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칼럼] 코메니우스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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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

서언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A.Comenius, 1592~1670)는 17세기 유럽에서 활동했던 교육신학자다. 그는 당시 보헤미아-모라비아(오늘의 체코) 출신이지만, 로마가톨릭의 종교 박해로 인하여 조국을 떠나 폴란드(리사), 영국(런던), 스웨덴(엘빙), 헝가리(사로스파탁), 홀란드(암스테르담), 독일 등 구라파의 여러 나라에서 망명생활을 해, 일생을 타국에서 보냈던 비운의 인물이기도하다. 그리고 그는 당대에 교육학자로서 명성이 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일반교육학의 역사에서 그를 교육학자로 기억하고 있을 뿐, 정작 보헤미아-모라비아형제연합교회의 목사요 마지막 감독이었다는 것과, 신학자이자 철학자로서, 그리고 교회 정치가로서의 활동에 대해서 교회의 역사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행히 근년의 역사 연구는 드디어 코메니우스를 재발견하고, 교육학자였을 뿐 아니라 신학자요 또한 철학자로서의 그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남긴 미완성의 대작으로 알려진 '세계의 개혁론'(CC)이 1935년에 발견되면서, 코메니우스의 인물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코메니우스는 교육학자라는 전제에서, 특히 신플라톤적으로 사고하는 철학자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는 오히려 성경적이며 기독교적인, 그리고 삼위일체의 신학적인 관점에서 사고하는 신학자였다는 것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또한 80년대에 이르러 코메니우스가 종교개혁적인 그룹에 속한 자이며, 다만 교육학에서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학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연구가 나타나면서 그는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난 90년대에 이르러 코메니우스에 관한 연구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세 가지 관점의 주제들이 주목을 받으면서였다. 첫째, 신학이 코메니우스의 생애와 사고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코메니우스의 교육을 비롯하여 모든 활동과 작품들에서 신학과의 연관성이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를 밝히려는 의도에서였다. 둘째는 코메니우스에게서 나타나는 신학적인 것과 종교육적인 것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에서였다. 셋째는 그의 정치적인 역할에 대한 것을 밝히는 작업이었다. 여기 세 번째 것은 1992년 체코공화국이 공산권에서 신생 자유국가로 탄생하면서, 그것이 기회가 되어 코메니우스 탄생 400주년의 기념 축제가 프라하의 문화궁전에서 개최되고, '코메니우스의 유산과 21세기 인간 교육'이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코메니우스의 신학자로서와 형제연합교회 감독으로서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던 것이다. 이와 같이 최근 코메니우스에 관한 연구들은 그의 교육과 신학의 학문적 깊이가 어떠한지를 확인해 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코메니우스에 대한 이해는 새롭게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연구들에 근거하여, 코메니우스가 어떤 인물이었으며, 그가 남긴 교육과 신학 사상의 중요한 내용들이 무엇이고, 그의 생각들이 오늘날 신학적인 토대 위에서 인간 교육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에게 현대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밝혀 보려고 한다. 먼저 코메니우스의 생애와 활동을 통하여 평가되고 있는 중요한 3가지 주제, 즉 신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철학자로서의 모습과 중요한 사상들을 소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서, 코메니우스 시대와 오늘의 시대의 유사점을 밝히며, 결론적으로 그의 교육신학사상이 우리의 시대에 주는 교훈의 현대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또한 밝혀 보게 될 것이다.

1. 코메니우스는 누구인가?  

코메니우스는 1592년 보헤미아-모라비아(Bohemia/Moravia)지방 니브니체(Nivnice)에서 출생하여, 오늘날 우헤르스키브로드(Uhersky'Brod)라 불리는 작은 도시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의 조국은 지금의 체코(Czecho)공화국인 셈이다. 그러나 조국에서의 성장기와 청년 초기를 빼고, 거의 외국에서의 피난과 망명생활로 일생을 보냈던 비운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1670년 암스테르담에서 죽기까지 구라파 여러 나라(폴란드, 영국, 스웨덴, 화란 등)에서 활동하며, 사상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많은 저술을 남겼던 역사적 인물이었다. 

1) 신학자로서 코메니우스

코메니우스의 교육 원리는 거의 성경을 통한 신학적 통찰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경을 중심으로 한 그의 신학적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의 교육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코메니우스의 신학은 어떠한가? 그는 그 시대적으로 종교개혁자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또한 그 때문에 종교개혁의 신학 전통에 확고히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개혁자들 가운데서도 초기에는 루터의 신학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칼빈의 신학적 통찰이 코메니우스 신학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는 그 당시 칼빈의 신학을 가르쳤던 독일대학(헤어보른과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 그는 고향 프레롭(Prerov)으로 돌아와서 먼저 라틴어 교사로 일하지만, 곧 보헤미아-모라비아형제연합교회의 목사로 안수를 받았고, 풀넥(Fulneck)에 있는 학교에서 교사이면서 동시에 목사로서 사역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그의 신학자로서의 출발이었다고 할 것이다.

코메니우스는 그동안 교육사역에서 활동하며 많은 글을 남기면서도, 자신은 언제나 신학자라는 생각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한 사실은 "내가 아이들을 위하여 기록한 모든 것은 '교육자로서' 쓴 것이 아니라, '신학자로서' 썼다"고 한 말과 "나는 직업적으로는 신학자이다"라고 명시한 글에서 확인된다. 그리고 목사로서 자신을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의 봉사자'(minister verbi divini)로 소개한 일과, 후에 자신이 속한 형제연합교단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것과, 영적인 지도자로서 활동한 것들은 역시 그가 신학자였음을 확인하게 해 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그리고 그의 신학은 이러한 모습을 뛰어넘어, 후에 범지적이며 교육적이며 정치적이며 문학적인 활동들의 근본 바탕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신학은 코메니우스의 삶과 활동과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는 오늘날 코메니우스 사상이 신학과 교육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교육신학의 관점이요, 그를 교육자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신학자로, 또는 교육하는 신학자로, 그리고 실천 지향의 신학자로 이해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날 코메니우스에 대한 연구는 그를 교육하는 신학자로, 교육을 통하여 신학의 실천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실천신학자'라고까지 평가하는 이유는 이 모든 근거들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코메니우스는 실천신학의 학문 체계를 최초로 제시한 인물이며, 그동안 구라파의 신학계가 잊고 있던 '신학의 대가 중 한 분'으로 명시한 독일 본(Bonn)대학의 슈뢰어 교수의 평가는 그가 신학적인 인물이 분명함을 나타내고 있다. <계속>

*크리스천투데이는 본지 편집고문인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의 논문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저자인 정 박사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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