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수요일 투표를 하고 가족이 영화를 보러 갔다.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이다. 미녀를 일컫는 말로서 영화에서는 기생 즉 예인을 가리킨다. 이 영화는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43년 비운의 시대,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을 배경으로 한다. 암울한 시대 이런저런 이유로 기생 즉 예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여인들이 모여들었다. 미모와 실력이 뛰어난 아가씨는 창기의 길을 걸었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술을 따르며 몸을 팔아야 했다.
여주인공 소율(한효주)은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을 꿈꿨다. 그에게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다. 이들 두 친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뿐 아니라, 동기들의 부러움까지 받았다. 이들은 최고의 예인을 꿈꿨다.
어느 날 소율의 애인인 윤우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윤우는 당대의 최고의 유행가 작곡가였다. 그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로 아픔과 애환을 가진 조선의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던 게다.
소율을 통해 연희는 우연히 윤우를 만나게 된다. 윤우는 연희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순간 그의 목소리에 쏙 빠져들고 말았다. 그가 추구하는 조선의 노래를 연희의 목소리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가수의 길을 제안했다. 고민하던 연희는 결국 기생의 길을 포기하고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소율과 연희는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했다. 가수의 길을 들어선 연희의 노래는 극찬을 받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 과정에 소율의 애인인 윤우는 연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율의 마음은 흔들린다. 오빠에 대한 사랑의 확신이 흔들리고, 친구의 성공에 대한 질투심도 일어난다.
윤우는 흔들리는 소율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어 본 적이 없어.'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어느 날 소율은 윤우와 연희가 서로 안고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질투가 분노와 한으로 발전했다.
소율은 자신을 원하던 일본 정무국장의 애첩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을 버린 윤우와 자신의 남자를 빼앗은 절친 연희에게 권력을 빌어 복수하고 싶었던 게다. 결국 정무국장의 권력으로 윤우와 연희를 추락시키고 만다. 흥행에 실패한 윤우는 술자리에서 행패를 부리던 일본 형사를 폭행하여 감옥에 갇히고, 연희 역시 연회에서 노래를 부르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일본 형사를 정당방위로 죽이면서 쫓기는 몸이 되었다.
소율은 감옥에 갇힌 애인에게 절규했다. "오빠가 마음을 바꿔요. 한 번 바꾼 마음 두 번은 못 바꿀까?" "약속했잖아. 맹세했잖아. 나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준다고." 그러나 윤우는 냉정히 거절했다. 소율은 자신의 애인을 빼앗아 간 후 도망치는 신세가 된 연희에게 퍼부었다. "넌, 내 모든 걸 훔쳐갔잖아. 네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때 들이닥친 일본 형사들은 연희를 총살했다.
드디어 암울한 시대는 끝나고 해방의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윤우는 달려오는 열차에 몸을 던져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해방이 되자 사람들은 소율에게 '경무국장에게 몸을 판 창녀'라고 욕하고 비난했다. 소율은 탄식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서연희가 발표하지 못한 앨범이 발견되었다. 소율은 인생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한편 윤우는 소율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곡을 남겼다. '사랑,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소율은 말한다. "사랑은 다 거짓말이래."
그렇다. 인간의 사랑이란 게 고작 그렇다. 아무리 장담해도 변질되는 게 인간의 사랑이다. 그래서 변질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 그립다.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 그것만이 믿을 만한 사랑이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