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I-의식에서 We-의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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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편리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과 감정에만 충실하려 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태도는 공동체를 위태롭게 하고, 결국 자신도 불행으로 치닫게 한다.

며칠 전 한 차량이 도로를 가로질러 불법 유턴을 했다. 이를 발견한 차량이 사고를 피하기 위해 경적을 한 번 울리면서 급제동을 하고, 차선을 변경해 계속 주행했다. 가까스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 터널로 진입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갑자기 뒤에서 충격이라도 가한 듯 차가 크게 흔들렸다.

'이게 뭐야?' 돌발 상황으로 운전자가 속도를 줄였다.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검은 차량이 이번엔 운전석 문을 수차례 들이받기 시작했다. 놀란 운전자가 문을 열고 나오자 곧바로 도주해 버렸다. 경적을 한 번 울렸다고 200m를 쫓아와 여러 차례 들이받는 보복운전을 한 것이다.

'나한테 감히 경적을 울려!'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불법 유턴을 했으니,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닌가? 잘못을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뭐 뀐 놈이 성낸다는 격이다. 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다. 자기가 그렇게 해 놓고 그렇게 분노할 건 뭐야? 분노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이해하려 해 봐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세상이 아픈 게 아닌가? 이러니 불법 천지가 되는 게 아닌가?

아름다운 세상은 자기 중심성에서 탈출할 때 가능하다.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아픔을 당한다. '내 맘이지'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공동체의 질서는 깨진다. '내가 가는 길을 왜 막아!'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길은 막힌다. 내가 가는 길도 중요하지만, 남이 가는 길도 소중하다. 내 감정도 중요하지만, 남의 감정도 중요하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예수님처럼, 내가 존재함으로 다른 사람들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유익을 구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더 아름다운 건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됨으로 인류에게 웃음을 만들어 주셨다. 십자가에서 찢기고 불탐으로서 우리를 죄의 수렁에서 건져내셨다. 지독한 이기심에서 탈출할 때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세우려는 몸부림,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는 애씀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든다.

어느 날 세차장에 서 있던 50대 남성이 엉거주춤 주저앉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마침 옆에 있던 70대 세차장 주인이 바로 달려와 심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46년 전 한국전력에 입사했을 때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심장 압박을 계속하라'고 배웠던 것을 활용한 것이다. 그 사이 세차장 직원은 기도를 확보하고 119에 신고했다. 다른 손님들도 달려와 남성의 다리를 주무르고 번갈아 심장 압박을 하며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쓰러졌던 50대 남성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일주일 만에 병원에서 퇴원한 그가 말한다. "무척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신데, 앞으로 자주 찾아뵙고 저랑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천안 동남소방서는 침착하게 생명을 살린 인홍식 씨에게 '하트세이버' 표창을 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각자 해야 할 몫을 찾아 힘을 보탰다. 몸을 사리느라 도망치는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 어차피 살아가는 세상,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떤 인간들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다치고 하고, 죽이는 데 힘을 모은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자꾸 어두워진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 있는 어느 집에 들어가셨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왔다. 얼마나 많이 몰려왔는지 발을 들여놓을 틈도 없었다. 그런데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는 중풍병자가 있었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자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때 네 명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협력해서 친구를 예수님께로 데려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친구를 예수님 앞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그러자 포기하지 않고 지붕을 뚫고 침상채로 예수님 앞에 갈 수 있게 만들었다(막 2:4). 한 사람을 고치기 위해, 친구의 인생을 바꿔 놓기 위해, 네 친구가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좋은 일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비록 대단한 힘은 아니어도 좋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예수님은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한 것을 잊지 않으신다. '소자쯤이야 뭐 어때!'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깟 냉수 한 그릇 갖고 뭘 그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링겔만 효과라는 게 있다.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에서 유래된 이론이다. 링겔만은 참가자들에게 줄다리기를 시켰다. 그 줄에 참가자들 각자가 얼마나 세게 줄을 당기는지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집단 전체가 당길 때의 힘과 개인이 혼자 당길 때의 힘을 비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게다. 1:1→100%, 2:2→200%, 3:3→300%의 힘! 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달랐다. 1:1로 줄다리기를 하면 100%의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2:2일 때는 93%, 3:3일 때는 85%의 힘만 발휘했다.

링겔만 효과는 참여 숫자가 늘어날수록 개인당 공헌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개인이 집단에 속해 있을 때는 자신의 힘을 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내가 안 하면 누구라도 하잖아?'라는 생각이 결국 비능률, 저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데 자꾸 빠질 궁리를 하지 말자. '나 하나쯤이야'라고 말하면서 자꾸 주변으로 돌지 말자. 나 하나가 더 보태면 세상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나 하나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I-의식에서 벗어나 We-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부터 가정은 살아나고, 세상은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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