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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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4-16)

우리는 세상의 빛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이 땅에 존재하는 우리의 정체성이며 가치다. 빛의 본래적 역할은 어두움을 밝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두움에 휩싸여 있음을 의미한다. 빛은 어두움을 전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빛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빛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제일 먼저 빛을 창조하셨다. 빛은 천지창조의 본질이기도 하다. 빛 창조로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물러가고, 새로운 빛의 질서가 생겼다. 그런 질서의 제일 마지막 순서로 인간이 창조되었다. 빛은 인간보다 우선할 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 유지에 빠질 수 없는 절대적 요소이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지만, 그 빛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하나님의 빛을 받아 반사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뿐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곧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빛에 대한 반사경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 형상'은 하나님께서 비추어 주시는 빛의 반사경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예수께서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고 하신 것은 본래의 창조 목적대로 우리가 회복되었음을 선언하신 것이다.

우리는 발광체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빛의 반사경이다. 우리는 반사경으로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이 존재하는 의미와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두 가지 이미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산 위의 동네(도시)가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등불(촛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않고 등경 위에 둔다는 것이다. 밝은 낮 동안에는 산 위의 도시가 드러나지 않지만, 어두운 밤에는 불빛으로 인하여 그 윤곽을 분명하게 드러내게 된다. 등불이나 촛불을 켜는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어 주기 위함이다. 빛은 스스로 드러나게 되어 있지만, 우리는 또한 적극적으로 그 빛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하나님의 빛을 제대로 반사시키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조건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반사경의 위치를 제대로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우리의 반사경 방향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도와 말씀을 통한 하나님과의 원활한 소통이 신앙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과 함께 반사된 빛이 어디를 향하여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그 방향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세상과 집안의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반사경이 지향할 방향은, 예수께서 가장 큰 계명이라고 가르쳐 주신 두 가지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마 22:36-40).

둘째는 반사경이 훼손되거나 때가 끼지 않도록 늘 점검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방향을 잘 잡았다고 하여도, 반사경 자체가 잘못되면 빛을 제대로 반사시킬 수가 없다. 늘 깨어 기도하며 자신의 영적 상태를 점검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음이 청결한 자만이 하나님의 볼 수 있다(마 5:8).

자신의 영적 반사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쉬지 말고 기도하며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다(살전 5:17; 시 1:2). 시편에서도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을 따라 삼갈 것이니이다"(시 119:9)라고 하였다. 기도와 말씀 묵상은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한 구원의 감격과 성령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케 하는 통로다. 그것만이 영적 반사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빛은 '착한 행실'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하늘에 계신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빛의 출처가 하나님이시듯이, 그 빛으로 말미암은 결과도 하나님께로 돌려야 한다. '착하다'는 표현 속에는 그것이 우리가 아닌 하나님께로 말미암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행실'은 구체적인 행동, 곧 과정의 결과를 강조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빛을 받아 그대로 통과시키는 기계적인 반사경이 아니다. 그 빛은 우리 안에서 숙성의 과정을 거쳐 우리 자신들의 빛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착한 행실'은 신앙 안에서 성숙의 과정을 거친 결실로서의 성령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갈 5:22-23).

'착한 행실'은 성령께서 우리의 인격과 삶 속에서 성장의 과정을 거쳐 성숙시켜 주신 마지막 결실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고 하신 것은 우리의 '착한 행실'을 기대하셨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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