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야곱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였더라 이 성의 옛 이름은 루스더라"(창 28:16-19)
절망의 돌베개를 통하여 야곱을 찾아오신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새로운 변화를 선물로 주셨다. 그것은 생애 처음으로 야곱의 영적 눈이 열린 것이다. 그의 영적 변화는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계심을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곱은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창 28:16)라고 고백하였다. 그는 "이곳이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창 28:17)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 것이다.
야곱의 영적 각성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나 이삭에게 주셨던 미래 약속이 곧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꿈을 통하여 여호와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직접 주신 말씀이다.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창 28:12-14)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야곱과 동행하여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
새로운 변화를 경험한 야곱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한 일은, 베개로 삼았던 돌을 기둥으로 세운 것이다. 여기에서 야곱이 세운 돌기둥은 히브리어로 '맛체바'이다. '맛체바'는 단순히 세워 놓은 돌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형태의 기도하는 곳, 곧 예배드리는 장소를 의미한다. 야곱은 절망의 돌을 세워 하나님께 예배하는 거룩한 장소로 삼은 것이다.
영적 변화가 가져다 준 우선적인 결과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삶으로의 전환이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공식적인 만남을 의미한다. 그런 만남이 빠지면 하나님과의 동행이 불가능해진다. 예배를 우선하는 자세는 신앙생활의 기본이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주는 영적 성장의 중심축이다.
야곱은 돌베개로 기도의 장소 '맛체바'를 마련하면서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것은 돌기둥 '맛체바'를 하나님의 거룩한 예배 장소로 봉헌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기름은 감람유인데, 여행자들이 상비하는 일종의 구급약품이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기름을 모두 부은 것이다. 그것은 야곱이 여호와를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신앙고백의 표현이다. 함께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감람유를 의존하며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를 앞세우며 살겠다는 새로운 결단이다.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영적 경험은 야곱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절망의 돌베개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의 '맛체바'로 바뀌었다. 그리고 야곱은 그 위에 봉헌의 표시로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하던 감람유를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야곱은 감람유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인간 중심적 삶에서, 하나님 중심의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었다.
야곱은 더 이상 도망자의 처량한 신세가 아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새 사람이 된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시온의 대로를 걷는 거룩한 순례자다. 그것이 전인적인 변화 속에서 놀랍게 펼쳐지는, 신앙의 아름다운 새 세계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