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마음이 추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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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2015년 9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설문을 의뢰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2030 직장인, 40대 직장인, 50대 직장인 등 세대별 2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도록 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 마음의 온도는 영하 14도로 집계됐다. 특히 취업 한파에 시달리는 대학교 4학년은 24.2도로 가장 낮았다. 그 뒤로 전체 대학생 그룹은 영하 17도, 고등학생 그룹 영하 16.6도, 2030 직장인 영하 13.8도, 50대 직장인 영하 13.5도, 40대 직장인 영하 9.3도 순이었다.

'심리적 추위와 계절적 추위 중 어느 것이 더 힘든가?'라는 질문에는 78.1%가 심리적 추위라고 답했다. 계절적 추위라는 답은 8.0%에 그쳤다.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게 있다. 응답자의 79.1%는 향후 마음의 온도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과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1.4%, 9.5%에 불과했다. 희망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이 더 속상한 일이다.

사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마음이 따뜻하면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추우면 작은 추위도 이겨내기 힘들다. 그러니 바깥 날씨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날씨다. 심리적 날씨가 세상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결정한다.

예수님께서 무리를 보실 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드셨다(마 9:36). 왜 그러셨는가? 무리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영적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목자 없는 양 같아서,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고생하고 기진해 있었다. '고생하다'는 말은 '가죽을 벗기다, 칼로 썰다'는 뜻이다. '유리하다'는 '만취하여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곤두박질한 상황'을 가리킨다. 백성들이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 준다.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 속에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을 당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적 결핍이었다. 지도자들은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이 너무 추웠다. 마음의 온도가 너무 낮았다.

당시 목자인 종교 지도자들은 양들이 마음이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는데도 그들을 돌보질 않았다. 왜? 자신들의 마음도 추웠기 때문이다. 사랑의 체온이 없었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괴롭히고 무거운 짐을 지웠다. 더 춥게 만들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르셨다. 목자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양들을 보시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셨다. '불쌍히 여기다'는 것은 내부의 창자에서부터 동정심이 우러나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보기에 답답하고 딱해서 걱정하고 안쓰럽게 여기는 것을 뜻한다. 단순한 감상적 느낌뿐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까지 나아가는 말이다. 죄와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는 인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애간장이 끓는 아픈 마음을 가리킨다.

예수님의 마음은 따뜻했다. 무리들의 아픔을 느낄 줄 아셨고, 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볼 줄 아셨다. 그리고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을 구체적으로 도우셨다. 진리를 가르치심으로, 천국 복음을 전파하심으로, 병든 것과 약한 것을 고치심으로! 그들의 육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영적인 필요까지 돌아보셨다.

마음이 추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이 왜 추운지를 관찰해야 한다. 경제적 문제로 추운지, 육체적 질병으로 추운지, 취업과 진학 때문에 추운지,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추운지. 사람들이 추워하는 원인이 규명되었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채워 주고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주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고,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우리 주변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고생하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내 마음의 온도'가 낮으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돕지 못한다.

제임스 키니의 <마음의 추위>라는 시가 있다.

"여섯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춥고 어두운 곳에 갇혀 모닥불을 쬐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모닥불이 사그라지면서 추위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한 여자는 그들 중 한 사람의 흑인을 따뜻하게 해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기 지팡이를 꼭 움켜쥐었다. 두 번째 사람은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교회에서 배워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가 교회가 아니니 실천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루한 옷을 걸친 세 번째 사람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흥, 저 게으름뱅이 부자들을 위해 왜 내가 희생해야 해? 어림없지.' 부자인 네 번째 사람은 자기가 모은 재산만 골똘히 생각했고, 다섯째 사람인 흑인은 이 기회에 어떻게든 백인들에게 앙갚음을 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사람은 자기 것만 태우는 일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지팡이를 단단히 움켜쥔 채 불이 꺼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얼어 죽고 말았다. 바깥 날씨의 추위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추위 때문에.

사람들의 추위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의 온도를 재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 마음의 온도가 높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추위를 도울 수 없다. 따뜻한 마음이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수 있다. 마음이 춥다면 하나님의 사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부음 받으면 식은 가슴에 온기가 찾아온다.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의 온도를 높여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면 된다.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 주면 된다. 지쳐있는 어깨 한번 토닥거려 주면 된다. 그런데 그걸 잘 못한다. 추운 마음을 다룰 줄 모르기에.

어느 전도사님이 길을 가고 있었다. 가다가 구걸하는 사람을 보았다. '무엇을 줄까?' 하는 생각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가기도 뭐해서 그의 차디찬 손을 잡고 말했다.

"형제여, 내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당시의 찬 손을 잡아드리고 싶군요.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힘 있게 살기 바랍니다."

그러자 걸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나에게 적선한 모든 사람들보다 가장 값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래도 다른 사람의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없다고 변명하겠는가? 가진 것이 없다고, 줄 게 없다고, 나도 부족하다고, 아무것도 아닌 걸 갖고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을 보면서도, 따뜻한 당신의 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지금 내밀어 보자. 마음이 추워서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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