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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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마 26:40-41)

기도는 신앙생활의 필수적 요소이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열어 주는 영적 호흡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도는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응답하여 주시겠다는 보장이 약속으로 주어진, 복의 통로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의 창문을 열어 놓기만 하면, 하나님께서는 응답의 창문을 열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요 14:14) 그런 점에서 기도는 결코 탁상공론식 이론이 아니다. 기도는 자신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응답을 손에 쥐는 실제적 경험이다.

언젠가 미국 신문에 충격적인 기사가 하나 실린 적이 있었다. 내용은 어느 돈 많은 구두쇠 노인의 외로운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그 노인의 죽음이 신문에 기사화가 될 만큼 모두에게 충격이었던 것은, 그의 죽음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노인이 죽게 된 원인은 놀랍게도 영양실조였다. 돈이 많은 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전혀 돈을 쓸 줄 모르는 구두쇠였다.

오늘 그리스도인들 중에도, 하나님의 큰 복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은 하나님께 보장된 기도의 창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말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믿는 자들에게 주어진 풍성한 삶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는 명목상의 그리스인들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복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들이 영적으로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본문 배경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도하셨던 겟세마네이다. 예수께서는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될 만큼 간절하게 기도하셨지만, 제자들은 피곤에 지쳐 잠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제자들이 잠에 빠진 모습을 보시면서 예수님께는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고 지적하셨다. 그 속에 담긴 중심적 의미는, 깨어 있는자만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도는 입으로 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깨어 있어야 올바로 드릴 수 있다.

그러면 본문 말씀 속에서 깨어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 '깨어 있다'로 번역된 헬라어는 '그래고레오'인데, '깨어 있다' '지켜보다' '주시하다' '망보다' '방심하지 않다' 등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히브리어 '샤카드'는 성을 지키는 파수꾼이 깨어 있음(시 127:1)을 뜻한다. 성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적군의 침입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하여 전방을 주시하는 것, 그것이 깨어 있음의 기본적인 의미다. 그런 점에서 '깨어 있음'은 단순히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긴박한 사태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자세를 뜻한다. 곧 '깨어 있음'은 앞으로 닥칠 위기를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시험에 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하셨다.

기도는 깨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영적으로 깨어 있으려면, 자신의 삶이 위기 속에 있음을 직시하면서 오직 기도만으로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응답받는 기도의 조건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 외의 것들을 의존하는 것은 바른 신앙이 아니며, 그렇게 해서는 바른 기도를 드릴 수 없다. 성경에서는 그런 자세의 기도를 외식적인 기도 혹은 중언부언하는 기도라고 하였다. 그런 기도들은 하나님을 향한 기도이기보다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형식적 기도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응답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기도의 가장 기본적 자세는 자신을 포기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절대 의존이다.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시던 도중 예수께서는 "오늘 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니라"(마 26:31)고 말씀하셨다. 그때 베드로는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마 26:33, 35)라고 장담하였다. 그것은 순수한 신앙의 고백이기보다는 자신의 의지에 근거한 자만이며 자랑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의존하였던 베드로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기도의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기도의 뒷받침이 빠진 베드로의 확신은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무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기도의 응답은 천지의 창조주이시면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약속에 근거한다. 하나님을 향하여 깨어 있는 자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기도의 창문을 열 수가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는 그 뒤에 있는 응답의 창문을 곧바로 활짝 열어 주신다. 지금은 풍요의 시대에 영적으로 고갈되지 않도록 깨어 기도할 때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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