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씨 뿌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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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인생은 일종의 '씨 뿌림'과 같다. 농부가 풍성한 수확을 하려면 씨를 뿌려야 한다.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분주하게 다녀야 한다. 기도 응답을 누리기 위해서는 열심히 무릎을 꿇고 기도해야 한다.

인생은 '심고 거둠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심은 대로 거둔다. 그렇기에 먼저 '씨의 종류'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을 심는가가 중요하다. 콩을 거두려면 콩을 심어야 한다. 배추씨를 심으면 배추를 거둔다. 무씨를 심고 상추를 거두려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종자이냐에 따라 맺는 열매가 달라지니, 뿌릴 때 '좋은 씨'를 잘 골라야 한다.

바울은 썩을 것을 거두는 '육신'보다, 영생을 거두는 '성령'을 위해 씨를 심으라고 권고한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것,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보다, 영원한 것을 위해 씨를 뿌리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착한 일을 위해 씨를 심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10)." 의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 화평을 심어야 한다. "화평케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약 3:18)." 더 이상 주저할 게 없다.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려면 '착한 일'과 '화평의 씨'를 부지런히 심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악'을 위해 씨를 뿌리지 말아야 한다. "악인의 삯은 허무하되, 의를 뿌린 자의 상은 확실하니라(잠 11:18)." "악을 뿌리는 자는 재앙을 거두리니, 그 분노의 기세가 쇠하리라(잠 22:8)." 악의 씨를 심으면 얼마 있지 않아 고통스러운 미래를 맞는다.

며칠 전 오후 8시경, 신촌역에서 대림역으로 향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이었다.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과도를 꺼내 승객들을 위협하며 난동을 부렸다. 대림역에서 내린 다음에도 승객들을 향해 과도를 들고 뛰어다녔다. 왜 이런 행동을 한 걸까? 열차 안에서 환경미화원이 '침을 뱉지 말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러자 격분해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그런데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2007년에도 지하철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다 검거된 경력이 있다. 아니 전과 16범의 전과자이다. 악을 저버리지 못하고, 악의 수렁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내가 알든 알지 못하든, 생각과 말, 행동, 습관의 씨를 뿌리고 있다. 그래서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의식적으로 심는 예배의 씨, 감사의 씨, 기도의 씨, 말씀의 씨, 전도의 씨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내야 한다. 의식적으로 선행의 씨, 사랑의 씨를 뿌려야 한다.

'땀과 눈물'은 속이지 않는다. 땀과 눈물을 얼마나 심고 뿌리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남들이 놀 때 들판에 나가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일어나서 일하고, 남들이 집에 들어와 쉬는 시간에 일하기도 해야 한다. 다 놀고, 다 쉬고, 다 잠자는 사람은 결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없다.

남보다 한 걸음 더 달리고 남보다 한 시간 더 열심히 뛰는 사람이 풍성하게 결실하는 법이다. 때로는 잡초를 캐내야 하고, 때로는 물을 주어야 한다. 싱싱하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 거름도 주고 비료도 주어야 한다.

씨를 뿌린 다음에는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없다. 전도를 하는 사람은 좋은 씨인 초청할 전도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전도 대상을 초청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보고 관리해야 한다. 만나고,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영화도 보고, 등산도 하고, 선물을 챙겨 주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돌봐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고 돌볼 때 기쁨의 단을 거두는 날이 다가온다.

때때로 내가 뿌린 씨를 내가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씨를 뿌리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다. 거두는 자에 상관없이 씨를 뿌려야 한다. 부모가 뿌린 씨를 자식이 거둘 수 있다. 목회자가 뿌린 씨를 교인들이 거둘 수 있다. 전도자가 심은 씨를 또 다른 전도자가 거둘 수도 있다. '심음'은 나의 소관이다. 그러나 '거둠'은 하나님의 소관이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6-8)." 그러니 결과에 너무 연연하거나 얽매이지 말고, 거둠을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해 씨를 뿌리면 된다.

씨를 뿌려 놓았지만,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단은 아름다운 믿음과 성령의 열매를 거두지 못하도록 온갖 세력과 방법을 동원하여 방해 전략을 펼칠 것이다. 새가 날아와서 쪼아 먹기도 하고, 너무 강한 햇살이 시들어 버리게도 한다. 주변에 있는 잡초가 더 무성해서 기운을 다 빼앗기도 한다. 그래서 뿌린 씨가 자랄 수 있도록 장애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잡초들을 과감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실컷 노력해 놓고도 헛수고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아무런 결실이 없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낙심되고, 조급해진다. 불안하고 갈등이 된다. '접어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그런데 반드시 기쁨으로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는 날이 있다. 자라고 결실할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사막'에 씨를 뿌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도무지 한 가닥의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일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씨를 뿌리고 돌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옥토에서 30배, 60배, 100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썩어 없어지셨다.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에게서는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걸 수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온 인류가 그를 통해 구원의 은총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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