 짧은 구절을 수없이 반복하고, 템포가 빨라지면서 숨이 가빠지고 흥분하며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필자는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자기 죽음'의 상태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진 일이 있다. 

사실 이렇게 이끌리는 상태에 관해 알주나이드(Junayd)는 "알라가 너로 하여금 네 자신을 죽게 하고 너로 하여금 알라 안에서 살아나게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계통의 수피 신학자 중에 알라를 추구한 알할라즈(Hallaj)는 "무슬림은 그 자신 안에서 알라를 통하여 그 신적 존재와 어느 정도 결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할라즈는 카피르(불신자)로 물려 처형되었다. 

할라즈가 본래적 이슬람 세계관에서 멀리 벗어나 인간 신격화의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된 후, 외면적인 행동규범을 위한 이슬람법(샤리아)과 내면적 갈증을 채우려는 수피즘의 조화를 이룬 양면성을 충족시킨, 이슬람교의 대학자 알가잘리는 전통적인 샤리아에다 수피즘을 더하였다. 

알가잘리는 완전한 인간의 본은 무함마드라고 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그는 완전한 인간의 마음은 알라의 보좌와 동일시되고, 완전한 인간은 알라의 복사판이라고도 주장하였다. 가잘리의 이러한 '완전한 인간'에 관한 가르침은 무함마드 숭배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알가잘리 사후 13세기에 시작된 수피학의 존재론적 합일을 추구한 대표적 스페인 수피 이븐 아라비는 피조물의 본질이 무(nothing)가 될 때 창조주와 합일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혼을 정화하면 근원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그는 "네가 너 자신을 알 때 … 너와 알라가 하나이고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2005년 강재춘의 '터키 수피즘의 영적 세계 및 수행 방법 연구'는 현재 한국에서 독보적 연구물로 보인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메블라나 종단의 수행 방법은 fana(자기 소멸), baqa(신과의 합일), mahabba(신과 사랑의 합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피들은 세마춤을 추며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알라'를 부르면서 자기를 비워간다. 자기가 소멸(fana)된 그 자리가 알라로 채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합일의 순간(baqa)에 수피는 잠시 알라와 사랑의 합일(mahabba)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통 이슬람이 샤리아에 복종함으로써 알라와 합일의 신비를 체험하고자 하는 바와는 달리, 수피즘은 따리카(길,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수행 전체)에 의해 알라에게 도달하고자 한다. 바로 메블라나 종단의 세마춤이 '신과의 합일'을 위한 수행기법(테크닉)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전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게 됨에 의해, 알라와의 합일 상태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세마춤의 수피수행 기법은 ① 따리카(Tariqah): 신비주의 공동체의 기법과 의례대로 수행하고 ② 디크르(dhikr): 무아지경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염주를 돌리며 집중하여 알라를 염송한다 ③ 수흐바(suhbah): 종단 회원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 비추고 깨닫는다 ④ 세마(sama): 알라와 합일하고 알라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악기 연주, 시 낭송, 노래, 춤 등으로 몸을 움직이며 황홀경을 체험하는 기법이다. 신과의 합일을 위해 환각 상태를 유발하려고 마리화나 같은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강재춘은 꼬냐(이고니온)에 위치한 메블라나종단 센터에서 세마잔들과의 인터뷰로 메블라나 수피즘의 세마 수행 방법에 관해 알게 된 바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필자가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세마춤의 수행은 신비주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시작하면 바로 피리(네이)연주가 세마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피리 연주가 끝나면 이어서 무함마드와 성자들을 존경하고 평안을 염원하면서 메블라나가 쓴 시를 독창(나트)으로 연주한다. 그 시는 알라와의 합일을 추구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내용이다. 나트가 긑나면 북 연주(쿠뒴)로 이어지는데, 북소리는 알라의 명령(Sura 36:82)을 상징한다. 이제 세마잔(세마춤을 추는 사람)들이 죽음의 무덤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세마춤의 복장과 춤은 모두 죽음 이후의 일들이다). 세마춤의 장면과 의미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세마잔들이 자아의 무덤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입고 입장한다. 이는 자아의 죽음을 고백하는 것이고, 현세의 삶을 포기한 것이며, 자아 죽음을 통하여 알라와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② 이들은 비석을 상징하는 원통형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③ 입장하면서 바로 긴 시간에 걸쳐 깊이 허리를 굽혀 서로 인사하는데, 이러한 인사를 나누는 이유는 상대방의 깊은 깨달음과 합일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먼저는 셰이크(지도자)가 메블라나 잘랄루딘 루미의 표식이 있는 중앙에 위치한 붉은 양탄자 쪽에 가서 루미에게 인사하여 존경을 표하고, 모든 세마잔들과 무트립들(mutrib·음악연주가들)은 각각에게 겸손한 자세로 이와 같은 존경의 인사를 나눈다. 

④ 세마잔들의 회전무가 시작되기 전에, 세마잔은 오른발로 왼쪽 엄지 발가락을 가리고 두 팔로 어께를 감싼다. 알라와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회전은 물질적 영역에서 영적인 영역으로 올라가는 것을 상징한다.

⑤ 검은 망토를 벗는다. 이것은 수피의 자아가 죽은 후에 흙으로 시신을 덮는 것이라고 한다.

⑥ 망토 안에는 흰 겉옷과 조끼를 입고 있다. 이는 수의를 상징하는 것이고, 이제 세마잔들이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상징한다. 

⑦ 흰옷을 입은 세마잔들은 두 손을 가슴에 올린 자세로 어깨를 감싸안고 1자로 선다. 아랍어 숫자로 하나, 즉 1자의 의미는 알라는 오직 한 분임과 알라와 하나됨을 상징한다.

⑧ 본격적으로 회전무를 시작한다: 세마잔들은 회전하면서 '알라 알라 알라 알라' 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la ilaha illa Allah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를 암송하기도 하며, 템포는 점차 조금씩 빨라진다. 회전은 4단계로 나누어 멈추었다가 시작한다. 인사는 처음과 나중과 그리고 회전이 멈출 때마다 계속한다. 

⑨ 마침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여, 자아는 알라의 사랑 안에서 소멸된다. 자아 소멸은 최고의 경지이다.

⑩ 마무리 단계: 본래의 곳으로 돌아간다. 모두 높은 소리로 "후(hu!)"라고 한 후 서로 인사하고 마친다. 

위와 같이 터키 수피즘의 메블라나 세마춤은, 자아의 죽음을 통해서 알라와의 합일에 도달하려는 방법이다. 수피들은 알라에 집중하기 위해 "알라"라는 고백을 염불하듯 끊임없이 반복하여 부르고, 돌고 돌다 자아를 잃어버리는 지경이 되면 그 자리에 알라가 채워진다거나 자아가 알라에게 흡수된다는 이론이다. 

이 합일의 순간은 힌두교나 불교 등의, 요가훈련을 통해 범아일체 또는 무아지경을 잠시 체험하는 수행과 병행된다. 즉 수피의 자아는 없어지고 알라만 남게 되거나, 자아가 알라 안에 흡수된다는 이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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