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하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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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비록 '악한 사람'이어도 자식에게만은 좋은 부모로 살기를 원한다. 자식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해 주려고 한다. 좋은 것을 해 주지 못해서 한이 될 뿐이다.

예수님은 기도에 대한 말씀하시면서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이라고 하셨다(마 7:11). 예수님은 육신의 부모가 '악할 수 있음'을 아신다. 육신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좋은 것이 아닌 나쁜 것을 줄 수도 있다. 아픔과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바울은 골로새 교회 성도에게 당부한다.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하노라(골 3:21)."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부패하고 오염된 인간의 마음이 뒤틀려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환경의 지배를 받다 보니, 부족하고 한계를 가진 존재인지라,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고, 못난 모습으로 '나쁜 흔적'을 남겨 주기도 한다. 부모가 남긴 나쁜 흔적 때문에 자녀들은 불행으로 치닫기도 한다.

언젠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한 명이 자살했다. 학급 반장도 했던 아주 밝고 리더십 있는 아이였다. 앞날이 구만 리 같이 창창한 젊은이가 도대체 왜? 그에게는 말 못할 기막힌 사연이 있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성범죄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에 있는 철도역에서 근무하는 40대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하러 온 여중생을 성추행했다.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실패했지만.

그런데 아버지는 계속해서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했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려고 변론 자료를 모으고 재판을 준비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버지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아들은 절망해서 소망을 다 잃었다. 아버지처럼 철도 공무원이 되겠다던 큰형은 꿈을 접었다. 초등학생이던 막내도 '나는 불행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기 시작했다. 가정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새롭게 출발하려고 이사도 해 보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이웃들에게 아버지의 신상과 사진 정보가 담긴 우편물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동네 저 동네를 한 해에도 몇 차례씩 이사 다녀야만 했다.

그도 한때는 마음을 잡아 보려고 노력했다. 의사가 돼서 가족들을 호강시키겠다고 다짐도 하고, 학생회장 선거에도 나갈 만큼 학교생활에 전념해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마음속에 남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눈만 뜨면 우울해지고 짜증이 난다. 나도 모르게 허튼 생각을 하게 되고, 약이 생각나지만 선뜻 행하지는 못하겠어서 그냥 잠들고 만다. 어젠 거의 자살 직전까지 갔던 것 같다. 너무 괴롭다."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아들의 인생에 초를 칠 수 있다. 아들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아들의 인생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다. 그래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 때문에 자식의 인생에 먹구름이 끼게 해서야 되겠는가? 자식을 사랑해서 좋은 것을 해 주려고 하는 부모들도 자식들을 괴롭게 만들 수 있다.

지난 2월 신문에 보도된 사건을 보자. 40대 중반의 남성이 있다. 그의 아내는 사립학교 교사다. 남편이 지방에서 근무하게 되어 2011년부터 주말 부부로 지냈다. 2012년 아내는 딸을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교육비를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그런데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녀 교육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아내는 11살 난 딸에게 정규수업을 끝낸 뒤 방과 후 학습을 받게 했다. 이후에는 학습지 3-4개를 풀게 했고, 그 이후에도 피아노, 수영, 태권도 학원을 보냈다. 매일 오랜 시간 사교육을 받게 했다.

딸은 쉬는 시간도 없이 다양한 공부를 해야 했고, 새벽에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오전 3-4시까지 잠들지 못한 채 공부하는 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아내의 교육열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에게 심한 말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니까 너보고 '돌'이라는 거야. 학교에서 죽도록 한번 맞아 볼래?"

남편은 아내의 이런 훈육 방식을 문제 삼았다. 결국 부부는 다툼이 잦아졌다. 아내는 남편이 지적할 때마다 막말과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너무도 다른 교육관과 갈등에 지친 남편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도를 넘은 아내의 교육열은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친권과 양육권을 남편에게 넘겼다. 엄마도 아빠도 자식을 사랑한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녀를 괴롭히고, 자녀의 인생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착각할 수 있다. 좋은 것을 준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 땅에 수많은 부모가 있다. 부모라면 마땅히 자녀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땅에는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불행으로 치닫게 하고, 자살에 이르게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선한 부모인가 악한 부모인가?'

부모에게서 많은 아픔과 상처를 경험했는가? 그러나 기억하자. 나에게는 선하신 하늘 아버지께서 계심을! 하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주신다. 그것이 우리가 구하는 육신적인 필요일 수 있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께서 자녀에게 주시는 '가장 유익하고 좋은 것'은 성령이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눅 11:13)."

하늘 아버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마 6:32). 우리가 구하기 전에 '있어야 할 것'을 다 아신다(마 6:8).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고, 찾고, 두드리기'를 원하신다(마 7:7-8).

혹시 이런저런 염려로 고민하는가? 하늘 아버지께서는 귀한 자녀인 우리를 돌보신다(마 6:26). 하늘 아버지를 신뢰한다면 '쓸데없는 염려'를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기도한다. 마음을 '재물'에 두면 염려에 빠진다(마 6:24). 그러나 '하늘 아버지'께 두면 염려를 넘어설 수 있다. 염려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빌 4:6).

하늘 아버지를 신뢰한다면 이제 삶의 패턴을 전환하자. 염려하는 삶에서 은혜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는 기도의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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