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구별하기에는 너무 단순… 오판과 소송 초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로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영국이 이번엔 난민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열두 사도의 이름을 댈 수 있나요?” “오순절은 언제입니까?” “성경은 몇 권으로 이뤄져 있나요?” “예수님을 로마에 넘겨 준 자는 누구인가요?” 영국 내무부가 기독교로 개종한 망명 신청자들을 상대로 인터뷰할 때 하는 질문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들이 마치 성경 상식 퀴즈와 흡사해, 잘못된 결정과 비싼 소송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박해를 피해: 영국 내 종교 자유에 관한 망명 신청’(Fleeing Persecution: Asylum Claims in the U.K. on Religious Freedom Grounds)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이러한 질문들은 합당해 보일 수 있지만, 때로는 망명 신청자들을 평가하기에 매우 부족하며 잘못된 결정과 비싼 소송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난민이 진짜 개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치고는 너무 단순하다. 게다가 일부 사람들이 내무부 인터뷰를 위해 가능한 많이 공부한다는 증거들도 있다”면서 “종교적 박해를 망명의 사유로 인정하는 영국에서는, ‘종교와 신념의 속성이 본질적으로 내적·개인적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무부의 가이드라인과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되는 정책 간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종교와 신념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이 같은 차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무지가 정책 결정자들의 탁상공론을 통해 공식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담당자들이 종교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내무부가 고용한 한 사회복지사는 영국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한 망명 신청자의 간증이 영국성공회 공식 웹사이트에 나타난 내용과 다르다며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망명 업무 종사자들의 초점이 종교적 박해가 아니라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내무부는 개종의 다른 원인들을 따로 분석하지 않고,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의 수만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어 또한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이란의 기독교 개종자인 하미드 델루즈(Hamid Delrouz)가 망명을 거절당한 이유가 법정에서 밝혀졌는데, 성경 용어를 잘 모르는 통역관이 ‘시편’, ‘예레미야’ 등을 그에게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난민들의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종교와 종교적 동기를 원인으로 한 박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IS의 공격으로 시리아 기독교인 110만 명 가운데 70만 명이 고향을 떠났으며, 이라크의 경우 최소 12만 5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고향을 떠나 쿠르디스탄 자치구로 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종교 박해를 이유로 고향을 떠나 온 난민들의 수는 향후 몇 년 동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각각의 경우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