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칼럼] 4.13총선과 근대문화지원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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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오늘의 한국문화는 과거의 전통문화와 개항 이후 들어온 근대문화가 한반도에서 새롭게 융합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성리학적 전통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를 내세우며 새로운 문화에 저항했지만, 결국 개항을 하여 서구문화를 받아들였고 이것을 한국 토양에 맞게 정착시켜 오늘의 한국문화를 만들었다.

정부가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문화가 많이 훼손되고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전통사찰 보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전통문화대학교설치법, 문화예술진흥법등을 통해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한류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 음악, 예술, 드라마 등이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대단하다. 최근에는 동남아에서 많은 이주민들이 들어옴에 따라, 다문화사회에 대한 여러 대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한국문화와 현대의 한국문화를 연결시키는 '근대문화'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폐쇄적이던 나라가 이제는 수출주도형 국가가 되었고, 기독교를 사학(邪學)이라 배척하던 나라가 이제는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을 합하면 국민 전체의 29%에 이르는 기독교 국가가 되었으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외치던 나라가 이제는 IT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근대문화를 받아들여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는 근대화의 경험을 정리하여 자손들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봉건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식민지시대에서 자주독립국가로, 농업사회에서 정보기술사회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을 맞이하여 한국 기독교의 주요 연합단체들로 구성된 한국교회총연합네트워크는, 각 정당에게 근대문화지원법을 만들어 우리의 가까운 조상들이 겪은 근대문화의 수용 과정을 조사·정리·홍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불교와 유교가 전통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무속신앙이 민족문화를 보존해 왔다면, 기독교는 근대 서구문화를 한국사회에 전달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기독교는 개항 이후 교육, 병원, 복지, 음악, 한글 보급, 여성 해방, 생활 개선, 시민운동 등 수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기독교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교회마다 찾아와서 '한 표'를 호소한다. 한국교회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기독교가 근대문화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근대문화의 보존 및 정리를 위해서 근대문화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교회에 와서 표를 호소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기독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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