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가정, 행복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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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한국인 '지성의 아이콘'이라 말하는 이어령 교수가 말한다.

"삭막한 세상에 가족적이란 말처럼 정다운 것은 다시 없다. 잘못이 있어도, 서운한 일이 있어도, 한 울타리 안에서 한 핏줄을 나눈 가족끼리는 모든 것이 애정의 이름으로 용서된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같이 즐기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픔을 나누는 것이 가족의 모랄(Moral)이다."

이 세상에서 '가정·가족'처럼 아름답고 가슴 설레게 하는 단어는 없다. 여기에는 사랑, 이해, 용납, 희생, 헌신, 연합, 안식 등의 단어들이 결합되어 있다. 가정이야말로 안식이 있는 곳이요, 위로와 격려가 있는 곳이며,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렇기에 가정은 행복 발전소, 에너지 충전소이다.

퀴리 부부는 4년의 끈질긴 연구 끝에 라듐을 발견했다. 마리 퀴리는 창고 같은 실험실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과학자이기에 앞서 아이를 키우고 가사를 돌보는 주부로서의 역할을 잊은 적이 없었다. 남편 피에르 퀴리의 애정은 그녀가 이 두 가지 일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녀는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좋은 남편을 갖고 있어 행복해요. 하나님께서 복을 내려 주신 겁니다."

어깨가 축 처진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부모. 이런저런 업무에 지친 배우자에게 안식을 제공해 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여 당장이라도 때려 치우고 싶은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배우자. 아무리 지쳐도 절망하지 않게 하는 힘, 아무리 낙담되어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그 힘은 바로 가족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가끔 어렵고 힘든 일 때문에 지쳐 넘어질 때가 있다. 하루하루 버틸 용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을 스치는 것조차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그때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날 힘과 용기가 생긴다. 죽음을 갈망한 만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자신을 추스르는 힘은 바로 가족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에너지 충전소, 행복 발전소만 있는 게 아니다. '에너지 방전소'인 가정도 많다. 집에 들어 오면 이런저런 잔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원망한다. 연약함을 감싸 주고 덮어 주기보다는 드러내고 비난한다. 허물과 잘못을 용납하고 채워 주기보다 정죄한다. 그러니 집에 들어오는 것이 숨통이 막힌다. 자연히 밖으로 돌 수밖에 없다. 자녀는 가출하고, 배우자는 외도한다. 이렇게 허물어져가는 가정들이 한둘이 아니니 걱정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가정이 결코 아름다운 추억의 박물관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가정을 연상하면 가슴이 저며 오고, 울렁거림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 땅에 있는 가정들이 상처의 온상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 온 가족들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정들이 있다. 그러나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가정들도 적지 않다.

일본에 있는 어느 가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40대 중반의 엄마가 내연남과 함께 딸을 학대했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수조에 세제를 넣어서 금붕어를 죽였다. 그리고 죽은 금붕어를 16살 된 딸에게 강제로 먹였다. 그것도 30여 마리씩이나. 내연남은 딸의 얼굴에 담뱃불로 상처를 내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딸을 감금하고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게다가 딸에게 아이스크림과 계란을 억지로 먹이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토해내자, 토한 것을 다시 먹도록 하는 파렴치함까지 보였다.

일본의 30대 젊은 부부가 보인 또 다른 잔혹상도 있다. 이들 부부는 6남매를 두었다. 그 중 셋째 아들이 유독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넉 달 동안 토끼장에 가둬 두었다. 가로 57, 세로 40, 높이 46cm의 작은 공간에. 2-3일에 한 번 밥을 줄 때나 겨우 토끼장에서 벗어나게 했다.

아이에 대한 미움은 상습적인 폭행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아이의 입에 수건을 물려 잔인하게 때렸다. 결국 아이는 숨졌다. 그러자 아이의 시신을 버렸다. 아동 수당을 타려고 남의 집 애를 데려다 놓으려고 하다 실패하고 말았다. 눈속임을 하려고 인형에 이불을 덮어 두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이 땅에 있는 혈육인 가족은 사실 한계가 있다. 예수님이 밤낮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천국 복음을 가르치고 병든 자와 연약한 자를 돌보신다는 소문을 들은 어머니와 가족들이 예수님을 찾아 왔다. 예수님을 찾아 온 가족들이 어떤 생각으로 왔는지 아는가? "그가 미쳤다(막 3:21)."

예수님의 가족마저도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께 계속해서 태클을 건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만 에너지를 뺏어갔던 게 아니다. 혈육인 가족마저 예수님의 사역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때 예수님은 자기 주변에 있는 제자들을 가리켜 '이들이 나의 가족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육신의 가족 개념을 넘어, 새로운 영적 가족인 '하나님의 가족'을 소개하신 게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엡 2:19)."

성령으로 거듭난 우리는 이제 육신의 가족보다 더 소중한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다.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이시다.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용서를 경험한 형제자매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갈 가족, 아무리 큰 허물과 죄가 있어도 넉넉하게 포용하고 덮어 줄 수 있는 가족, 사람들이 모두 비난하고 정죄해도 사랑으로 감싸 주고 용서할 수 있는 가족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혈육의 부모에게는 한계가 있다. 육적인 가족도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그래서 하늘 아버지를 둔 하나님의 가족이 필요하다. 영적인 가족인 교회는 에너지 방전소가 아니라 에너지 충전소가 되어야 한다. 행복 방전소가 아니라 행복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믿지 않는 자들이 천국을 연상케 하는 하나님의 가족인 교회를 보면서 스스로 '나도 예수 믿겠다'고 교회로 오도록 해야 한다. 이게 복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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