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성경의 첫 두 상반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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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창 3:1)

"그들이 그날 바람이 불 때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에 있느냐"(창 3:8-9)

인간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 자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한하신 하나님의 창조적 신비로서, 우리들의 이해 한계를 넘어선다. 가장 큰 지혜를 소유하였었던 솔로몬 왕이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 12:12)고 하면서 학문 연구의 무용론을 피력한 것도, 결국은 인간 지성의 한계성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깊은 연구와 많은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하여도,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신비는 그 끝을 가히 측정할 수가 없다.

인간의 지적 한계가 솔로몬의 고백처럼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질문을 통하여 새로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지나간 역사의 증언이다. 그런 점에서 질문이 있다는 것은 곧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최초의 인간 타락이 시작되는 창세기 3장에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질문이 나오고 있다. 성경의 첫 부분에서 시작된 그 질문들은 성경 전체를 통하여 면면히 흐르는 두 흐름이 되었으며,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인간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두 질문은 여전히 우리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첫 번째 것은 인간을 유혹하는 뱀의 질문이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배움을 위한 순수한 질문이 아니라 유혹이라는 불순한 동기의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두 가지 면에서 뱀의 간교함이 숨어 있다.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의혹과 불신, 다른 하나는 '너희의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될 것'(창 3:5)이라는 유혹 곧 인간의 방자함을 부추기는 거짓이다. 이런 유혹과 거짓된 부추김에 넘어간 인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범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졌다.

인간을 유혹하였던 뱀의 간교한 질문은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씀에 대한 불신과 인간의 오만함은 오늘 우리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 팽배하여 있는 요소들이다. 종교다원주의 논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을 부정하는 온갖 주장들도, 에덴 동산에서 시작된 뱀의 유혹이 낳은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창세기 3장에 나오는 또 하나의 다른 질문은 하나님께서 범죄한 인간을 찾아 오셔서 주신 질문이다. 범죄로 인하여 드러난 자신의 수치를 감추기 위하여 스스로 무화과나무 잎사귀로 치마를 만들어 입은 인간은, 여호와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어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아담을 찾아오셔서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준엄한 질문을 던지셨다. 그것은 아담이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사랑의 초청이며 부름이었다.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두 질문은 성경 전체를 통하여 서로 갈등 관계로 이어진다. 뱀의 질문은 인간이 갖고 있는 죄의 경향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하나님의 질문은 그런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랑이었다. 이런 두 상반된 흐름이 역사의 한 시점에서 만나 해결의 응답을 얻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대신 죗값을 지불하신 십자가 위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질문은 그동안 미해결의 갈등 속에서 있던 두 질문에 대하여 '다 이루었다'는 결론을 내린, 하나님의 마지막 승리다.

그것은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는 성경 예언의 성취이기도 하다(창 3:15). 그 결과로 우리들은 더 이상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동산을 거니시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존재들이 되었다. 인간 창조 본연의 모습인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된 것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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