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중독·학대·외상에 무관심… 들어야 할 때 말하는 경우 많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사)한국인격심리치료협회, ‘건강한 가족 세우기와 교회 성장’ 주제로 콘퍼런스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강혜진 기자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강혜진 기자

(사)한국인격심리치료협회(회장 심수명 교수)는 5월 30일 오전 한밀교회에서 '건강한 가족 세우기와 교회 성장'을 주제로 제4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이범석 박사의 개회 선언 및 동영상 시청, 고병인 교수의 ‘건강한 가족 세우기’, 김윤수 교수의 ‘현대 가정 현황’, 심수명 교수의 ‘건강한 가족 세우기와 교회 성장’ 강의에 이어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고병인 교수.
▲고병인 교수.

첫번째 강의를 맡은 고병인 교수(고병인가족상담연구소 소장, 전 한세대 상담학 교수)는 “회복사역자들은 사람들을 △중독된 사람 △학대받는 사람 △정서적 외상을 받은 사람 △적은 수의 건강한 사람으로 구별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이 지구상에서 10% 내외”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고 교수는 “어떤 지역은 중독이, 또 어떤 지역은 학대가 강하게 나타난다. 많은 중독자들은 가정에서의 신체적·언어적·성적·영적인 학대를 가족들에게 자행하며, 중독·학대·외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독과 학대가 만연해 있으면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중독과 학대가 편만해 있어서 우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은 현실을 정확히 보시고 중독을 아신다. 우리도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시대의 현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독은 사회문화적·유전적·공중보건적·심리적인 다양한 요인을 가지기 때문에 중독 치유는 한 개인에게 한정해서는 안 되며, 가족을 치유하고 교회와 정부와 여러 사회 단체들을 치유해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특히 “중독은 개인적인 질병이 아닌 가족의 질병이다. 1천만 명이 넘는 중독자들의 학대로 인해 외상(동반의존)을 갖고 고통당하는 가족들이 2천만 명이 넘는다”면서 “동반의존이 가족의 질병이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중독자와 그 가족을 같이 치료하는 운동이 전개되었다”고 설명했다.

회복과 목회의 현장

고 교수는 “중독·학대·외상은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요인이 되어 여러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이 이와 연관돼 있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기독교는 이 명백한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현대교회는 이 3가지 중심적 문제와 동떨어진 복음을 비효과적으로 증거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독자·학대자·외상자들은 충동적인 행동과 강박적 사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비뚤어진 성격과 습관에 매여 힘들어한다. 그리스도인이 되더라도 그러한 빗나간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어두움’을 ‘빛’ 가운데로 가지고 나와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경험과 어려움을 드러내고 고백할 때, 많은 교회는 단순히 ‘죄를 회개하고 더 기도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들어 줄 마음의 귀를 찾아 교회에 나오지만, 교회는 들어 주어야 할 때 주로 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내적 치유 프로그램을 받아 보지만, 노력에 비해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회복사역은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내 중독자와 동반의존자 치료를 위한 이른바 회복사역운동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한국의 경우 2001년 제주열방대학에서 이를 처음 시작했다. 고 교수는 “성인아이를 포함해 동반의존자의 회복사역운동은 또 다른 차원에서 교회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회복사역의 소그룹운동인 지원그룹은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 플러튼의 제일복음주의자유교회를 중심으로 'Overcomers Outreach'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지원그룹은 중독된 사람들, 학대받는 사람들, 정서적 외상을 받은 사람들이 매주 1회 모여 회복의 여정을 함께하는 소그룹으로, 참가자들은 지원그룹 안에서의 '고백과 나눔'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며 회복 경험을 자신의 생활 양식에 통합시킬 수 있게 된다. 고 교수는 지원그룹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어 새들백교회의 회복사역과 세이비어교회의 치료공동체 모델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고 교수는 “회복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영적·정서적 후원 속에서 자신의 실패와 약점, 상처, 비밀을 고백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상황과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성급한 충고나 조언 대신,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매주 모여 실패와 성공, 희망을 나누는 지원 그룹의 경험을 통해 참여자는 자기 개방, 정직, 겸손 등을 배우며 참된 자신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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