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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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청춘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만 해도 그저 행복할 줄 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있으니 그저 달콤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기적인 본성이 앞서서 자기 위주로 말하고 행동하곤 한다.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이런저런 차이로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한다.

서로 맞추어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려고 대든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으면서도 여전히 기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성질머리 나쁜 인간은 상대방을 누르고 이겨서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한다. 지는 게 속편하고 이기는 것임을 알지 못하니 어쩌겠는가.

남자와 여자는 너무 다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들이 지구에서 함께 살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차이를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자는 생리적으로 40대까지는 기를 내뿜는다. 그러니 걸핏하면 큰소리를 친다. 왕성한 혈기를 절제하지 못한 채 아내를 이기고 산다. 그러나 40대를 탈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점점 기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온순해지고 조용해진다. 여성화되어간다.

반대로 여자는 40대까지는 기가 속에 있다가,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밖으로 나온다. 그때부터 여자는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젊어서 남편한테 당한 것을 보복하기 시작한다. 젊은 시절은 남편 말에 순종하던 아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말대꾸하기 시작한다. 잔소리까지 늘어난다.

이쯤 되면 남편은 옛날처럼 큰소리를 못 친다. 어설프게 큰소리를 쳤다가는 아내가 눈에 쌍심지 켜고 달려든다. 그래서 나이 들어 아내를 이기고 사는 남편은 별로 없다. 늙는 것도 억울한데 아내 눈치 보고 살아야 하니, 세상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다. 옥신각신 투덜투덜 살다 보니 세월은 흘러가고, 그렇게 산 세월이 야속하기조차 하다.

옛날 시어머니들은 뒤주나 광 열쇠를 며느리에게 쉽게 내주지 않았다. 며느리들에게 열쇠를 내주는 동시에 며느리의 목소리는 커지고 시어머니는 기가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무부 장관의 실권을 며느리에게 넘겨 주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쉬운 소리를 하며 살았다.

하기야 요즘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살이'하는 시대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 기분을 맞추고 눈치를 슬슬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을 괴롭히니 어쩌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 하지 못한다. 아들 집에 가고 싶어도 며느리 눈치 때문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긴장은 끝날 줄 모른다.

어느 교회 담임목사님이 속상해서 이런 푸념을 했다. 담임목사님이 교인들에게 "함께 통성기도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부목사님이 설교하면서 말한단다. "하나님은 귀먹지 않으셨다. 그런데 왜 소리를 지르면서 기도하는지 모르겠다." 담임목사님이 전도를 강조하는데, 부목사님이 설교에서 그런단다. "구원받기로 작정된 자는 하나님께서 다 돌아오게 하신다." 담임목사님이 십일조에 대한 설교를 하면, 부목사님은 '십일조는 폐지된 구약의 율법'이라고 한단다. 담임목사님이 '성도는 모이기에 힘써야 한다'고 하는데, 부목사님은 "성도의 생활 자체가 예배"라고 설교한단다.

신학적·성경적 옳고 그름을 떠나서 여기엔 문제가 있다. 부목사님은 담임목사님의 목회에 동역하고 보좌하기 위해 부름받았다. 그런데 그 교회 부목사님은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게다.

세상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정말 뒤죽박죽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이기려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힌다. 어떻게 해서라도 높아지고 싶어하고, 높은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기 주장을 펼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달라야 한다. 예수님이 왕이시고, 나는 종이니까. 우리 모두가 왕의 길을 예비하는 자이니까. 이사야 선지자가 외치지 않던가.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사 40:3-4)".

말라기 선지자도 외쳤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보내리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준비할 것이요, 또 너희가 구하는 바 주가 갑자기 그의 성전에 임하시리니 곧 너희가 사모하는 바 언약의 사자가 임하실 것이라(말 3:1)." 유대인들이 구하는 '주', 그들이 사모하는 '언약의 사자'는 메시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그런데 언약의 사자가 오시기 전에 '내 사자'가 올 것이다. 그는 뒤에 오실 언약의 사자의 길을 준비할 자이다.

말라기 선지자가 말하는 '여호와의 사자'가 누구인가? 말라기 선지자는 다시 말한다.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그가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버지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 돌이키지 아니하면 두렵건대 내가 와서 저주로 그 땅을 칠까 하노라 하시니라(말 4:5-6)."

가브리엘 천사는 세례 요한의 출생을 예고하면서 사가랴에게 엘리야 선지자가 바로 세례 요한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르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준비하리라(눅 1:17)."

예수님도 말라기 3장 1절을 인용하면서 '주의 길을 준비하는 자'가 세례 요한이라고 하셨다. "기록된 바,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네 앞에 준비하리라' 하신 것이 이 사람에 대한 말씀이니라(마 11:10)." "만일 너희가 즐겨 받을진대 오리라 한 엘리야가 곧 이 사람이니라(마 11:14)."

요한계시록 11장 1-13절에는 예수님 재림과 관련하여 두 감람나무와 두 촛대, 두 증인이 엘리야의 사역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말씀한다. 두 증인은 땅에 있는 '교회'이다. 이 교회가 엘리야의 사명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서 오게 될 엘리야의 사명과 역할은 일차적으로 '세례 요한'에게서 성취되었다. 그러나 장차 오실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엘리야의 사역은 '교회'를 통해 성취될 것이다.

이제 교회는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다시 오실 메시야의 재림을 준비하기 위해 고난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인 세례 요한의 말처럼, 나는 쇠하고 왕이신 예수님은 흥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나는 망하고, 그리스도께서 흥하게 살아야 한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 세계를 누비며 살았던 바울처럼 사나 죽으나 왕이신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 게 우리네 소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니 옆에 있는 사람이 귀하다. 큰소리칠 수 없다. 휘잡으려 할 수 없다. 윽박지르고 굴복시킬 수 없다. 그래서 주의 길을 예비하는 부부는 다르게 산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부모는 다르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공동체인 교회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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