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백발의 아름다움과 기도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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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 16:31)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잠 20:29)

나이가 들면 기력이 쇠약하여진다. 그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자연의 순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울은 겉사람이 낡는다고 하여 낙심하지 말 것을 권면하였다(고후 4:16). 잠언에서 젊은이의 자랑은 육체의 힘에 있지만 늙은이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라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잠 20:29). 젊은 남녀가 뛰노는 예루살렘 거리에서 노인들이 지팡이를 잡고 앉아 있는 것은, 처량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다(슥 8:4-5).

잠언의 또 다른 말씀은 노인의 백발을 '영화의 면류관'이라고 하였다. 백발은 그동안 경륜을 쌓으며 일생을 살아 온 결과에 대한 훈장이라는 뜻이다. 노인의 주름살은 결코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수고의 경험을 상징하면서, 그런 가운데에서 얻은 지혜가 축적된 모습이기도 하다. 노인이 영화로운 면류관을 훈장으로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자격도 그것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연이다. 시간의 흐름은 인력으로 막거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거부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삶의 자연스러운 순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이 되었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쇠약해진 기력 때문에 젊은이들처럼 힘든 일을 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일은 얼마든지 있다. 사무엘도 정년을 맞이하여, 새로 선임된 사울 왕에게 나라의 통치권을 넘겨 주게 되었다. 그는 모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퇴임식을 거행하면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것이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치 아니하겠다"(삼상 12:23)는 선언이다.

기도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죄 가운데 하나다. 모든 문제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깨어지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깨어지는 것, 그것이 곧 기도의 통로가 막히는 것이다. 그만큼 기도는 영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 요소이다. 사무엘이 기도 쉬는 것을 가장 큰 죄로 여긴 것은, 그가 얼마나 영적으로 성숙한 인물이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고백과 선언이 공직에서 물러나는 정년 퇴임식에서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공직은 내려놓지만, 기도하는 것만큼은 은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기도하는 일은 계속 자신이 해야 할 책무로 삼겠다는 뜻이다. 사무엘이 강조한 기도는 개인을 위한 기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위한 중보기도였다. 그동안 그는 통치자로서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하여 기도했다면, 이제부터는 보다 순수하게 백성들을 위하여 기도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을 맡았을 때나 책임을 내려놓을 때나 변함없이 백성들을 위하여 기도했던 지도자가 사무엘이었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은퇴한 연령층에 속한다. 그만큼 노인들은 시간적 여유가 많이 있다. 이 여유의 시간을 무엇으로 보낼 수 있을까? 물론 여가활동이나 운동과 같이 자신을 위한 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무엘이 보여 준 것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도 빠지지 말아야 한다. 비록 젊은이들처럼 일터에 나가서 힘 있게 일을 하거나 총을 들고 국토 방위에 나설 수는 없지만, 뒤에서 기도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고도 실제적인 일이다.

이스라엘도 우리나라처럼 젊은이들이 의무적으로 입대하여 복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여자들에게도 군복무가 의무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누구도 군복무에서 제외될 수 없는 것이 이스라엘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정통파 유대인 자녀들은 군복무가 면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정통파 유대인들이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대신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기 때문이다. 기도가 국방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들이 나라를 위한 기도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일하는 것이나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믿음과 자부심을 갖고 기도하는 노인들이 많이 나와야 할 때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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