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복음 선교와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려는 코메니우스의 범지혜 교육은 기독교 복음의 선교적 의도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그의 관점은 두 가지 맥락에서 선교를 짐작하게 해 준다. 첫째는 유럽사회를 기독교사회로 개혁하는 일이며, 둘째는 세계를 향한 모든 백성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족속들에게서 생겨난 다른 종교들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과는 거리가 먼, 인간 스스로의 경험에서 만들어 낸 종교로 이해하였다. 그는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유대교와 기독교의 혼합으로 만들어진 종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메니우스는 이방 종교에 대한 선교에 있어서는 여전히 범지혜적이며 범교육적인 방법을 제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선교의 의도는 벌써 '그림으로 이해하는 세계'(OP)라는 책에서 보여 주었는데, 그 책 마지막 부분에 세계의 여러 종교(유대교·이슬람)들을 소개하였고, 기독교와 비교하여 다른 종교들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가지도록 하였다.
코메니우스는 마지막 시대에 새로워진 범세계적인 종교(기독교)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한편으로 신약의 사도 중심 교회의 모범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제 연합의 신학적인 관점들을 지향한 모습이었다. 새로운 종교의 본질적인 표준은 믿음, 소망, 사랑과 교사의 모범으로 그리스도가 지향점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소외가 극복된 유토피아로서 범세계적인 종교의 목표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하나님의 결합에 있었다.
(8) 코메니우스와 유럽경건운동과의 관계
최근의 연구에서 코메니우스가 화란경건운동의 시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것은 이미 화란 땅 미델부르그(Middelburg)에서 시작된 화란 초기의 경건주의 운동가인 라바디(Labadie)와 코메니우스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에서이다. 코메니우스는 암스테르담에 망명하여 머무는 동안 유럽에 새로운 기독교신앙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을 절감했고, 암스테르담 인근에 있던 라바디를 만나 그를 격려하며, 그의 신앙운동에 힘을 실어 주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란개혁파교회 경건주의운동은 바로 코메니우스의 영향하에서 이루어졌으며, 후에 독일의 루터파 경건주의운동은 역시 라바디의 경건운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할레를 중심으로 한 루터파 경건주의운동의 지도자 헤르만 프랑케(A.H.Franke:1663-1727)가 코메니우스에게서 교육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점도 최근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앞서 언급한 코메니우스의 작품, '인간사(人間事)의 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인 제언'이란 7권의 원고가 1935년 할레(Halle)에 있는 프랑케 고아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던 것에서 입증되고 있다. 어떻게 코메니우스의 문서가 프랑케의 손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이 제시된다. 코메니우스가 남긴 이 작품을 크리스티안 니그린(Christian Nigrin)이 인쇄할 목적으로 편집 작업을 하다가, 마침내 도케미우스(Justus Docemius)에 의하여 할레에 있는 프랑케(A.H. Franke)에게 보냈던 것이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페너(J.Spener)와 프랑케(H.Franke)에 의하여 주도된 루터파 경건주의운동은 18세기에 이르러 베를린의 친첸도르프(Zizendorf)에 의하여 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베스트팔렌평화조약 이후 가톨릭의 계속적인 프로테스탄트교회에 대한 종교 박해로 정주할 조국을 잃고 1세기 이상 유럽에서 유리 방황하던 모라비아 형제연합교회의 형제들을 친첸도르프가 자신의 땅으로 영접하였고, 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앙공동체운동을 시작한 일은 이미 역사에서 잘 알려졌다. 그리고 후에 친첸도르프의 경건운동과 신앙공동체는 전 세계를 향하여 선교사를 파송함으로써, 프로테스탄트교회가 최초로 세계 선교의 장을 여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계속>
*크리스천투데이는 본지 편집고문인 정일웅 박사(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전 총신대 총장)의 논문 '코메니우스의 교육신학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저자인 정 박사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