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학생의 인권과 교권 사이의 시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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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로 교권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화학 과목을 가르치는 50대 여자 교사가 있다.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학생은 의외의 반응을 했다.  "내가 내 돈 내고 수업 받는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 X나 빡치네." 학생은 교사에게 막말을 하며 대들었다.

급기야 철제 의자를 교사에게 집어 던지는 횡포까지 범했다. 순간 교사는 팔로 의자를 막았다. 그러다 어깨 관절 힘줄이 파열되었다. 전치 7주 진단이 나와 수술을 받았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제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 그 교사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듬해 명예퇴직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어떤 대학생이 노교수의 차를 들이받고 교수에게 말했단다. "교수님, 여긴 교실이 아니거든요. 우리 A와 B로 상대합시다." 이런 제자를 가르쳐야 하는 스승은 참 불행하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제자가 과연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을 수는 있을지?

스승에 대한 존경이 없는 곳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스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데 진정한 가르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육 현장이 살아나려면 스승의 권위를 살려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 스스로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은 회복될 수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승의 길'과 '제자의 길'이 모두 흐려지고 말았다. 그래서 스승된 자는 스승의 길을, 제자는 제자의 길을 바로 찾아야 한다. 요즘 스승의 길과 제자의 길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좀 더 살펴보자.

또 다른 사례도 곱씹어 봐야 한다. 제자도 제자이거니와, 제자들을 망치는 또 다른 요인도 있으니 말이다. 수도권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있다. 그는 수업 시간에 교사들에게 잇따라 폭언을 하고 무단으로 귀가하기도 했다. 그러니 학교 교무부장과 담임교사가 "선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말하기 위해 그 학생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학생의 아버지는 '아들은 잘못이 없다'면서 교사에게 항변했다. 심지어 두 교사를 '무단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자 학교에서는 학생을 전학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학생의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학교가 아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교육청과 행정법원에 '전학 집행 정지 신청'을 냈다. 물론 법원은 이를 기각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부모들이 자식을 망칠 수도 있다. 자식을 진짜 위하는 게 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자녀를 스승에게 맡겼으면, 좀 부당한 일이 있다손 치더라도 스승을 믿어주어야 한다.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스승을 신뢰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교권을 무너뜨리고서 어떻게 스승에게 학생들을 지도하게 할 수 있겠는가? 부모가 교권을 세워 주어야 한다.

요즘 교육 현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들 말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보고에 의하면, 학교 현장에서 교권(敎權)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다. "교권 침해 사건이 2009년 이후 6년째, 연평균 41.8건(12.8%)씩 늘어났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느 초등학교 학부모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학교 교감을 찾아갔다. "담임선생이 개인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도 않고 나이가 너무 많다"고 따졌다. 그리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당연히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 학부모는 매일 교장·교감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다. 심지어 같은 반 학부모들이 공유하는 웹사이트에 '담임이 촌지를 요구하고 학생들을 폭행한다'는 허위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교사의 교육권보다 학생들의 인권만 지나치게 앞세운 조례가 교권 추락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단편적인 이야기로 사건의 전말을 다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속이야기도 있을 게다. 함부로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녀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엄마의 치맛바람이 얼마나 교육 현장을 흐려놓는지! 부모의 갑질로 인해 교육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는지!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학교 생물 교사가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이 있어 학생들에게 분명치 않게 가르쳤다. 그러자 학생이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아버지는 어느 대학 생물학 교수였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자기 교사의 실력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투였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교사에게 전화를 해서 그 내용을 알려 주었단다.

얼마나 지혜로운 부모인가? 자기 자식을 정말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자기 자녀에게 교사의 권위를 세워 주어야 한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그 권위를 세워주지 않으면, 자기 자녀의 교육은 분명히 멍들게 된다.

또 다른 학교 풍경도 살펴보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날 같은 반 학생 둘이 싸웠다. 그때 담임 교사는 둘에게 "자신이 맞은 부위와 맞은 횟수만큼 상대방을 때리라!"고 지시했다. 두 학생은 서로의 얼굴 등을 한 차례씩 때렸고, 싸움은 멈췄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학생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흘 동안 등교를 거부했다. 그 학생의 부모는 참지 못하고 학교 당국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이번 일로 내 자식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급기야 교육청과 학생인권옹호관에 "교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진 격이다.

이게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 풍속도이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말이 되고 말았다. 학생들에게서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이 다 사라졌다. 어쩌면 자식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스승은 스승의 길을 찾아가자. 그리고 제자는 제자의 길을 찾아가자. 스승이 스승의 길을 찾아갈 수 있고, 제자가 제자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부모는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잘 감당하자. 그래서 우리의 교육 풍속도를 바꾸어 보자. 그래야 이 민족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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