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나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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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2016년 3월의 어느 날, 93살 할머니가 들판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불길은 할머니를 휘감았다. 할머니는 불을 끄려고 애썼다. 그러나 고령에 역부족이었다. 할머니는 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순찰을 하던 경찰이 그 광경을 발견했다. 경찰은 주저하지 않고 불이 타오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할머니는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이미 할머니 옷에는 불이 붙었다. 고민하고 주저할 수도 없었다. 할머니를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결국 경찰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할머니를 안고 나왔다. 할머니는 3도 화상을, 경찰관 역시 2도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살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는 사람들이 많다. 해법이 있을 것 같은데도 도무지 뚫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이라고 하듯, 그야말로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언제쯤 지겨운 터널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요즘 발표되는 데이터에 의하면 두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암 환자라고 한다. 암을 정복하는 세상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암에게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집사님이 있다. 임파선으로 전이됐다. 그래도 씩씩하게, 믿음으로, 긍정적 마인드로 암과 투병해 왔다.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재발되어 항암 치료를 하고 있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고 웃으며 투병에 임하고 있는 집사님이 고맙다.

어느 날 식사 시간이 되었다. 남편과 둘이서 식사를 해야 한다. 집사님이 소리쳤다. "야, 밥 먹자!" 남편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아무도 없는데, 누굴 부르는 거야?" 집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암이란 놈이 내가 좋다고 떠나지 않으려고 하니 어떡해. 함께 친구로 살아가는 수밖에는." 암을 친구로 삼아 살아가려는 집사님의 마음이 예쁘기만 하다. 그래도 힘겹게 암투병을 하는 집사님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성경은 이런저런 인간의 불행을 죄 때문이라고 말한다. 죄가 하나님과의 단절을 가져 왔고, 하나님과 단절된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불화하게 되었고, 다른 피조 세계와도 갈등하게 되었다. 모두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갖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할 태세다. 불평 불만과 환멸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들마다 탄식하고 절규한다. '나를 좀 구출해 달라'고.

한 부자가 있다. 그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었다.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 호화롭고 즐거운 식탁을 즐긴다. 그런데 그 동네에 나사로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거지이다. 온몸에 헌데가 났다. 나사로는 부자의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

어느 날 부자는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잔치를 즐기고 있었다.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었다. 못다 먹은 음식들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배고픈 나사로는 그런 음식이라도 먹고 살아야 했다. 그래서 허겁지겁 먹으려고 하면 부자는 그런 거지를 구박하곤 했다. 나사로에게는 자신의 헌데를 핥아주는 개밖에는 친구가 없었다. 유대인들이 부정한 짐승으로 여기는 개밖에는.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부자나 거지 나사로나 모두 죽음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죽음은 공평하다. 누구나 삼킨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문제는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세계가 준비되어 있다. 죽음 이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다가온다. 영원한 지복의 세계로! 또 다른 사람들은 영원히 타오르는 고통의 불길 속으로!

그때 인생은 반전될 수 있다. 이 땅에서 가난하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비참한 삶을 살았던 나사로는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곳에서 영원한 생명과 지복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이 땅에서 호화로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재물을 축적해 두고 자기 만족과 이익만을 위해 살았던 부자는 무명으로 죽었다. 그리고 그는 그치지 않는 고통의 세계로 들어갔다.

너무나 큰 고통과 비참함 때문에 부자는 절규한다.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 내가 이 불꽃 가운데서 괴로워하나이다(마 16:24)." 그러나 그 이 절규를 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너무 실망할 건 없다. 포기할 건 없다. 살아 있는 인생에게는 길이 있으니까. 사랑과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은 인간이 죄에서 구출을 받을 길을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유월절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떡을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이 잔을 받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 26:28)

모세가 시내산에서 짐승의 피로 맺은 옛 언약에는 한계가 있었다(출 24장). 하나님께 용서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죄를 없앨 수는 없었다. 죄를 지은 건수마다 짐승을 제물로 드려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구약 제사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래서 성만찬 자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언약을 체결하셨다. 십자가에서 흘리는 피로 많은 사람의 죄를 사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예수님은 골고다 십자가에서 피를 흘림으로 새 언약을 맺어 주셨다. 그래서 죄 때문에 저주의 자녀로 허우적거리는 인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로 걸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셨다.

죄 없으신 예수님, 절대적으로 거룩하고 의로우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신 것은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다. 죄를 지은 나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희생제물로 죽으셔야만 했다. 내가 받을 형벌을, 내가 받아야 하는 저주를, 예수님께서 대신 받으신 것이다. 그러니 내 삶에는 감사와 찬양의 흔적만 남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피로 새 언약을 맺은 새 언약 백성들은 이제 예수님께서 성만찬 자리에서 하신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전 11:26)."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으면 팔자를 고친다. 운명이 바뀐다. 하늘나라에서 새것으로 잔치하는 그 날을 맞이하는 때가 있다. 그 날을 기대해야 한다. 그 날을 사모하며 기다려야 한다. 아니 그 날에 받을 상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새 언약을 맺어 주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준 복음을, 장차 가서 누리게 될 하나님나라의 잔치를 자랑하고 전해야 한다. 죄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불에 들어가기로 예약한 자들에게!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와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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