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구조견 '다이코(Dayko)’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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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4월 16일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 후유증은 실로 엄청나다. 초기에 일어난 강진 이후 700여 차례 이상의 여진이 이어졌다. 최소 655명이 숨지고, 1만 2,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1999년 1,0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콜롬비아 지진 이후 남미에서 일어난 최악의 재난이라고 한다.

땅이 불을 품고 있다. 자연을 훼손한 인간을 언제 공략해 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연을 창조자의 뜻대로 관리하지 못한 고약한 청지기에 대한 하나님의 채찍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연을 하나님의 뜻대로, 순리대로 관리하고 섬겨야 한다. 바른 청지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자연은 계속해서 인간을 가시로 공격하고 불을 내뿜을 것이다.

인간이 대단한 양 으스대지만, 사실 자연 앞에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실감나게 한다. 최근 과학의 힘을 믿고 하나님의 창조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나지만, 하나님께서 만드신 대자연 앞에서도 이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닌가?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에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바벨탑을 쌓지는 말아야 한다. 바벨탑의 결국은 흩어짐밖에 없으니까.

지진의 참상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 명의 전문 인력이 구호 작업을 돕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8명이 실종 상태이고, 2만 5,000여 명이 집을 잃고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지진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만 2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구호 식량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죄 아래 있는 인간은 이런저런 일들로 늘 근심거리를 갖고 있다. 어려움과 시련 앞에 서 있다. 그때 필요한 게 있다. 서로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돕고 구하는 일에는 국경이 필요 없다. 인종을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글로벌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참혹하고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미담이 소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조견 다이코에 관한 이야기다. 다이코는 에콰도르 북부에 위치한 이바라소방서 소속 구조탐지견이다. 올해 네 살이 된, 흰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種)이다.

다이코는 6일 동안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빙빙 돌았다.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 매몰된 실종자들을 수색하기 위해서. 쉴 사이 없이 동분서주하며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려 했다. 다이코는 구조 도중 여러 차례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건져내야 하니까. 다행히 그의 공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매몰된 사람 7명을 구했다.

다이코는 지나치게 무리한 탓에, 자신은 끝내 탈진해서 숨지고 말았다. 사인은 관상동맥 심근경색 및 급성 호흡부전이었다. 자기 목숨도 돌아보지 않고 누군가를 살리려 애쓴 구조견 앞에, 만물의 영장인 한 인간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뭘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는지.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가?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가? 가치 있는 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그러지 않으면 자신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가?

다이코의 자랑스러운 죽음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내가 죽음 앞에 설 때는 어떨까?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죽음을 맞이할까? 아니면 '죽기를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사실 죽음 앞에 섰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요 열매이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사람들의 평가로 드러난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된다. 다이코처럼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죽어 남을 살린 예수님처럼! 땅에 떨어져 썩은 한 알의 밀알처럼!

사실 사람들의 평가야 뭐 그리 중요하랴. 더구나 죽음의 때에.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게 있다. 육체의 죽음 후에 계속되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 그때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는 사실. 그때 재판장은 상으로, 또는 형벌로 우리를 판단하실 거라는 사실. 단연코 언젠가 죽음에 이르게 될지라도, 죽음 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리하는 것은 탈진을 가져온다. 다이코도 그랬다. 지진 발생 엿새 뒤 구조 활동을 마치고 쓰러졌다. 그리고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소방관과 수의사들이 여러 차례 소생술을 시도해 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세상에는 개만도 못한 삶을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존재론적으로야 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 그러나 살아가는 행태에 있어서는 개만도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능력과 재능을 악을 행하고 죄를 짓는 데 사용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죄를 밥 먹듯이 지으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돌이킬 줄도 모르는 사람. 악에 악을 더해갈 뿐, 덕을 끼치고 남을 유익하게 하는 삶을 모른 채 사는 사람. 개만도 못한 인간!

다이코의 죽음을 다루는 두 기사에 주목해 보자.

'에콰도르 강진 매몰자 7명 구하고 떠난 구조견'
'에콰도르 강진 매몰자 7명 구하고 하늘나라 간 구조견'

전자는 국민일보에, 후자는 또 다른 신문에 실린 기사의 타이틀이다. 동일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골자는 비슷하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해석은 다른 면을 갖고 있다. '떠난'과 '하늘나라 간'에는 엄청난 간극이 보인다. 거기에는 사상과 철학과 신념이 담겨 있다.

아무리 훈훈한 미담을 남기고 떠난 구조견이지만, 결코 하늘나라에 갈 수는 없다. 하늘나라는 개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의 은총이다. 심정적으로야 이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십자가의 은혜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일 뿐이다.

오늘도 우리는 그 사랑 앞에 서 있다. 그 사랑을 누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랑을 드러내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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