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이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신앙적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나는 개신교인이며, 가장 좋아하는 책은 성경"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자신의 신앙을 언급하자 TV 설교자로 널리 알려진 폴라 화이트 등 개신교 목회자 30명은 지난달 트럼프와 회동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모인 인물들 대부분은 번영신학을 강조하며 대중의 주목을 끄는 목회자들이었다.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백인 기독교 유권자들 사이에서 갈수록 높아진 것으로 CNN, 워싱턴포스트, ABC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에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위원장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은 분열을 조장하고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의 각종 언행을 주의 깊게 살핀 후 투표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을 살펴 보면 복음적 신앙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후 복음주의권에서 트럼프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들이 연이어 나왔다.
현재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기독교 유권자들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보수 성향을 가진 공화당의 경우 동성결혼·낙태 관련 공약 등이 기독교적 신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선에서 5위를 차지한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가톨릭 신자로, 젊은 보수 등의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텍사스주 프레스톤우드침례교회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포럼'은 7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약 4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톨릭),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개신교 목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개신교) 등 공화당 후보들이 참석해,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입장 및 개인적 신앙 등을 나누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개신교인, 샌더스 의원은 유대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공화당 후보들의 극단적 발언이 일종의 거부감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들의 유연하고 열려 있는 듯한 이미지가 기독교인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갈등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소수인종 및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며, 이민자들을 비롯한 아시안·히스패닉·흑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종교적인 관점으로 살펴볼 때, 민주당은 동성결혼과 낙태를 지지한다. 히스패닉의 경우 가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히스패닉들 중 상당수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낙태를 반대하며, 흑인사회에서도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하다.
한편 비주류 아웃사이더이자 정치 경험에서 뒤지는 트럼프와 샌더스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은, 미국 정치의 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